제18대 대통령선거일이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다. 인구 7만여 명이 사는 강원도 홍천군에도 대통령 선거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 11일에는 민주당 추미애 전 최고위원이 중앙시장에서 유세연설을 했고, 13일에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횡성과 홍천 군민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4차선 도로에서 유세를 펼쳤다. 또 16일 5일장에는 김한길 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문재인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유세를 펼쳤다.
이날 조일현 민주통합당 강원도당 위원장은 오전부터 유세차를 타고 홍천 읍내를 순회하며 문재인 후보 지지 연설을 이어갔다. 오후 3시에는 장터에서 김한길 전 최고위원과 고춘석 강원도의원, 조성녀·최성진 군의원 등이 대거 참여한 유세를 펼쳤다. 장날을 맞이하여 장을 보러 나온 시민과 상인 200여 명이 골목 안에 있는 장터에서 유세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조일현 위원장은 "문재인 후보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어 중앙정부로부터 늘 소외받아 온 강원도를 살리고, 용문-홍천 간 철도를 유치해 홍천도 이제 수도권 시대의 막을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시절 마련한 기초노령연금 제도 및 지원 금액을 더 이상 확대하지 못했고, 경로당 난방비 예산을 삭감하는 등 말로만 노인복지를 외칠 뿐 실질적으로 노인들을 한데로 몰았다"며 "박근혜 후보는 가짜 복지 정책으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한길 전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민주주의가 심하게 훼손됐다"며 "박근혜 후보는 1961년 군사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아버지를 따라 9살 때 청와대에 들어가 20여 년 가까이 살았다. 그런 사람이 농사를 지어봤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고충을 경험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그런 분이 반값등록금을 말하고, 골목시장을 살리겠다고 말하는데 믿을 수 있느냐"며 "문재인 후보는 실향민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시장에서 달걀행상도 했고, 연탄배달도 해 본 분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해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서 차석으로 졸업하면서도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하는 등 민주주의와 서민들을 위해 살아온 후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특전사 출신 문재인 후보가 안보 적임자"또 김 전 최고위원은 "18대 대통령에 출마한 분들 중 군대를 다녀온 분은 단 한 명뿐"이라며 "문재인 후보만이 강력한 안보를 실천하고 긴장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의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를 후보를 공격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북한이 도발한 서해교전 당시 우리 군은 북한군을 격파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당하기만 했다. 북한군이 내려와 내무반 문을 노크할 때까지 모를 정도로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 며칠 전 북한에서 로켓을 발사할 때도 전혀 몰랐다. 그런 정부와 같이 정치를 한 분이 바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다."이어 그는 "강력한 우리 군을 만들고,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해서 특전사 출신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면서 문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연단에서 내려온 김한길 전 최고위원은 장터를 돌아보며 상인들과 장을 보러 나온 유권자들을 만났다. 몇몇 상인은 김 전 최고위원이 다가가며 악수를 청하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면 거부하기도 했다.
"지지후보 아직도 결정 못했다"기자는 초등학생인 두 딸과 함께 장을 보러 나온 30대 후반의 부부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청했다.
- 아까부터 유세 연설을 진지하게 듣고 있던데요, 지지 후보를 결정했나요?"아직, 못했습니다."
남편이 말했다. 부인에게 똑 같은 질문을 다시 했다.
"저도요."
- 이유를 물어봐도 되나요?"이번 대선은 신중해야 할 것 같아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부인이 말했다.
- 그렇다면 어떤 부분을 고민하나요?"솔직히 말하면 두 분 다 맘에는 안 들어요. 그렇지만 두 분 중에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말했다.
- 두 분이 왜 마음에 안 드시나요?"한 분은 전 대통령 딸이고, 한 분은 전 대통령 친구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한데, 그 두 분의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사실은 어려워요. 그래서 아내와 자주 토론을 했어요."
남편이 부인과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 그럼 이번 선거에 투표는 꼭 하시겠네요?"그럼요. 당연히 해야죠."
홍천 장날은 5일장이다. 기자는 상인 몇 분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하지만 예민한 부분이어서 그런지 피하는 분이 많았다. 바쁘기도 했다. 50대 이상은 대부분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고, 40대와 30대는 결정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많았다. 다만 포장마차에서 만난 40대 후반의 네댓 명은 "여기서는 민주당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놓고 말을 못 해"라고 말했다.
늘 선거 때마다 장터는 유세장소로 변한다. 칠순이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젊은 부부까지 장을 보러 다니는 홍천 민속 장터의 민심이 이번 대선에서는 어느 쪽을 지지할지 관심이 쏠린다.
참고로 지난 총선 때 홍천·횡성 지역구에서는 새누리당 황영철 후보와 민주당 조일현 후보가 맞대결을 펼쳤는데, 황 후보가 당선했다.
덧붙이는 글 | 이종득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