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의회 김선화 의원(보사환경, 민주통합당)이 APAP(Anyang Public Art Project.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대해 '쓴소리'를 뱉었다.
김 의원은 안양시가 내년 APAP 예산으로 40억 원을 편성, 해당 상임위인 보사환경위원회에 상정하자 그동안 끈질기게 '예산삭감'을 주장했다. 김 의원 주장대로 보사환경위원회는 APAP 예산 40억 원 중, 1억 원을 제외한 39억 원을 삭감했다.
그러나 안양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는 보사환경위원회가 삭감한 예산 중 일부인 20억을 부활시켰다. 김 의원 '쓴소리'가 터진 건 12월 17일 오전 12시께,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비공식적으로 APAP 예산을 50% 부활시키기로 확정한 직후다.
김선화 의원은 "지금은 APAP가 정말로 필요한 사업인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시민들과 토론 할 때지, 수십억을 들여 말 많고 탈 많은 사업을 추진 할 때가 아니" 라며 "오는 20일 5분 발언을 통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예산안은 산출 근거도 뚜렷하지 않았다. 예산만 달랑 올려놓고 아무런 근거 자료가 없어, 산출근거를 가져오라고 채근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대략적인 산출 근거를 가져와서 대충 설명하고 말았다"며 안양시가 보사환경위원회에 제출한 예산 산출 근거(40억원에 대한) 서류를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안양시가 제출한 추정 예산안은 인건비 2억2800만 원, 기존 작품 활성화 및 재정비 비용으로 16억4000만 원, 시민참여 및 교육비로 3억3000만 원, 공감각 체험 프로젝트 등의 비용으로 6억5000만 원, 전시 및 공연비로 4억4240만 원, 홍보 및 디자인 비로 6억300만 원, 일반 운영비(자문위원회 회비, 작가 섭외비 등) 로 1억660만 원이 책정돼 있다.
안양시 계획대로라면 제4회 APAP는 오는 2013년 10월12일 개막식을 한다. 작품 설치 대상지는 1~3회 개최지인 안양예술공원 과 평촌, 그리고 (구)만안경찰서 등이다. 작품은 약20~30개(영구 3~5점/ 프로그램 25개)이다.
APAP, 문화적 값어치 있다, 하지만...
안양시의회 예산 결산 위원회에서 비공식적으로 APAP 예산을 50% 부활시키기로 확정한 직후인 17일 오전 12시께 김 의원을 시의회에서 만나 APAP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다음은 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 보사환경위원회 때, 40억 전액 삭감에 찬성 했다는 데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APAP가 필요 없는 사업이라 생각해서인지?"전액삭감이 아니다. 39억을 삭감했다. 1억은 이미 선정된 감독 인건비라고 해서 남겨 두었다. 문화적으로 값어치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1차(2005년), 2차(2007년), 3차(2010년) 때 계속 예산 낭비라는 지적 있었고, 또 작품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작품이 설치된 장소도 외진 곳이 많아 장애자나 노인들은 접근하기도 어려운 등의 문제도 있다고 하고, 사정이 이러니 심도 있게 논의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예산낭비라는 지적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얘기해 줄 수 있나? 실제 사례가 있는 지적인가? "물론 있다. '웜홀' 이라고 들어 보았나? 대표적인 예산 낭이 사례로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다. 지난 2007년에 웜홀 이라는 주차장 하나를 약24억 원을 들여서 만들었다. 유명한 외국 작가가 설계했기 때문에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더 어이없는 것은 그 작가(비토 아콘치)가 본인 설계와 다르게 만들어 졌다는 이유로 본인 이름을 빼 달라며 항의 했다는 점이다. 당시 시민들은 예술 작품 한 점이 24억이라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APAP를 아예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많이 있지만 일일이 다 열거 할 수는 없고, 한 마디로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것이 문제다. 작가가 1억 이라고 하면 1억이고, 10억 이라고 하면 10억이다. 그 뿐인가 이거 나중에 관리 하려면 또 돈이 들어간다. 이렇게 돈 쓰다가는 이 돈에 안양시가 치어 죽게 될 것이다. 내 돈이라면 이렇게 책임 없이 쓰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 계속 지적, 안양시, 그래도 사업 계속 하려고
- 아까, 시민들과 토론 할 때라고 했는데,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런 과정 없었나? 40억 정도가 들어가고 이렇게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라면 전문가나 시의원, 그리고 사업에 관심 있는 시민들과 그동안 의견 교환을 했을 법한데. "없었다. 나도 예산 보고 내년에 이런 규모로 APAP 하는 줄 알았다. 갑자기 예산 올려놓고 통과 시켜 달라고 해서 나도 놀랐다. 해당 상임위 의원들도 모르는데 시민들이 알 턱이 없을 테고. 이게 사실 큰 문제다.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는데도 그에 따른 해명도 하지 않고 이해시킬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사업은 계속 하려고 한다. 이 정도면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만약 해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시민들 의견을 한번 쯤 물어야 한다.
- 김 의원과 같은 민주당 최대호 시장이 제출한 예산인데, 삭감하자고 주장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나?"같은 당 시장이 제출한 예산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삭감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스럽지는 않다. 오히려 난 최 시장이 어째서 40억 원이라는 예산에 서명을 했는지 이해 할 수 없다.
사실, 이 문제 취임 초 인수위원회에서도 지적한 일이다. 인수위원회에서 APAP가 투입 예산에 비해 시민들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것과 방만하게 운영 유지 됐고 설치 작품에 대한 보수대책이 전혀 없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 예산 고 효율로 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이 사업은 한나라당 시장 때인 2005년부터 시작한 일이다. 전임 시장이 하던 일이니 중단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난 동의 할 수 없다. 시민들이 민주당 뽑아준건 전 정권 잘못했으니 잘 하라고 뽑아 준 것이다. 그러면 문제가 있는 건 과감하게 바꿀 필요도 있다고 본다."
APAP 보다는 일자리나 복지에 더 신경 써야
- 듣다보니 APAP가 지금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이라는 말로 들린다. 맞나? 맞다면 지금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만약 APAP를 하지 않는 대신 40억 원 이라는 돈을 다른 곳에 쓴다면 어디에 써야 한다고 보는가?"사실 그렇게 생각한다. 배가 고플 때는 예술이 사치가 될 수 있다. 사업 자체도 생각 해 볼 문제지만 꼭 해야 한다면 예산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안양시 재정 어렵다. 시민들 살림은 더 어렵고. 특히 일자리 문제 심각하다. 난 40억을 노인 일자리나 청년 일자리 만드는데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지역복지사업에도 써야하고.
- 김 의원 뜻과 다르게 어쨌든 20억이란 예산으로 APAP는 시작된다. 그동안 예산삭감을 끈질기게 주장했는데 허탈할 것도 같다. "그렇긴 하다. 하지만 내가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 아마 안양시가 추가경정 예산을 더 세우려 할 것이다. 그걸 막아내는 일이 남아 있다. 또 오는 20일 5분 발언을 해야 한다. 5분 발언을 통해 이 문제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문제점 조목조목 짚어서 시민들에게 알릴 것이다.
APAP야말로 확연히 드러난 예산 낭비 사례다. 물론 삶의 질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얘기가 달라 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삶의 질 보다는 어려운 살림살이를 챙겨야 할 때라고 본다. 아까도 얘기 했지만 배가 고플 때는 예술도 사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솔직히 얘기 해줘서 감사하다. 사실, 그동안 시의원이 이렇듯 APAP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지 못했다. 아마 '예술을 이해 못하는 의원'이라는 평가 등이 부담스럽기 때문일 텐데, 김 의원님은 이런 평가가 부담스럽지 않은가?"부담스럽다. 그런 전화도 많이 받는다. '예술을 이해 못해서 그러다는 둥, 예술은 돈으로 따질 수 없다는 둥. 하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 아니 신경은 쓰이지만 감수하려고 한다. 내가 시의원이 될 때 동네 사람들한테 약속한 건, 예술 도시를 만든다는 게 아니었다. 난 아이들 교육시키기 좋고 노인들 편안하고,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 설움 받지 않게 한다고 약속하고 시의원이 됐다. 그 약속을 지키려는 것뿐이다. 그러다 보니 돈을 쓸 때 우선순위를 따져야 했고, 그 우선순위가 APAP보다는 일자리 만드는 일이나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 돕는 일이라 생각 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