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원 리서치뷰 대표가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제18대 대선결과를 전망하는 기고문을 보내왔다. 안 대표는 리서치뷰 휴대전화 응답자 중에서 박근혜-문재인 후보 지지자 각 4249명과 무응답자 368명 등 총 8866명을 대상으로 한 추적조사와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되는 40대 표심 추적조사 등을 근거로 '3대 관전 포인트'를 제시했다. [편집자말] |
지난 12일까지의 공표 가능한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들이 대체로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조사결과로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는 초접전이다. <리서치뷰/오마이뉴스>의 12일 RDD 휴대전화조사(N : 3000명/표본오차 : 95%신뢰수준 ±1.8%p) 역시 박근혜 48.5% vs 문재인 46.9%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오차범위 내인 1.6%p 앞서며 접전양상을 보였다(제19대 총선 투표자수비례(40대 이하 52.3% vs 50대 이상 47.7%)).
그러나 이번 대선 투표율 증가를 감안해 2010년 제5회 동시지방선거 투표자수비율(40대 이하 55.1% vs 50대 이상 44.9%)을 적용할 경우, 박근혜 47.5% vs 문재인 47.9%로 문재인 후보가 오차범위 내인 0.4%p 앞섰다. 그야말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형세로, 결국 세대별 투표율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 :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까지 흐름
추석 연휴를 10여일 앞둔 지난 9월 19일 안철수 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대선정국 최대 이슈로 급부상한 야권후보단일화는 우여곡절 끝에 11월 23일 안 후보의 전격적인 사퇴로 종지부를 찍는다.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은 1년 이상 독주하던 박근혜 후보의 대세론에 급제동을 걸면서 문재인·안철수 두 야권후보에 대한 기대감도 동시에 상승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안철수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9월 26~27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서치뷰가 실시한 휴대전화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후보는 단숨에 52.5%를 기록하며 41.9%의 박근혜 후보를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섰다(제19대 총선 투표자수비례). 또한 같은 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는 45.2%의 지지를 얻어 42.9%에 그친 박근혜 후보를 오차범위 안에서 최초로 앞선다.
이후 지지부진하던 단일화 문제가 11월 6일 문재인·안철수 회동으로 급물살을 타면서 가속도가 붙는가 싶었다. 그러나 경선룰 협상과 관련한 지루한 신경전이 야권 지지층 실망감으로 이어지면서 두 후보 모두 지지율 답보상태에 빠진다. 그러던 중 지난 23일 안 후보의 전격적인 사퇴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미완'의 단일후보로 결정된다.
그러나 곧바로 지지율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안 전 후보의 직접적인 지지표명과 선거지원이 지연되면서 문재인 후보의 고전이 이어진다. 급기야 12월 3일로 예정된 진심캠프 해단식에서 안철수 전 후보의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기대했던 야권지지층은 또 다시 실망감에 빠져들었다. 리서치뷰 12월 3일 조사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안 후보 출마선언 이후 최초로 50%대를 돌파하며 문재인 후보와의 격차를 벌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6일, 안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원을 표명하고 7일부터 활동에 나서면서 판세는 다시 혼전양상으로 접어든다. 9일 실시한 <리서치뷰> 조사(박 47.1% vs 문 48.1%)에서 문재인 후보는 12월 들어 최초로 오차범위 안에서 박근혜 후보를 앞섰다가, 12일 마지막 공표조사에서는 박 48.5% vs 문 46.9%로 다시 박근혜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 : 선거는 구도이번 대선의 구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통상 대통령선거는 다음 5년을 이끌어갈 지도자로 누가 더 적합한 지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프레임으로 작동하지만, 현 정권에 대한 심판정서도 간과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안정적인 지지율 우위를 바탕으로 'MB 정부 심판'의 맞대응 카드로 '노무현 정부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의 '참여정부 심판론(27.3%)'보다는 '이명박 정부 심판론(56.9%)'에 훨씬 더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2월 9일 리서치뷰/오마이뉴스 조사결과). 특히 새누리당 재집권보다 정권교체 지지도가 더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이번 대선은 10년 전인 지난 2002년 대선과 비교해 40대 이하(70.7% → 60.0%) 유권자는 10%p 이상 줄어든 반면, 50대 이상(29.3% → 40.0%) 유권자는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급증했다. 특히 4050세대를 기점으로 세대간 대결양상이 뚜렷한 상황에서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의 결정적인 변수는 세대별 투표율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 투표율은 얼마나 될까. 지난 6~7일 중앙선관위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적극 투표층은 79.9%로 나타났다. 12월 리서치뷰 일간조사에서도 적극 투표층은 계속 80%를 상회하고 있다.
또한 부재자투표 신고인수도 2007년 대선보다 27만5932명이나 늘어난 108만6687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13~14일 부재자투표 참여 열기도 예사롭지 않다. 특히 이명박정부 5년을 경험한 유권자들의 심판정서가 여전히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대선 투표율은 2002년 대선 투표율(70.8%)에 근접하거나 넘어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표율 70% 돌파할 듯... 침묵하는 표심공표 마지막 시점에 쏟아져 나온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은 대체로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필자는 안철수 후보 사퇴 이후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침묵하는 표심'에 주목한다.
여권성향 지지자들은 각종 선거에서 여론조사 효과를 짭짤하게 경험한 반면, 야권지지층은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커서 응답을 회피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문재인 후보가 강세를 보여 온 블루칼라, 학생 계층은 박근혜 후보가 강세를 보여 온 농축수산업, 자영업, 전업주부, 무직 계층에 비해 여론조사에 응답할 기회마저 부족하다.
필자는 그런 점에 주목하고 안철수 후보가 사퇴한 직후인 11월 24일부터 30일까지의 리서치뷰 휴대전화조사 응답자 중 박근혜·문재인 후보 지지자 각 4249명과 무응답자 368명 등 총 8866명을 대상으로 지난 7일 추적조사를 실시했다. 추적조사 결과 응답률과 결집도는 박근혜 후보 지지층이 문재인 후보 지지층보다 오차범위 안에서 조금 더 높았지만, 무응답층 표심은 박근혜 후보(16.0%)에 비해 문재인 후보(37.0%)에게 오차범위를 벗어난 2배 이상 더 많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유권자의 약 22%를 차지해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되는 40대의 표심에도 주목했다. 리서치뷰가 <오마이뉴스>와 함께 지난 4월 총선 전후에 실시했던 휴대전화조사 응답자 중 40대 여성(N : 116명/표본오차 : 95%신뢰수준 ±9.1%p)에 대한 추적조사를 지난 9일 실시한 결과, 박근혜 34.5% vs 문재인 59.5%로 문재인 후보가 오차범위를 벗어난 25%p나 크게 앞섰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필자는 안철수 전 후보의 선거 지원활동 지연과 그에 따른 박근혜 후보의 우세한 조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는 것은 야권지지층 일부가 여론조사에 아예 응답을 회피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만약 필자의 추측이 맞아 떨어질 경우 이번 대선은 양자대결로 치러진 마지막 대선이었던 지난 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공화당 박정희 634만2828표 vs 신민당 김대중 539만5900)의 94만7천여표를 뛰어 넘는 100만표 이상의 표차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될 경우 41년 만에 박정희 당선자가 기록했던 53.19% 득표율에 버금가는 과반득표 당선자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치열했던 71년 박정희 vs 김대중 표차 넘어설 가능성도격동의 제18대 대선이 하루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여론조사 무용론까지 대두됐던 지난 2010년 지방선거의 쓰라린 경험을 토대로 이후 RDD 방식과 휴대전화조사 병행 등 변신을 꾀해온 여론조사가 과연 4천만이 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얼마나 제대로 담아냈는지도 조만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를 흔히 '국물의 간'을 보는 것과 비유하곤 한다. 가마솥 안에 들어있는 국물의 간을 보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가마솥이 아닌 구비 구비 흐르는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소양강 등 각기 다른 강물의 '간'을 측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거리낌 없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밝히기를 꺼리는 사회적 환경에서는 더 그러하다.
실제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선거혁명'을 주도한 것으로 평가되는 노사모가 주도권을 잡으면서 이회창 후보 지지층이 여론조사 응답을 회피했고, 반대로 2007년 대선은 이명박 대세론에 움츠러든 정동영 후보 지지층에서 동일한 현상이 목격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은 과연 누구 표가 더 숨어있을까.
과학적 여론조사 기법을 창시해 '여론조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갤럽의 "여론조사는 선거결과의 예측이 아닌 단순한 스냅 사진이다"는 말은 우리가 처한 현 상황을 이해하는데 소중한 교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