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적지 않은 중년들이 갖는 많은 꿈 중 하나가 자신이 지은 집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적지 않은 중년들이 갖는 많은 꿈 중 하나가 자신이 지은 집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 임윤수

평생 동안 한 집에서만 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최소 한두 번, 많게는 십 수 번씩 이사를 하며 사는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집을 옮겨 다니며 살아도 정작 자기가 지은 집에서 사는 사람은 그렇게 흔하지 않습니다.

아파트의 경우라면 모델하우스를 보고 선택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아주 제한적인 선택일 뿐 대개의 경우는 이미 그 구조가 다 결정되어있거나 진즉에 지어놓은 집으로 들어가 사는 게 보편적입니다.

적지 않은 중년들이 갖는 많은 꿈 중 하나가 자신이 지은 집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집터를 다듬고, 살 집을 짓는 건축까지는 아닐지라도 마음으로 그리던 집이 되도록 하려면 집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부터 자신의 바람이나 의견을 충분히 반영시켜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습니다. 집에 대해 갖는 바람은 대부분이 막연하기 일쑤입니다. 구체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을 그렇게 했을 때 어떤 이점이 있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가늠해볼 지식도 부족합니다.    

건축용어를 모르고도 시각적으로 읽을 수 있는 건축책

 <주거해부도감> 표지
<주거해부도감> 표지 ⓒ 도서출판 더숲
우리가 영어공부를 하려면 제일먼저 알파벳 A부터 Z까지를 익혀야 합니다. 알파벳을 알아야 단어를 외울 수 있고, 단어를 외우고 있어야 문장을 읽거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건축과 관련한 전문서적을 보려면 건축과 관련한 전문용어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건축과 관련한 용어자체가 생소합니다. 읽고 있어도 알지 못하고, 듣고 있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게 '전문용어'입니다.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겐 의학용어가 생소하고, 법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 법률용어가 생소하듯이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지식정도와는 상관없이 건축용어 또한 생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집을 짓겠다고 건축 전문용어를 공부해가며 책을 볼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건축용어를 알지 못하니 책이 어렵고, 어려우니 멀게만 느껴지고, 책을 멀리하다보니 집짓기에 필요한 지식이나 요소들을 암팡지게 챙긴다는 건 어쩜 요원한 바람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마스다 스스무 지음, 김준균 옮김, 도서출판 더숲 출판의 <주거해부도감>은 주택설계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은 물론 자신의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에게 드리운 전문용어라는 장벽을 훌쩍 뛰어 넘겨 줄 장대, 550점이 넘는 일러스트로 마음으로 그리던 집을 설계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설명하고는 장대 같은 책입니다. 읽거나 듣는 것만으로는 알지 못할 건축과 관련한 구조와 요소들을 그림으로 보여주며 설명하는 입체적인 구성입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다른 것을 'CUT'하고 중요한 것만을 'GET'하는 판단력과 결단력입니다. 최종적으로 그런 판단력과 결단력은 건축주 여러분의 몫입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앞에 두고 양자를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전문적인 일은 설계자에게 맡긴다고 하더라도 문제의 원인과 결과의 예측은 여러분과 설계자가 공유해야 합니다. 이 책은 그러한 CUT&GET 상황에 마주쳤을 때, 무엇인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하는 참고서라 할 수 있습니다. -<주거해부도감> 10쪽-

 <주거해부도감>에서는 통풍 뿐만이 아니라 건축 구조와 요소들을 만화처럼 쉽고 시각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주거해부도감> 125쪽-
<주거해부도감>에서는 통풍 뿐만이 아니라 건축 구조와 요소들을 만화처럼 쉽고 시각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주거해부도감> 125쪽- ⓒ 도서출판 더숲

우리말에 '알아야 면장도 해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제집도 알아야 지을 수 있습니다. 제아무리 마음으로 그리는 집이 있고, 살고 싶은 집을 지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고 하여도 집(건축)에 관한한 문외한 이라면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은 아지랑이처럼 실체가 없는 집, 모순 덩어리이거나 불편하기 짝이 없는 몹쓸 집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설계 요소 A부터 건축 구조Z까지를 담고 있는 건축설계 소사전

음식재료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맛난 음식 또한 만들지 못합니다. 합창단에서 사용하는 악기들의 특성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지휘자는 훌륭한 협주곡을 지휘하지 못합니다.

소금이 짠맛을 낸다는 것을 모르고, 고춧가루가 매운맛을 낸다는 것을 모르고 너무 적게 넣거나 많이 넣어 조리한 음식을 상상해 보면 될 것입니다. 싱겁거나 너무 짜서 먹기가 곤란하거나 아예 먹을 수 없다면 조리는 했으나 실패한 음식이 될 것입니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짓고 싶었던 대로 지었는데 막상 살다보니 너무너무 불편하고, 유지하기 힘들고, 비경제적인 요소가 너무 커 부담이 된다면 다시 짓거나 대폭적으로 수선을 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같은 건축물이라도 어떤 방향으로 건축을 하느냐에 따라 일조량 등이 달라집니다.
같은 건축물이라도 어떤 방향으로 건축을 하느냐에 따라 일조량 등이 달라집니다. ⓒ 임윤수

알파벳 A에서부터 Z까지를 익히는 것이 어떤 단어라도 읽을 수 있는 영어공부의 출발이자 요소라면 <주거해부도감>은 내 집을 짓는데 꼭 알아야할 기본, 집을 설계하는 데 꼭 알아야 할 요소A부터 구조Z까지를 만화와 같은 그림으로 낯설지 않게 설명하는 건축설계 소사전입니다.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포치, 현관, 계단, 문, 거실, 다이닝룸, 부엌, 침실, 수납, 화장실, 지붕 통풍, 소리, 단열, 도로, 건물배치, 주차 공간, 동선 등을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검토해 자신이 살 집을 설계 하는데 반영 할 수 있는 내 집 짓기의 출발이 될 것입니다.

만점 토익이 알파벳과 어렵지 않은 단어들을 싣고 있는 얇은 단어장에서 시작되듯이 만점자리 내 집 짓기 역시 건축용어와 구조들을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는 <주거해부도감>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손으로 지은 집에서 살기를 꿈꾸는 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의 구조나 배치에 대하여 한 차원 높은 눈높이에서 검토하고자하는 이라면 <주거해부도감>을 통해 제대로 된 꿈이 시작되고,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주거해부도감>┃지은이 마스다 스스무┃옮긴이 김준균┃펴낸곳 도서출판 더숲┃2012.12.5┃값 1만 4900원



주거해부도감 - 집짓기의 철학을 담고 생각의 각도를 바꾸어주는 따뜻한 건축책

마스다 스스무 지음, 김준균 옮김, 더숲(2012)


#주거해부도감#긴준균#도서출판 더숲#더숲#건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