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 오전 9시, 칠성부대(부대장 원홍규) 장병 500여 명이 일시에 읍내로 나왔다. 영하 10도의 추운 아침 날씨. 작업복 차림에 곡괭이와 삽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왜 읍내로 들어왔을까!
우리 사단장님은 '사탕 사단장님'이에요"산천어축제가 며칠 뒤인 1월 5일부터 열린다. 여러분도 잘 아는 것처럼 산천어축제는 국내축제를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다. 따라서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우리 군(軍)이 해야 할 일이 뭔지를 생각해야 한다."
지난 12월 21일 원홍규 사단장은 참모들과의 아침 미팅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시 말해서 "군인도 주민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관광객들의 안전과 깨끗한 지역을 조성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는 거다.
덧붙여 그는 "휴일임을 생각해서 개인적인 계획이 있는 병사들을 강제 동원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참여한 병사들에 대해서는 봉사 포인트를 주도록 해라"고 말했을 뿐인데 자발적으로 참여한 병사들이 500여 명이다.
화천읍내 도로는 2주 전에 내린 폭설이 녹아 온통 결빙이다. 특히 골목길은 장비 출입이 어려워 인력이 동원되지 않고서는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노인들이 집밖을 나가다 미끄러지는 일도 빈번했다. 이에 원 사단장은 장병들의 투입을 생각했다.
원홍규 육군 제7보병사단장. 특전사 참모장, 제7공수여단장, 9군단 작전참모, 3사관학교 생도대장 등 야전과 작전분야 요직을 거친 그는 2011년 4월 29일 7사단장으로 부임했다. 그의 지휘철학은 병사들과의 소통이었다.
병사들은 그를 '사탕 사단장'으로 부른다. 최전방 순시 때면 주머니에 사탕을 넣고 다니다 만나는 병사들에게 사탕을 하나씩 나누어 주며 '니들이 있어 국민들이 편하게 생활한다'는 말로 장병들에게 용기와 자부심을 심어 준다.
"사단장님 어디 계세요?"열심히 얼음 깨기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병사에게 물었다.
"저 쪽에서 작업하시는 분이 사단장님이십니다."부동자세로 대답하는 그 병사가 가리킨 쪽을 보니 작업복 차림으로 끌을 이용해 얼음을 깨고 있는 중년 남성이 눈에 띄었다.
"니네 대대장이 괴롭히지? 이 얼음이 대대장 얼굴이라고 생각하고 깨면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일에 능률도 오를거야."장병들에게 농담까지 하며 작업을 하는 사단장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떻게 별 두개를 단 장군이 장병들과 같이 곡괭이질을 할 수 있을까!' 권위적인 잔재가 남아서일까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또 '저거 괜히 생쇼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런데 잘못된 생각이란 걸 한 병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았다.
"우리에게 있어 사단장님은 큰 형님 또는 아버님 같은 분입니다. 매사에 몸소 솔선수범을 하시니까 간부들이 따라하고 병사들도 자발적으로 나서는 게 아닌가 합니다." 8연대 3대대 황인찬 일병의 말이다.
군 장병도 주민, 시가지 청소는 당연한 것"이렇게 고생하시는데 점심은 제가 내겠습니다."
"무슨 말씀을요 바쁘신데 이렇게 나오신 것도 고마운데, 점심을 장병들과 시내에서 할까 합니다."장병들과 사단장이 도로 결빙작업을 위해 나왔다는 말을 들은 정갑철 화천군수의 중식 제안에 장병들과 함께 식사를 하겠다는 사단장의 대답이다.
"얘들아 이리와라! 이 분이 우리 동네 어른이신 화천 군수님이시다. 앞으로 뵙거든 정중히 인사를 드려야 한다."사단장은 옆에서 작업 중인 병사들에게까지 인사를 시킨다. 젊은이들에게 예의를 가르치기 위함으로 보였다.
"산천어축제 준비하시느라 바쁘시죠. 우리가 도와 드릴 수 있는 것은 눈이 내렸을 때 제설작업 하는 것과 시가지 청소라고 생각해서 나왔습니다." 사실 7사단에서 읍내 거리청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각종 큰 행사가 있을 때 7사단 병사들이 나와서 시가지 청소를 하는 경우는 자주 있었다. 지역 상인들이 사단장을 존경하는 이유는 또 있다.
매주 목요일이면 읍내는 사병들과 외지에서 온 그들의 가족들로 넘친다. 이유는 신병 수료식이 읍내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훈련을 마친 신병들의 수료식을 산속 훈련소에서 열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읍내에서 수료식을 하면 어떨까!'라는 사단장의 제안에 금년 초부터 훈련병들 수료식이 읍내 공설운동장에서 연다. 아들의 면회를 위해 가족들은 전날 읍내에 도착해 숙박과 식사를 해결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장병가족들에게는 산속에 위치한 신병교육대까지 가야하는 수고도 덜어준다. 이것이 지역주민들과 장병 가족들이 사단장에게 찬사를 보내는 이유이다.
"'군 장병도 주민이다'라는 장병들의 의식변화에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참모들과 장병들이 잘 따라줘서 고맙다는 생각입니다."원홍규 육군 제7보병사단장의 지역사랑에 대한 함축적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