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 산하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에 임명된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이 28일 "(문재인 전 후보를 찍은) 48%도 중요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을 찍은) 51.6%가 더 중요하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전날(27일) 한 방송에 출연해서도 "48%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51%를 대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본인을 비롯해 국민대통합위원회 한광옥 위원장과 김중태 부위원장,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시인 김지하씨 등을 일컬어 "박근혜 시대를 여는 오륜마차"라고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이날 박근혜 당선인이 부산 유치를 약속했던 해양부산부가 부활할 경우 전남에 유치해야 한다고 말해, 박선규 인수위 대변인이 수습에 나서는 등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또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노무현 대통령 싸가지 발언' 등에 대해서도 "막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광옥·김경재·한화갑·김중태·김지하... 우린 '박근혜 시대 위한 오륜마차'"
28일 오전 10시 50분경, 한광옥 위원장과 김경재 수석부위원장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기자실을 찾았다. 전날(2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등 인선 발표 후 기자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한 자리였다.
한광옥 위원장의 인사말이 끝나고 김경재 부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 부위원장은 "박근혜 당선인은 한국 역사에 참으로 귀중하고 놀랄 만한 기회를 가진 분"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할 수 있는 위대한 정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 보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 위원장과는 대학 동기동창이지만 정치적으로 저보다 몇 발 앞장서 있다"며 "저희보다 1년 선배인 한화갑 전 대표도 (지난 대선에서) 박 당선인을 적극 지원해 마음 든든하게 생각하고 구 민주당 세 사람이 박근혜 당선에 힘이 됐다고 평가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또 "60년대 같은 캠퍼스에서 청춘의 낭만과 고뇌를 같이 나눴던 김중태 부위원장, 우리 보다 1년 위인 시인 김지하, 이 다섯 사람이 박근혜 시대를 여는데 오륜마차가 되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김중태 전 서울대 '민족주의비교연구회'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제1차 인혁당 사건 연루되는 등 민주화 투쟁을 하다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운을 새로이 열고 미래를 개척할 지도자는 박근혜 후보 단 한 사람이다. 박정희 DNA를 물려받은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박 당선인을 도왔다.
특히 선거 막판에 한 유세장에서 "낙선한 문재인 후보가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에 찾아가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를 외치며 부엉이 귀신을 따라 저세상에 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가 물의를 빚었고, 사과문까지 냈다. 김 부위원장과 친구 사이인 김지하씨도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아래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저항시인이었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공식 지지했다.
역시 박 당선인을 공식 지지한 한화갑 전 대표는 지난 26일 평화방송에 출연해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호남 득표율이 낮은 것에 대해 "전라도 사람이 김대중 대통령을 무조건 지지하다보니까 타성이 생겨서 그 탄력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썼을 때,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어리석은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전라도민들은 한번 마음을 먹으면, 말하자면 춘향이처럼 변하지 않는 그런 게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호남인의 투표 행태를 시대에 뒤떨어진 처사로 폄하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됐다.
"일에 선후가 있는데, 우선 51.6% 유권자부터..."
김경재 부위원장의 인사말이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서의 자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앞서 김 부위원장은 전날(27일) MBN '뉴스1'에 출연해 "(문 전 후보를 찍은) 48%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박 당선인을 찍은) 51%를 대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의 질문을 받은 뒤에도 "48%도 중요하지만 51.6%, 우리를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우리 정권을 탄생하게 한 보람과 긍지를 가지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거기(51.6%)를 기반으로 해서 나머지 48%에 대한 배려를 해야지, 그건 다 무시하고 48%에 대해서만 열심히 한다면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우리를 지지한 사람들에게 보람을 안겨주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일의 선후가 있는데, 우선 51.6% 유권자를 전제한 후에 48%를 (배려)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강조했다.
"51%의 유권자가 어떤 사람이라고 파악하느냐"는 질문에는 "주로 40대와 5060세대"라며 "2030은 30% 정도,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인데, 예상보다 20대가 좀 많았다"고 답했다. '새누리당을 10% 정도만 지지한 호남은 정권 초기에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김 부위원장은 "그렇지 않다. 광주는 박근혜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라며 "국민대통합운동은 광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광주 사람들은 우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위 '박정희의 딸'에게 마음을 열 준비가 안돼 있기 때문에 국민통합의 1차 과제"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옆에 있던 한광옥 위원장이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그는 "50%와 48%를 구분하지 말자는데 근본적인 의미가 있다"며 "우리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하려는 국민대통합과 일치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대선 기간 동안 김경재 부위원장이 쏟아냈던 '편가르기' 막말도 문제가 됐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달 12일 광주역 지원 유세에서 "광주 사람들이 문재인-안철수에 표를 찍는다면 민주에 대한 역적이고 정의에 대한 배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은 김 부위원장은 "역적이 아니라 반역이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그날 모든 언론이 '역적'이라는 표현으로 보도했는데, 기자들이 담합해서 왜곡을 했다는 것이냐"는 반론이 제기됐지만, 김 부위원장은 끝까지 "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그렇게 발언하지 않았다. 녹음테이프를 가져오면 확인해보겠다"고 응수했다.
이와 관련 김 부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싸가지 발언'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5일 여수 지원유세에서 김 부위원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싸가지 없는 발언이나 하고 호남 사람들을 한맺히게 했다"는 막말로 논란을 자초했다. 당시 논란이 일자 김 부위원장은 그날 오후 목포역 지원유세에서 "'싸가지 발언'은 취소하겠다. 예의를 갖춥시다"라고 물러섰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28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돌아가신 국가원수에 대해 적절한 표현을 사용하지 못한 데 대해선 양해를 구했지만, 그 자체 사고방식엔 전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해수부 전남 유치" 발언에 당도 당혹...철탑 방문계획 질문엔 원론적 답변만김경재 부위원장이 해양수산부를 전남(무안)에 유치하는 방안을 공론화하겠다고 한 것은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박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해양수산부 부활 및 동북아 해양수도 건설'을 부산의 제1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단회에서도 "개인의견이지만, 그 문제에 대한 문서작업을 해서 인수위원회 올릴 예정"이라며 "호남사람들을 위해서 해수부 하나 오는 것은 나쁘지 않다. 현지에서는 굉장히 환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산하고 (해수부 유치를 놓고) 싸우는 과정에서 서로 밀고 밀리고 땡기고, 그러면서 지역사회가 융합되는 것 아니냐"며 "박 당선인에게 (호남을 위해)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추진해달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부처 유치를 둘러싼 지역간 대립을 조장하는 것이 오히려 '지역사회의 융합'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편 것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옆에서 기자간담회를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던 박선규 인수위 대변인이 서둘러 간담회를 마무리지었다. 곧바로 마이크를 잡은 박 대변인은 "해수부는 (김 부위원장) 개인의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인수위 차원이나 박근혜 당선인의 선에서 얘기가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해명에 나섰다.
이날 한광옥 위원장과 김경재 부위원장은 박 당선인이 강조했던 '국민 대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나 정책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본인들의 자질 문제만 확산시킨 셈이 됐다.
특히 기자들이 '노동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데,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이런 문제를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앞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고공 농성 중인 철탑이나 분향소를 방문할 계획도 없느냐'는 질문에도 한 위원장은 "계획을 미리 발표하는 것보다도 큰 틀에서 앞으로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