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소리'치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를 야권은 어떻게 바라볼까. 최근 홍 지사는 '인사개혁'과 '공직비리 척결' '산하기관 구조조정'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야권의 시선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12․19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홍준표 지사는 '당당함'을 내세우고 있다. 선거 때 '당당한 도지사'를 구호로 내걸었던 홍 지사가 경남도정 지표를 '당당한 경남시대'로 바꾸기로 했다. 김두관 전 지사 때는 '대한민국 번영1번지'였다.
홍 지사는 취임사에서 "서민들이 행복한 정의로운 사회, 대한민국 중심으로 당당히 서는 경남"을 밝힌 바 있다. 홍 지사는 5개 도정방침으로 '깨끗한 도정' '지역 균형발전' '성장동력 확보' '건전한 재정' '문화경남 창달'을 내걸었다.
미리 낸 신년사에서 홍 지사는 "올해를 '당당한 경남시대 원년'으로 삼아 튼튼한 주춧돌을 놓겠다. 우선 공직사회 내부를 당당하게 바로 세우겠다. 청렴한 도정, 최선을 다하는 도정으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공직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부패척결 강조... 비리공무원 고발조치홍 지사 취임 뒤 '개혁바람'이 불고 있다. 먼저 부패척결을 강조하고 있다. 경남도의 청렴도 지수는 꼴찌 수준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올해 낸 '공공기관 청렴도평가'에서 경남은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5위였고, 밀양시는 전국 73개 시 가운데 72위였다.
오는 1월 경남도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데, 홍 지사는 최근 "금품수수나 비리 등에 관련된 공무원, 관리 책임이 있는 윗선에 대해서도 경중을 가려 승진이나 전보에서 배제하는 등 책임을 엄히 묻겠다"고 했다.
홍 지사는 비리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경남도는 지난 26일 의령군청 5급 간부 공무원을 창원지방검찰청 마산지청에 고발했다. 이 간부 공무원은 군도 확장포장공사 업체 관계자로부터 거액을 받은 의심을 받고 있다. 경남도청 감사관실은 의령군청에 해당 공무원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또 경남도는 도청 건물 리모델링 과정에서 폐전선을 불법으로 업체에 팔아넘긴 혐의가 있는 도청 공무원을 고발했는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산하기관 구조조정도 나선다. 대표적으로 경남프로축구단(FC)이다. 홍 지사는 경남FC 업무보고와 경남메세나대회 발언 등을 통해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홍 지사는 "올해 경남FC의 관중 수가 K-리그 꼴찌인데, 이는 프로구단으로 존재가치가 없다"며 "유임된 최진한 감독을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꾸겠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지난 7월 구조조정 차원에서 없앤 단장직을 부활하고, 사무국장직을 없앨 예정이다. 경남FC는 김태호 전 지사 시절 창단했으며, 올해로 7년째다. 그러나 관중 숫자는 형편없다. 프로연맹이 올해 집계한 결과, 경남FC의 평균 관중은 2331명으로, 이는 16개 구단 중 꼴찌다.
홍 지사는 조만간 정무직 인사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홍 지사는 후보 시절 자신을 보좌했던 강민국(42)씨를 비서실장에 내정했다. 강 비서실장 내정자는 지난 4·11총선 당시 '진주을'에 출마했으며, 강신화 전 경남도 교육감의 차남이다.
정무부지사는 여러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조진래(47) 전 국회의원, 새누리당 경선 때 홍 지사를 지지하며 사퇴했던 하영제(58) 전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홍 지사가 한나라당 대표 때 사무총장을 지낸 김정권(52) 전 의원 등이다.
정책특보에는 하순봉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의 오태완(47)씨, 정무특보에는 캠프 대변인을 지낸 정장수(47)씨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경남도 행정부지사에는 윤한홍(50) 대통령실 행정자치비서관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 "정치와 달라야, 우려된다"야권은 홍준표 지사를 어떻게 볼까. 기대도 하고 우려도 하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기대가 크다"는 반응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제갈종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장은 "공무원노조에서는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부정부패 척결은 진보든 보수든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부정부패는 크든 작든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홍 지사가 내세웠던 '경남도청 이전(창원→옛마산)' 공약 등에 대해, 제갈 본부장은 "홍 지사가 여러 공약을 내걸었는데, 모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도청 이전 공약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걸러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경남도청 해직공무원 출신인 이병하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무엇이든 의욕적으로 하는 것은 당선자 자세로 바람직하다. 의욕적으로 현안에 대해 빨리 선점하고 신속하게 해나가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행정은 정치와 다르게 법과 절차, 규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이런 부분을 무시하고 무조건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려고 하면 상당히 혼란이 오고, 공무원 자신도 힘들 것"이라며 "취임했기에 차분하게 완급조절하면서 할 필요가 있다. 여러 정책에 대해 내부 검토를 충분히 거쳤는지도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려가 된다"고 덧붙였다.
민주통합당 김경숙 경남도의원(비례대표)은 "용의주도하게 지켜보겠다. 지사는 정치가 아니라 행정을 하는 자리다. 공무원도 도민의 한 사람으로 돌봄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며 "정치인의 보폭보다는 행정가의 새로운 각오로, 찬찬히 도정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처음부터 성과를 내기위해 서두르는 것 같은 보폭은 잘못할 경우 진창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