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참 많은 교회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교회가 세상에 존재해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교회가 있죠. 남서울은혜교회가 바로 그런 교회입니다. 그 교회는 위로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아래로는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며 살고 있죠. 실은 그게 예수님께서 강조하신 바이기도 합니다.
그 교회가 주변 이웃들을 구체적으로 사랑하고 있는 모습은 무엇일까요? 몇 해 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밀알학교 설립에 관한 부분도 그렇고, 연해주 고려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농업사역, 탈북청소년들이 교육을 통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여명학교도 그런 모습이죠.
"사랑은 반드시 낭비합니다. 여러분은 자식에게 얼마나 낭비를 하고 있습니까? 그 자식이 다른 아이들보다 잘나고 똑똑해서 낭비하십니까? 그럴 가치가 있어서 낭비하십니까? 아니지 않습니까. 사랑은 자녀를 향해 어떤 것도 아끼지 않습니다. 우리는 낭비 중에 가장 큰 낭비를 알고 있습니다. 갈보리 십자가를 보십시오. 거기에 우리 하나님 아버지의 낭비가 있습니다."(본문 169쪽)남서울은혜교회의 20년간 발자취를 정리한 이나경의 <여기까지 왔습니다>에 나온 내용입니다. 지금은 은퇴를 했지만 현역에 있던 홍정길 담임목사는 중동고등학교 강당을 빌려 예배를 드리면서도 새 예배당 대신 밀알학교를 고집했다고 하죠. 지역주민들과 마찰을 겪으면서까지 말이죠. 그 이유가 바로 장애우들을 향한 '거룩한 낭비'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더욱이 그 교회는 밀알학교를 지어 헌납한 것으로 장애인들을 사랑했노라고 손 털지 않았다고 하죠. 오히려 장애아들이 공부를 다 마치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치고, 노동과 자활의 기회까지도 마련하는 사업을 하나씩 추진하고 있다고 하죠. 나도 가끔씩 저렴한 옷을 구입하기 위해 들렀던 송파구 마천동의 '굿윌스토어'도 그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곳에서는 장애우들이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죠.
"우랄산맥 동쪽은 인구 감소 때문에 지금 무주공산과 같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인구 500만 명의 메가시티를 만드는 것입니다. 러시아에게 사활이 달린 문제지요. 러시아 지도자들도 그 점을 잘 압니다. 그래서 푸틴은 대통령에 당선되자 블라디보스토크를 개발하고 시속 400킬로미터로 달리는 고속철도를 놓겠다고 하는 것 아닙니까? 연해주는 우리에게 세계로 나가는 통로가 되는 곳입니다."(본문 287쪽)남서울은혜교회가 동토의 땅인 연해주를 보듬어 살피고 있는 이유를 알게 하는 대목이죠. 그 교회가 그 땅을 품는 것은 그곳 현지의 고려인들과 탈북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고 하죠. 농업과 문화와 학교와 북한 사역을 위한 일들 말이죠. 사실 그곳은 북한 사람들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곳이고, 권력의 하수인이었던 사람들이 마음껏 도피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죠. 그곳이야말로 통일로 가는 지렛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은 방법을 찾고 만들지만 하나님은 사람을 찾고 사람을 만드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함무라비 법전을 안 만들고 모세 한 사람을 만드신 것 아닙니까? 이스라엘을 세우실 때도 제도를 만들지 않고 다윗 한 사람을 만드셨고요. 예수님이 3년 동안 하신 일 역시 제자 12명을 키운 것입니다. 나는 일할 줄 모르는 사람이니까 사람 세워서 제자리에 놓는 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의 성장과 영혼이 자라는 것. 그보다 좋은 사역은 없습니다."(본문 314쪽)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홍정길 목사만큼 열심히 일한 이도 없다고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본인은 정작 손사래를 친다고 하죠. 자신은 일을 좋아하기보다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정적인 사람이라고 하죠. 그런데도 그를 통해 'CCC'(한국대학생선교회)가 활활 타올랐고, '코스타'(KOrean STudent in america)도 촉발되었으니 일 중심의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는 사역과 결과에 중점을 두기보다 오직 한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그 영혼이 성장하는데 모든 초점을 맞춘다고 하죠.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을 통해 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붙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그 교회 교역자들과 함께 오래도록 일한 비법라고 하죠. 어떻게 하면 아랫사람들이 맡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자신이 그들을 도와 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살아왔던 게 그것이라고 하죠.
이제 남서울은혜교회가 펼친 드라마의 '시즌1'은 홍정길 담임목사의 은퇴와 함께 마무리된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흘러간 드라마를 추억하지만 속편을 더 기다리곤 하죠. 불편한 길을 꿋꿋하게 걸어 온 지난 발자취를 통해 이제는 더 아름다운 '시즌2'를 그려나갔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세상에 더 아름다운 이정표를 보여주는 교회되길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