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 전 오늘(2일) 태안해양경찰서 1507함에 배치된 지 3일 만에 첫 항해에 나섰던 차평강(22, 근흥면 정죽4리) 이경이 의문의 실종을 당했다.
타살혐의도 없고 자살할 이유도 없는 터라 태안해경은 실종 후 1년간 계속해서 수색을 해 왔지만 결국 차 이경의 신변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실종사'로 결론을 내리는 모양새다.
차 이경 실종 1년. 차 이경의 실종 경위와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보면 이렇다.
차 이경은 태안해경 1507함에 배치된 지 3일 만인 2012년 1월 2일 오전 9시경 해상 경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서산시 대산항 태안해경 전용부두를 출항했다.
전용부두를 출발한 1507함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격렬비열도 인근을 항해하고 있었고, 함선 안에서는 같은 시각 정아무개 부함장과 차 이경의 신상면담이 진행됐다.
이후 20여 분 후인 오후 2시 50분경 이아무개 전경소대장이 함내 식당에서 차 이경을 면담차 호출했지만 이때부터 차 이경의 소재 확인이 되지 않았고, 함내 방송과 승조원을 모두 동원해 선체 내부를 수색했지만 결국 차 이경을 발견하는 데 실패했다. 당시 1507함은 격렬비열도 서방 약 7마일 해상을 항해하고 있었다.
1507함 실종자 발생 상황이 접수되자 태안해경은 서장을 필두로 한 상황대책본부를 구성했고, 즉시 313함 등 경비정 14척과 헬기 3대를 실종구역으로 추정되는 현장으로 긴급 출동시켜 해상과 항공에서 동시에 수색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차 이경의 실종시점과 지점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악천후까지 겹쳐 수색은 난항을 겪었고, 이후에도 집중수색을 펼쳤지만 결국 지난 1년간 차 이경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실종된 외아들 방 바라보며 눈물 마를 날 없던 가족들
차 이경 실종 이후 누구보다 힘들었던 건 그의 가족들이었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 정죽 4리에 거주하고 있는 그의 가족들은 하루 아침에 애지중지하던 외아들을 잃어버린 슬픔에 지난 1년간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부친 차경춘(59)씨와 모친 가예순(48)씨는 이제는 더 이상 볼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는 아들의 빈 방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훔쳤다. 부친 차씨는 답답한 심경을 호소할 데 없어 답답함을 술로 달랬다.
차씨 집 인근에 살고 있는 기자가 가끔 차씨의 집을 방문하면 웃음이 사라진 집안에서 차씨는 넋이 나간 듯 술만 들이키고 있었다. 어떤 위로의 말도 차씨를 달래기에는 부족해보였다.
특히, 실종으로 인해 생사를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례 조차 치르지 못하는 가족들의 심정은 더욱 타들어갔다. 그렇다고 태안해경 측에 장례절차와 이에 따른 별다른 요구 조차도 하지 않고 지난 1년간을 눈물로 살아왔다.
가족들은 해경 측에서 "실종 1년이 지나야 이에 따른 절차를 논의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5년을 기준으로 하는 보통실종과는 달리 민법상(제27조 제2항) 위난 실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민법에는 전지, 침몰한 선박, 추락한 항공기 등 위난을 당한 자가 위난이 종료된 후 1년간 생사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를 실종선고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부친 차씨 등 가족들은 차 이경의 실종 꼭 1년을 맞은 2일 오후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가정법원에 '실종선고 심판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부친 차씨는 청구서를 통해 "부재자(차평강)는 2011년 11월 7일 해양전투경찰순경으로 입대하여 같은해 12월 23일 태안해양경찰서 배치받아 같은달 30일 태안해양경찰서 1507함으로 전입하여 근무하던 중, 1507함이 2012년 1월 2일 9시경 해상경비차 태안해경 대산항 전용부두를 출항, 태안해경 관할구역 해상치안 활동차 이동 중 1월 2일 14:30~15시경 근흥면 격렬비열도 서방 약 7마일 해상에서 실종되어 현재까지 생사가 불명하고 부재자를 찾을 길이 없고 사망한 사실을 확인할 근거도 전혀 없어 심판을 구하고자 한다"며 청구원인을 제시했다.
태안해경, "가족들과 남은 절차 진행 최선 다할 것"
한편, 차 이경의 가족들은 실종 1년을 맞아 2일 오전 11시 태안해경 대강당에 모여 사실상 장례식인 추도예배를 가졌다.
이날 예배에는 차 이경의 부모와 고모부 등 가족과 일가 친척, 같은 마을 주민, 그리고 차 이경과 함께 생활했던 태안해경 내무반 동료 등 6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으며, 예배는 신진교회 김판섭 목사의 집례로 진행됐다.
예배 이후 태안해경 관계자는 "오늘 오후에 실종선고 심판청구 등 남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하지만 오늘 청구를 신청한다 하더라도 6개월 동안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가족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족 대표로 인사에 나선 차 이경의 고모부 김제영씨는 "지난 1년 동안 평강이를 기다렸지만 마음 아프게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오늘 자리를 함께해준 모든 분들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