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혹한이 기승을 부린다. 시베리아 추운 땅을 피해 우리나라를 찾아든 겨울 철새도 혹한을 견뎌야 한다. 이런 혹한을 뚫고 금강 조류 조사를 위해 한남대 야조회·대전환경운동연합이 함께했다. 지난 12월 29·30일 양일간 금강의 황산대교-군산 외항까지 약 60km에 달하는 구간에 조류 동시 센서스를 진행했다.
한남대 야조회와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조사 구간을 총 6개로 나눠 동시 조사를 진행했다. 혹한의 한복판에 있었던 지난 29·30일, 강이 얼어붙은 데다 눈까지 내리면서 조사가 난관에 부딪혔다. 하지만, 겨울철 조류 조사에 베테랑인 야조인들은 혹한에 아랑곳 하지 않고 착실하게 조사에 임했다. 강이 얼고, 혹한의 추위로 걱정했던 이틀간의 조사를 마치고 야장을 정리하는 자리에서는 다행히도 풍성한 기록들이 나왔다.
금강하구둑 하류(군산 외항 방향)에는 약 2만 마리 이상의 조류가 월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닷물이 얼지 않기 때문에 꽁꽁 얼어붙은 상류에 비해 많은 조류가 월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약 1000마리의 기러기 군무는 야조인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혹부리오리·흰뺨오리·비오리 등 다양한 오리와 매(천연기념물 323호)·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243호)·말똥가리·황조롱이(천연기념물 323호)·잿빛개구리매(천연기념물 323호) 등 많은 맹금류의 서식을 확인했다. 깃대종인 맹금류의 서식은 금강의 생태적 건강성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국제적 보호종 검은머리갈매기 서식확인조사단은 검은머리갈매기(환경부지정멸종위기종)의 월동을 확인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약 200마리가 관찰됐다. 검은머리갈매기는 국제적인 희귀조류로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 적색자료목록(RED DATA BOOK)에 등제된 종이다. 우리나라 서해안 무인도등지에서 번식하고, 금강하구와 수천만등지에서 월동하는 매우 귀한 새다. 이렇게 귀한 검은머리물떼새가 금강하구에 200마리나 월동하고 있는 것. 검은머리갈매기는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으면서 월동하고 있었지만, 일반 갈매기로 생각하는 시민들은 그냥 갈매기로 치부하고 지나치고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326호)도 1000여 마리 이상 관찰됐다. 서천의 상징새인 검은머리물떼새는 북에서 '까치도요'라고 불린다. 금강하구의 유부도에서 번식하면서, 금강하구에서 먹이를 찾는 검은머리물떼새는 금강하구의 터주대감 같은 종이다.
우연히 만난 혹고니이번 조사에서 가장 특이한 종은 역시 혹고니(천연기념물 201호)다. 금강하구 군산 외항방향에서 혹고니가 두 마리가 관찰됐다. 혹고니는 우리나라 화진포등 일부에서만 관찰되는 희귀 조류이다. 흔히 백조라고 알려져 있고, 미운 오리새끼가 바로 혹고니이다. 유럽에서는 쉽게 관찰 할 수 있는 고니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매년 20여 마리 내외로 관찰되는 희귀한 종이다. 또한, 금강에서 관찰된 사례는 아마 이번이 최초일 것이다. 필자는 보지는 못한 아쉬움을 남긴채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유난히 많이 내려온 듯한 말똥가리조사를 진행하면서 또 하나의 특징은 유난히 많이 관찰되는 말똥가리였다. 약 60km 조사 지역에서 약 20마리의 말똥가리가 관찰됐다. 비교적 쉽게 관찰되는 맹금류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영역권을 가지고 생활하는 만큼 많은 수가 관찰된 것은 특이할 만한 점이다. 이렇게 많이 관찰된 말똥가리였지만 강추위 속에서 사냥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정지비행을 통해 사냥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기 일쑤였다. 추운 겨울 무사히 금강에서 경울을 나고 다시 몽고와 시베리아로 떠날 수 있기를 조사자들과 함께 빌었다.
금강 하구둑부터 금강대교까지는 그야말로 얼음장판을 깔아 놓은 듯했다. 철저하게 얼어붙어버린 금강호에는 새들은 찾을 수 없었다. 추위를 피해 물이 얼지 않은 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였다. 군산과 서천에서 철새탐조대를 만들어 놓은 곳이기도 한 이곳에는 새들을 찾을 수 없었다. 새들이 없는 철새탐조대는 썰렁함 그 자체였다.
조사결과 완벽하게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하구를 제외한 하류보다는 상류 쪽에 새들이 집중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대교에서 주로 서식하던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는 성당포구까지 올라와서 월동을 하고 있었고, 많은 오리들이 황산대교까지 올라와 있었다. 얼음이 얼어붙은 강은 천적(삵·고양이등)으로 부터 자신을 지키기 어렵고, 열량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걱정이 되는 것은 금강 전 구간이 얼어가고 있다는 점. 공주보·백제보·금남보가 건설되면서 호수가 된 강은 유난히 추운 겨울날씨에 얼음장이 돼가고 있다. 보가 건설 되기 전 흐르는 물이라서 비교적 얼음이 덜 얼었던 상류까지 얼음이 얼면서, 새들의 서식공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조사를 마치면서, 금강에 핵심지역이었던 하구둑 상류의 빙판으로 얼어붙은 광경과 3개의 보상류가 얼어있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새들의 서식공간 확보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에 조사자들이 모두 공감을 표했다.
조사를 정리하는 자리에서 한남대 야조회 선배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강경까지 고깃배가 다녔고, 이때는 물이 얼것이라는 걱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면서 하구둑의 수문이 열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바닷물이 들어오은 강경의 백마강은 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구둑이 열리고, 금강의 보의 수문이 열리고, 여려해의 기다림을 갇는다면, 금강은 얼지 않는 강이되고, 새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들과 사람들이 날 수 있는 금강이 되기 위해서라도 흐르는 강, 생명의 강, 새들의 강이 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