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은 중부내륙 깊숙히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꼽힌다. 겨울이 오면 추가령구조곡(楸哥嶺構造谷)이라 불리는 한탄강 협곡이 그 모습을 아낌없이 드러내며 방문객들에게 놀라운 절경을 선물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직탕폭포는 하나의 거대한 얼음성으로 변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동장군이 몰려오는 12월부터 속칭 '한국의 나이아가라'로 불리는 직탕폭포는 하나의 거대한 얼음기둥으로 변해간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이번 겨울 추위는 12월부터 연일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며 폭포 전체를 꽁꽁 얼어붙게 했다. 폭포는 어느새 거대한 얼음성이 됐다.
폭 80m, 높이 3~5m의 일자('一')형 폭포가 한데 얼어붙은 얼음 기둥은 거대한 빙하 그 자체다. 이 같은 장관은 직탕폭포에서만 볼 수 있다. 가히 겨울 풍경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곳에 들른다면 건성으로 보지 말고 얼음 기둥에 좀 더 바짝 붙어 감상해보길 권한다. 그래야 직탕폭포가 들려주는 '겨울이야기'를 보다 자세히 들을 수 있다.
솜사탕 같은 얼음 덩어리... "맛이 어떨까"
폭포수가 낙하하다가 동장군에게 잡혀 켜켜이 겹겹으로 얼어붙은 모습은 마치 뭉게구름을 연상케 하기도 하고, 거대한 솜사탕처럼 보이기도. 얼음기둥 안에는 아직도 얼지 않고 흐르고 있는 폭포소리가 '쏴아~ 쏴아~' 들린다.
뭉개구름처럼 뭉쳐진 솜사탕 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포말 알갱이가 드라이아이스처럼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하얀 포말이 떨어지다 그대로 얼어붙은 모양은 마치 천연 아이스크림인 듯하다.
"아유! 저걸 한 컵 떠서 먹어보면 맛이 어떨까?""글쎄, 달콤하고 시원한 천연 아이스크림 맛이 나지 않을까?"얼음 위에 새겨진 애틋한 마음 '사랑해'
얼음 기둥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하얀 북극곰이 '으르렁' 거리며 튀어 나올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얼음 조각이 융기돼 다닥다닥 엉겨 붙은 모습은 마치 거대한 북극곰을 연상케 한다.
"저건 마치 북극곰처럼 보이네!""백곰의 앞 발과 가슴 같아!"폭포 밑에는 수많은 발자국이 겨울이야기를 잉태하고 있다. '꽃' '하트모양' '사랑해' 등 가지가지 사연이 빙판 눈 위에 수를 놓고 있다. 연인들이 데이트를 하다가 발자국으로 새겨 놓은 사연들이다. 내가 이곳을 찾은 날도 면회를 온 한 아가씨가 군인 아저씨와 데이트를 하며 얼음 위에 발자국으로 무언가를 새기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애틋하게 보인다.
눈을 들어 주상절리(柱狀節理)를 바라보자. 주상절리 절벽에 흘러내리다 그대로 얼어버린 물줄기가 마치 용암처럼 보인다. 한탄강은 뜨거운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강으로 예로부터 '큰여울' '한여울'로 불렸다.
협곡의 절벽에는 다각형의 주상절리 돌기둥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용암이 흐르다가 냉각과 응고에 따라 부피가 수축되며 생긴 다각형의 돌기둥. 그 돌기둥들이 얼음기둥과 어울려 기묘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겨울 여행의 백미, 바로 여깁니다
한탄강을 따라 펼쳐진 빼어난 절경을 바로 곁에서 만져보고 지켜보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다른 계절에는 굽이치는 강물 탓에 멀리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폭포와 강물이 꽁꽁 얼어붙은 한탄강은 놀라운 풍경을 선물한다.
얼어붙은 강물을 따라 직탕폭포-송대교-승일교-고석정에 이르는 '한탄강 얼음트래킹'은 한탄강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겨울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 한탄강 얼음트래킹 : 통상 직탕폭포-석정 구간 5.8km로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안전을 위해 반드시 가이드와 동행해야 한다. 스틱과 아이젠은 필수. 곳곳에 위험구간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문의 철원군청 관광문화과 033-450-5365·철원평화관광033-455-8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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