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목사, 신부, 스님 등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징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어 8일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규정해 과세하는 방안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달 안에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손 들고 환영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종교인(개신교 목사)이다. 그동안 한국개신교는 '목사는 노동자가 아니다', '이중과세', '정교분리' 등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종교인 과세를 반대했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제38조)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목사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러므로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다. 당연히 소득이 있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특권'이다. 세금 내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불평등이다. 그리고 우리 세법 어느 조항도 목사는 비과세 대상이라고 명시하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난 2006년 국세청이 기획재정부에 종교인 과세에 대한 질의를 보냈다. 정부는 답변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난해 3월 19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머니투데이방송 인터뷰에서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 관점에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원칙적으로 과세가 되어야 하고 지금까지 느슨했던 과세 현실을 감안해 (세금 부과를) 시작한다는 것이 명확하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 종교인 과세에 물꼬를 텄다.
국세청 질의 후 6년만에 정부가 종교인 과세에 반응을 보였고, 이어 열 달 만에 입법예고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종교인 과세가 현실화되면 우리나라 세법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될 것이다.
사실 목사에게 근로소득세를 물려도 실제로 세금을 내는 목사는 생각보다 적을 것이다. '개신교=물질만능주의', '목사=먹사'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한 달 월급이 150만 원도 안 되는 이들이 많다. 종교인 과세가 현실화되어 목사도 세금을 낸다면 과세대상이 10~20%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사실 목사나 전도사·스님·신부님·수녀님 등 성직자 중 80~90%는 소득세를 매길 수도 없을 정도로 소득 수준이 낮은 면세점 이하 계층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 2012. 03. 21. <서울경제> <성직자 대부분 면세점인데… 수입 몸통 종교단체에 타깃을>내 주위 약 30명 목사 중 200만원 이상을 받는 이는 10명 남짓이다. 어떤 목사는 장애인 도우미로 벌이를 한다. 아니면 사모가 아르바이트를 한다. 연봉 1억 원, 10억 원 받는 '고액 목사', '정규직 목사'도 있지만 '88만 원 목사', '비정규직 목사'가 더 많다.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이들은 1년 예산이 수십억, 수백억 원 되는 교회를 물려 받고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목사들이다. 왜 그들이 종교인과세를 반대하는지 알 것이다. 과세 이전에 하나님 앞에서도 정직한 일이 아니다. 아들에게 엄청난 재산을 물려주면서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것, 있을 수 없다. 종교인 과세를 환영하는 이유다.
지금도 자진해서 소득세를 내는 종교인들이 많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개혁실천연대, 나눔과셈, 바른교회아카데미, 재단법인 한빛누리가 2005년 한국교회의 재정 건강성 증진을 통한 온전한 교회로서의 대사회적 신뢰회복을 목표로 결성한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지난해부터 '목회자 소득신고 지원운동'을 하고 있다. 목사들이 소득신고를 자진 신고함으로써 세금을 내자는 취지다.
종교인 과세를 통해 이제 목사는 '먹사'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목사가 소득세를 낸다면 목사들 월급이 투명해질 것이다. 물론 소득을 신고해야 한다. 비과세 대상이 되기 위해 월급을 낮게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더 큰 비난을 자초하는 일이다. 하나님을 속이는 일이고, 국민을 속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목사님들 이제 세금 냅시다!"
▲목회자 소득신고 방법 ⓒ 교회재정건강성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