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농성을 벌이며 현대자동차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현대자동차가 법적으로 강력 대응하는 것을 본 현직 부장판사가 비록 가상이지만 법률적 조언으로 노동자들의 절규를 보듬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8일 자신의 트위터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께서도 가처분신청하면 어떻게 될까?"라며 "'현대차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규직 인사발령을 하라. 이를 어기면 1일 1000만 원으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런 식으로…"라고 조언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어 "현대차 송전탑 농성장 강제철거 집행 무산을 보고"라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타까움을 보고 위로하기 위해 올린 글로 보인다.
사건은 이렇다. 한국전력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주차장 송전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 중인 최병승(37)씨와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지회(사내하청 노조) 천의봉 사무국장에 대해 퇴거단행 및 출입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명촌주차장에 천막 등을 설치하고 고동농성을 벌이는 두 사람을 보호하고 있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불법집회금지 및 업무방해 등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울산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손현찬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송전철탑을 무단 점거해 한전이 송전 및 관리 업무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철탑 농성자 2명이 점유를 풀지 않을 경우 하루 30만 원씩을 한국전력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 결정으로 최병승-천의봉씨가 철탑에서 내려오지 않을 경우 오는 15일부터 1인당 매일 30만 원씩, 총 60만 원의 간접강제금(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 발생하는 비용)이 부과된다.
또한 재판부는 "현대자동차의 동의 없이 회사 주차장에서 불법집회나 시위할 수 없다"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명촌주차장 출입금지 제한과 불법시설물 철거를 명령했다.
이에 법원 집행관들은 불법시설물 철거 명령에 따라 1월 8일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주차장 송전철탑 농성장으로 가 농성 천막 10여개와 펼침막 등을 철거하는 강제집행에 나섰으나, 노조가 거세게 반발해 무산됐다.
이정렬 부장판사가 이날 올린 트윗은 이번 사태를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법적 강제력을 동원하는 현대자동차와 간접강제금으로 철탑 농성자들을 압박하는 한전을 질타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