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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윤창중 대변인이 브리핑을 마친뒤 취재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으며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자료사진).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윤창중 대변인이 브리핑을 마친뒤 취재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으며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자료사진). ⓒ 유성호

"구체적인 업무보고 내용은 브리핑하지 않기로 했다."

11일 윤창중 인수위원회 대변인의 정부부처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이행 여부와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업무보고를 비공개로 하겠다는 윤 대변인의 말에 기자회견장은 술렁거렸다. "왜 공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책 혼선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윤창중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과 복도에서의 '백그라운드 브리핑'(배경설명)을 합쳐 32분 동안 업무보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국민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업무보고 내용이 공개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윤 대변인은 "그만 하자"며 자리를 피했다. 기자들은 "5공이다, 5공" "5공보다 더 심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해 7월 공개·공유·소통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 3.0'이라는 이름의 투명한 정부 운영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보공개 대폭 확대·공공정부의 개방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박근혜 인수위가 보안을 강조하며 업무보고까지 비공개로 함으로써 박근혜 당선인이 '투명한 정부' 공약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 알 권리 생각 안하냐" 비판 봇물에 자리 피한 윤창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부처별로 업무보고를 받는 절차에 돌입한 11일 오전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과 경제2분과 인수위원들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내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중소기업청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부처별로 업무보고를 받는 절차에 돌입한 11일 오전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과 경제2분과 인수위원들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내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중소기업청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11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는 중소기업청(경제2분과), 보건복지부(고용복지분과), 국방부(외교국방통일분과), 문화재청(여성문화분과), 기상청·환경부(이하 법질서사회안전분과)의 업무보고가 진행됐다. 이들 부처는 박근혜 당선인이 강조하는 중소기업·복지·안보 등을 담당하는 부처들이다.

특히,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중에서 소요재원 등의 문제로 공약 실행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4대 중증 질환 100% 국가 부담' '군 복무 기간 단축' 등에 대한 복지부와 국방부의 보고 내용에 큰 관심이 쏠렸다.

이날 오후 3시께 윤창중 대변인은 1시간 뒤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을 할 것이라 예고했다. 오후 4시 기자회견장에 선 윤 대변인은 업무보고 내용 비공개를 천명했다. 그는 "인수위원회가 부처별 업무보고에 대해 언급할 경우 국민들게 불필요한 정책적 혼선을 불러오기 때문에 가급적 신중하게 공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들께 정책적 혼선과 혼란을 드리게 될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훼손돼 결과적으로 정부정책 실행력에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부처별 업무보고에 대한 언급이 신중할 수밖에 없음을 깊이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인수위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을 당장 하겠다고 결정을 내리거나 새로운 정책을 생산하는 기구가 명백히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정책을 만드는 과정이 공론장에서 논의되고 검증되는 것은 민주주의와 국민 알 권리의 기본 전제로 받아들여진다. 기자들이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자, 윤창중 대변인은 "(업무보고 내용을 공개하면) 정책적 혼란과 혼선을 불러일으킨다"는 말만 반복했다.

윤 대변인은 업무보고가 '업무보고 → 분과위 검토 → 국정기회조정분과위 제출 → 국정기획조정분과위 종합 → 당선인 보고' 등의 5개의 과정을 거친다며, 관련 내용은 추후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20분간의 공식 브리핑이 끝난 뒤 기자들은 배경설명을 듣기 위해 기자회견 장 바깥에서 윤 대변인을 둘러쌌다.

"국민의 알 권리는 생각 안하는 것이냐?"는 지적에 윤 대변인은 기자의 소속과 이름을 물어본 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이런 정책을 취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기자들의실소가 터져나왔다. "만약에 국토부에서 철도 민영화를 하겠다고 보고하면, 나중에 그 사실을 발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윤 대변인은 입을 닫았다. 그는 이내 자리를 피했다.

과거 인수위는 업부보고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2008년 1월 2일 이명박 인수위의 첫 번째 업무보고 부처는 교육인적자원부였다. 당시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업무보고 뒤 브리핑을 통해 "교육부의 대학입시 관련 업무를 대학협의체로 넘기기로 했다"며 새 정부의 기조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명박 인수위는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무리하게 '공약 뒤집기'를 요구해 비판이 있었다.

곧 국민행복제안센터 개설... 과거 인수위에 비교하면 '소통의 후퇴'

한편, 윤창중 대변인은 국민 소통 기구인 국민행복제안센터 누리집을 곧 개설한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인증방법과 3일 동안 민원 절차 완료 등의 특징이 소개됐다. 하지만 과거 인수위와 비교하면 '소통의 후퇴'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무현 인수위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 국민제안센터를 만들어 장관급 각료에 대한 인사 추천을 받았다. 이명박 인수위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해 1월 1일 국민성공제안센터를 열었다.


#윤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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