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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천암은 1988년 화산면과 황산면을 잇는 방조제로 조성된 간척지다. 1994년부터 농사를 지었고, 이후 새들이 날아들었고, 철새들도 쉬어가는 곳이 되었다.
고천암은 1988년 화산면과 황산면을 잇는 방조제로 조성된 간척지다. 1994년부터 농사를 지었고, 이후 새들이 날아들었고, 철새들도 쉬어가는 곳이 되었다. ⓒ 김동수

창고가 천개라는 '고천암'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새들 쉼터입니다. 전남 해남군에 따르면, 고천암은 1988년 화산면과 황산면을 잇는 방조제가 조성으로 만들어진 간척지로 1994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먹을 것이 풍부해지자 새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50만평 갈대밭은, 생물과 새들이 살아가기 좋은 환경으로 텃새만 아니라 나그네 새들이 쉬어가는 풍요로운 중간 기착지가 되었습니다.

천연기념물인 황새. 먹황새 및 국내 최대 갈대밭에서 펼쳐지는 보호조류인 가창오리의 군무와 낙조는 철새탐조객과 사진작가들에게 최고로 손꼽히는 명소라고 해남군은 자랑하고 있습니다.

 고천암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철새들
고천암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철새들 ⓒ 김동수

 이들은 어디서 날아와 어디로 날아갈까요? 하늘을 자기 마음대로 나는 새들이 참 부럽습니다.
이들은 어디서 날아와 어디로 날아갈까요? 하늘을 자기 마음대로 나는 새들이 참 부럽습니다. ⓒ 김동수

새들이 놀랄까봐, 조용히 지나갔지만 민감한 녀석들은 금방 하늘로 날아 올랐습니다. 고천암에는 가창오리가 많이 날아오는 데 해넘이 때는 수만, 수십만 마리가 군무를 이룬다고 합니다. 비록 수만, 수십만 마리 군무는 보지 못했지만, 수백마리가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날아오르는 새들을 보면서 참 부러웠습니다. 새들은 날고 싶으면 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났다고 생각하지만 하늘을 나는 새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껏 먹다가 작은 인기척에 놀라 힘차게 하늘로 날아 올랐습니다.

 날아오르는 철새들. 수십만 마리 군무는 아니지만. 환호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날아오르는 철새들. 수십만 마리 군무는 아니지만. 환호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 김동수

 새들이 정말 예민했습니다. 아주 멀리 있었지만 작은 소리에도 날아 올랐습니다.
새들이 정말 예민했습니다. 아주 멀리 있었지만 작은 소리에도 날아 올랐습니다. ⓒ 김동수

하늘로 날아 오른 이내 논에 내려 앉아 먹이를 쪼아 먹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늘로 날아 올랐습니다. 먹을 것이 풍부한 고천암은 새들 쉼터이자, 생명터였습니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만든 간척지였지만, 이내 새들이 먹을거리도 풍부해진 것입니다. 새들이 많다는 것은 사람들이 살아가기도 풍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들 쉼터와 생명터인 고천암은 사람들이자, 생명터였습니다. 새와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개발논리로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미련한지 알 수 있습니다. 파괴는 결코 생명을 낳을 수 없습니다.

 어떤 녀석은 날아오르고, 어떤 녀석은 아직 먹이를 조아 먹고 있습니다.
어떤 녀석은 날아오르고, 어떤 녀석은 아직 먹이를 조아 먹고 있습니다. ⓒ 김동수

 수백마리가 날아 오르고 있습니다.
수백마리가 날아 오르고 있습니다. ⓒ 김동수

고천암 텃새와 나그네 새들은 말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곳은 사람들도 살 수 있고, 우리가 살 수 없으면 사람도 살 수 없다고 말입니다. 내려앉았던 새들이 다시 날아 올랐습니다. 고천암은 쉼터이자, 생명터였습니다. 사람과 새들이 더불어 사는 길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눈 앞에 있었습니다. 

 하늘 높이 날아. 수 천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새들. 사람이 보기에 미천하겠지만 오히려 사람보다 더 행복할 수 있습니다.
하늘 높이 날아. 수 천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새들. 사람이 보기에 미천하겠지만 오히려 사람보다 더 행복할 수 있습니다. ⓒ 김동수



#고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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