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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31일 해직된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본사 올레스퀘어 정문에서 보복해직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참석자들과 함께 투쟁을 외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해직된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본사 올레스퀘어 정문에서 보복해직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참석자들과 함께 투쟁을 외치고 있다. ⓒ 조재현

"제 생각에는 박근혜 후보의 당선되면서 대기업들이 '이제 마음껏 탐욕을 부려도 된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해고된 것도 그런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2월 28일 해고된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이 KT가 본사가 아닌 인수위원회 앞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는 이유다. 단순한 해고가 아닌 정치적인 정황과 관련된 해고라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1인 시위를 한다는 이야기.

이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16일 허리질환으로 입원한 뒤 진단서를 첨부해 제출했지만 KT는 징계위를 열어 그를 무단결근과 무단조퇴라는 이유로 해고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월 7일부터 복직을 요구하며 인수위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14일 오후 8시께 안양 모처에서 이 위원장을 만났다.

그가 말하는 '정치적인 정황'의 핵심은 박 당선자의 공약인 '경제민주화'에 있다. 경제민주화 의지를 기업인들이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맘껏 탐욕을 부린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박 후보가 당선되자마자 노동자 5명이 자살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박 당선인 측에서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노동자들이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제가 겪은 일만 봐도 사실 경제민주화를 우습게 보는 건 노동자들이 아니라 자본가입니다.

진보·보수 간 노선 차이는 있지만,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대기업을 좀 제어하자'는 것이잖아요. 대기업들의 횡포·탐욕을 제어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안 되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대선 끝나자마자 용역을 투입하지 않나, 저처럼 해고를 시키지 않나... 제가 박 당선인에게 드리고 싶은 얘기는 경제민주화 의지를 우습게 보는 건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이라는 것입니다."

이 위원장은 박 당선인을 만나 이를 알리고 싶어한다. 그는 박 당선인을 만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그에게 보낼 영상편지를 구상하고 있다.

그가 KT에서 해고된 이유가 그의 주장대로 '정치적인 정황'과 관련이 깊다면,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어땠을까. 이 위원장은 지금도 회사에 다니고 있을까.

"회사를 다니고 있었으리라 봅니다. 문 후보가 당선됐다면 아무래도 대기업들이 조심스럽게 행동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해고를 포기했을 수도 있고요. 대선이 끝난 바로 다음날(20일) 회사로부터 징계출석 요구서를 받았습니다. 그로부터 약 1주일 만에 해고 됐고요. 이런 점만 봐도 회사가 대선이 끝나기를, 대선 결과가 나오길 기다렸다는 정황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무단결근? 그건 핑계... 사실은 보복성 해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 ⓒ 이민선
이 위원장을 해고 시킨 회사 쪽의 명분은 '무단결근'이다. KT는 "이 위원장이 비합리적인 사유로 병가신청 없이 무단결근과 조퇴를 했기 때문에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것"이라며 "징계위원회 회의 결과 해임조치를 했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러한 KT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무단결근은 핑계일 뿐 사실은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가 국제전화가 아니었다'고 폭로한 공익 제보에 대한 보복성 징계"라고 주장했다.

"복무 문제로는 해고할 이유가 없었어요. 회사가 하라는 대로 진단서를 제출했고, 입원하라고 해서 정형외과에 입원했습니다.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줬는데도 결국 결근 처리를 한 것이거든요. 업무적으로는 단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어요. 제주 7대 경관 문제 가지고 보복했다고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가 없어요,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복 해고죠."

그는 재작년 KT가 주관했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 당시 사용된 001 번호는 국제전화가 아니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전화투표가 해외 전화망 접속 없이 국내 전화망 안에서 신호 처리를 종료하고도 이용자들에게 국제전화요금을 청구했다고 고발했던 것. 

고발의 정당성은 감사원이 입증했다. 지난 4일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KT가 전화 상대방에 국제전화 수신자가 없는데도 001 국제전화번호를 사용하는 등 정보통신사업법과 세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방송통신위원회에 통보했다.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방송통신위원장에게도 주의를 촉구했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는 그를 3년째 치료하고 있는 한의사 동의한의원 박호 원장이 동석했다. 박 원장은 그의 건강상태를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허리가 좋지 않았습니다. 앉아있기도 힘든 적이 많았어요. 척추 수술 분야에서 최고라는 한 병원에서도 '척추내장염'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치료하기 힘들다고 했다는 말을 들은 지 오래라고 했습니다. 이 위원장이 보여준 그 병원의 MRI(자기 공명 단층 촬영 장치) 사진에는 새카맣게 타버린 것 같은 디스크가 나와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 위원장은 지난해 2월에 국제 전화요금 청구 의혹을 폭로했고, 7월에 집(안양)과는 시외버스로 2시간 반 거리인 가평지사로 발령이 났습니다. 저는 이 위원장 허리 상태로 볼 때, 장거리 출퇴근이 불가능하고 계속 출퇴근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충고해줬습니다."

박 원장에 따르면 그는 꼼짝하기도 어려운 지경이 돼 병원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도저히 출근하기 어려운 상태라 판단해 병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진단서를 발급해줬다. 하지만, KT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를 무단결근으로 처리하고 해고시켰다. 박 원장에 따르면 KT는 무단결근의 근거 중 하나로 '신빙성이 없는 진단서를 제출했다'고 했단다. 박 원장은 "한의사는 의료법상 지위를 갖는데, 국가고시를 통과한 의사의 진단을 믿을 수 없다면 KT는 무엇으로 환자의 건강에 대해 판단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두 번째 해고... "KT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

이 위원장은 지난 1989년에 KT에 입사했다. 대학 재학 당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다녀온 뒤 공장에 위장취업 했다가 1987년에 쫓겨났다. 그는 국영기업에서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당시 최대 국영기업인 한국통신(한통·KT의 전신)에 입사했다.

그가 겪은 해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 1995년 공기업의 임금가이드라인을 없애고 민영화 반대투쟁을 하다가 첫해고를 당했다. 이후 그는 12년 동안 해직자 신분으로 살았다.

그러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원회가 열려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것을 인정받고 2007년에 복직했다. 하지만, 5년 만에 다시 한 번 해고를 당한 것. 그는 "첫해고보다 이번 해고가 훨씬 더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첫 번째 해고될 때는 노동운동이 막 올라오던 시절이었고, 나이도 어렸어요. 또 언젠가는 복직될 것이라는 믿음이 아주 강해서 그렇게 마음이 아프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해고되면서 분노도 분노지만 회한 같은 게 정말 많이 생겼어요. '내 평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KT가 이 지경이 되는구나' 생각했죠. 그리곤 '이렇게 거짓말하고, 국민을 속이고, 진실을 말한 사람에게 보복하는 걸 내가 바로 잡았어'라고 다시 돌아가 웃으며 말할 수 있을까 하는 믿음이 솔직히 없어요. 그래서 회한이 많아요."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 ⓒ 조재현

향후 그의 계획은 무엇일까.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에서 이 문제를 굉장히 크게 보고 있어요. 공익제보에 대한 보복이라 큰 문제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분들 도움받아서 복직 투쟁을 할 생각입니다. 복직도 복직이지만, 민영화 이후 KT처럼 국민 등골 빼먹는 기업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활동할 계획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KT 노동자라면 누구나 회한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 그런 KT를 바로 잡기 위해 큰 틀에서는 공공 기능을 육성·강화하고, 그다음에 노동 인권을 보장하는 경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감시하고, 견제하고, 사회 연대하는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진단서가 발급된 날짜는 2012년 10월 15일이다. KT 홍보팀 김아무개 팀장이 말한 '3년 된 진단서'는 사실이 아니었다.
진단서가 발급된 날짜는 2012년 10월 15일이다. KT 홍보팀 김아무개 팀장이 말한 '3년 된 진단서'는 사실이 아니었다. ⓒ 박호 제공
한편, 이 위원장 주장에 대한 KT측 반론을 듣기 위해 지난 15일 오전 경기도 분당에 있는 KT본사에 방문했지만, 담당자를 만날 수는 없었다. 안내 데스크를 지키는 직원에게 인사 담당 부서에게 들어가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3층 이상은 직원만 들어갈 수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인사 담당 부서는 16층이다.

이에 인사담당 직원과의 통화를 요청했으나 "직원 이름을 알아야 통화할 수 있다"며 직원의 이름을 알아오라고 했다. 어렵게 수소문해서 인사담당 김아무개 상무와 안내 데스크에서 통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 상무를 만날 수는 없었다. 김 상무는 분당이 아닌 서초동에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서초동으로 이동하는 도중 김 상무는 "그 문제(이 위원장 해고 문제)는 홍보실에서만 답변할 수 있다"고 전화로 통보했다. 자신은 답변할 수 없다는 것.

이후 광화문에 있는 KT홍보실에 방문해 담당자를 만나려 했지만 홍보실 담당자도 "현재 외부에 있다"며 만나기 어렵다는 뜻을 전화로 전해왔다. 결국 반론은 지난 16일 오후에 전화로 들을 수 있었다. 홍보실 김아무개 팀장은 "이씨가 3년 된 진단서(2009년) 한 장 제출하고 약 19일 동안 무단결근했다"며 보복성 해고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팀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 진단서를 발행한 동의 한의원에 의뢰해 확인한 결과 진단서의 발행일은 2012년 10월 15일이었다. 김 팀장이 언급한 '2009년'은 이 위원장이 요통을 앓고 있다고 최초로 진단을 받은 '최초 진단일'이었다.


#이해관#KT#무단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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