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어, 옛 정취가 가득한 데다가 이름의 느낌이 좋다. 풍성하게 한상 받을 것만 같은 예감이다. 남도 미식여행은 늘 이렇게 여행자들의 마음을 달뜨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집의 상차림은 맛돌이의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푸근하고 정감어린 한옥집의 방에 앉아 거나하게 한상 받았다.
생선구이(1인 8000원)다. 상차림이 근사하다. 단호박 부침개와 양파전의 구수한 향기가 침샘을 자극한다. 알토란과 새꼬막무침·굴무침·도라지무침·우엉·토란잎나물·느타리버섯과 배추나물 등의 반찬이 정갈하다.
예전에 이곳을 한번 소개한 적이 있다. 생선구이를 주문했는데 대구탕이 푸짐하게 나와 잠시 어리둥절케 하더니 역시 예전 그대로 변함없이 풍성하다. 넉넉한 대구탕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 해치우겠다.
생선구이까지 받고나면 그 오지고 푸진 맛에 혀를 내두른다. 단돈 8000원에 좌우에 6찬씩 12찬이 차려지고 대구탕과 생선구이까지 내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풍어', 그 이름만큼이나 상차림이 풍요롭다. 1인 2~3만 원 하는 남도한정식 상차림이 전혀 부럽지 않다.
보글보글 대구탕 끓는 소리가 미각을 자극한다. 먼저 미나리와 콩나물을 건져 초장소스에 먹는다. 미나리 향기와 아삭한 콩나물의 식감이 먹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뜨끈한 대구탕 국물에 얼었던 몸이 스르르 풀린다.
생선구이 맛도 제대로다. 구이에 양념장을 적절하게 끼얹어 갈치와 조기 맛의 특성을 잘 살려냈다. 생선구이 단일메뉴를 주문해 대구탕에 생선구이까지 먹을 수 있으니... 이거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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