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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섭 KBS 심의실장이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다룬 다큐프로그램을 유례없이 강도 높게 심의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김현석, 아래 KBS 새노조)는 그의 행동이 "사전 검열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KBS 새노조의 21일 성명서에 따르면, 황 심의실장은 지난 19일 오전 갑작스레 다음날 방송 예정인 <다큐멘터리 3일> '다시 와락! 벼랑 끝에 희망 찾기(아래 와락)'편 심의를 해야겠다며 여러 명의 심의위원을 불러내 '다중심의'를 했다. 다중심의는 여러 명의 심의위원이 의견을 내는 것으로, 문제가 될 만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남철우 KBS 새노조 홍보국장은 "보통 심의위원들이 사전심의에서 의견을 내고, 방송 후 모니터요원 등이 사후 모니터 보고서를 낸다"며 "필요하다면 다중심의를 할 수는 있지만, 사람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다큐멘터리 3일>이 다중심의를 받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와락'편은 이미 예고편까지 나간 상황이었다.

당시 황 심의실장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철탑 농성이나 자살 관련 내용을 빼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왜 <다큐멘터리 3일>에서 이 소재를 다뤄야 하냐며 간부들을 압박했다고 한다. 그는 방송이 나가기 전, 프로그램의 내용을 문제 삼아서 수정하거나 '방송 불가'판정을 할 때 열리는 '심의지적평정위원회'의 소집도 요구했다. 하지만 심의지적평정위원회는 실제로 열리진 않았고, '와락'편은 예정대로 방송됐다.

KBS 새노조 "쌍용차 다큐, 마녀사냥식 검열"... 심의실장 "소임 다했을 뿐"

 1월 20일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3일> '다시 와락! 벼랑 끝에서 희망 찾기'편의 한 장면.
1월 20일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3일> '다시 와락! 벼랑 끝에서 희망 찾기'편의 한 장면. ⓒ KBS

KBS 새노조는 "아무도 문제가 없다는데 심의실장 혼자 생떼를 쓰며 프로그램을 비방했다"며 이번 사건은 황우섭 실장이 임명될 때부터 충분히 예견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지난해 5월까지 관리자급 직원들이 참여한 '공영노조' 위원장일 때 사내게시판에서 새노조를 꾸준히 비방했고, 중국 국가를 작곡한 광주 출신 음악인 정율성씨를 다룬 프로그램의 불방을 주장한 사례도 들었다. 이어 "황 심의실장은 과거 했던 마녀사냥식 행위처럼 비상식적인 검열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그의 사과와 사퇴도 요구했다.

황 심의실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쌍용차 철탑 농성 내용 등을 빼자고 했다는 것은) 오해며, 저는 그런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을 좀 더 면밀하게 심의할 필요가 있을 때는 심의위원이나 데스크가 '다중심의'를 요청할 수 있어 제가 요청한 것이고, 프로그램이 19일에 완성돼 그날 다중심의를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심의지적평정위원회 소집을 요구한 것 역시 "다중심의 결과에 따라 필요할 수도 있는데, 휴일이었던 만큼 혹시 (회의 소집을 못할 수 있어) 미리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철탑 농성이나 자살자 관련 내용을 언급한 까닭은 "(철탑이) 송전선 나가는 곳이니 위험하고, 자살자도 그렇고 다 심의에 저촉될 우려가 있어 문제없도록 하자는 뜻이었다"며 "저는 본인의 소임을 다했다"고 얘기했다.


#쌍용차#와락센터#KBS#KBS 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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