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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이마트의 노조 탄압 및 불법 사찰이 연일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무노조 유지를 위한 삼성SDI의 불법적인 노무관리가 전직 인사차장의 증언으로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삼성SDI의 노무관리 실태는 지난 2004년 7월 휴대전화 불법복제 고소 사건 등으로 세상에 알려졌으나 2009년 3월 21일 공소시효 만료로 수사가 끝나면서 흐지부지 되는 듯했다. 오히려 그사이 이를 고소한 노동자들이 구속되고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등 반대급부 현상이 나타났었다.

하지만 당시 삼성SDI 인사부서에 근무했던 최아무개 인사차장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삼성일반노조에 삼성의 불법노무관리를 증언했고, 삼성일반노조는 지난해 11월 삼성 이건희 회장 등 9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해 수사가 진행중이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삼성의 불법 노무관리가 이번에는 드러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2년 11월 19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고소 기자회견. 삼성일반노조는 서울중앙지검에 이건희 회장 등 9명을 고발했다.
2012년 11월 19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고소 기자회견. 삼성일반노조는 서울중앙지검에 이건희 회장 등 9명을 고발했다. ⓒ 삼성일반노조

삼성SDI 노동자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노조설립 시도했지만... 

군부독재를 연장하기 위해 전두환이 1987년 4.13 호헌조치를 발표한 후 노태우는 잠실체육관에서 민정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1987년 6월 10일이다. 하지만 이날 참다못한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 나왔다. 6.10 민주항쟁이다.

6.10 민주항쟁은 급기야 노태우의 6.29선언이라는 항복을 받아냈고, 이후 억눌렸던 국민들의 욕구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분출은 그동안 업종에 관계없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던 전국의 노동자들이었다. 1987년 8월부터 3년간 지속된 노동자 대투쟁의 시발점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진원지는 울산이었다. 수만 명의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대투쟁의 선두에 섰다. 그들은 차량을 앞세워 시가지를 행진하고 꽹과리를 치며 노동의 자유를 외쳤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같은 시간,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라는 거대 사업장 뿐 아니라 울산에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 내에서도 민주노조설립을 외친 노동자들이 있었다. 사세가 급속히 확장되던 삼성전관 양산공장(현 삼성SDI 부산공장, 이하 삼성SDI)노동자들이다. 당시 수백 명의 삼성 노동자들이 공장내에서 회사측과 대치하며 노조설립을 요구했던 것.

당시 삼성SDI는 전 세계적인 컬러TV시장 호황에 힘입어 브라운관 생산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었다. 회사는 저임금을 발판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 직원을 대거 채용하면서 한때 삼성전관 양산공장에서만 직원이 9000여 명에 달했다. 전국 각지에서 고졸 생산직이 우후죽순 모여들던 때였다. 이들이 노조설립 자유를 외쳤던 것,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어느 사업장이든 회사측의 노조설립 방해가 극심했다. 어용노조를 앞세워 노조설립 신고를 선점하는가 하면 노조설립에 앞장섰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구속되고 폭행당했다.

그로부터 26년이 흐른 지금, 결론적으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는 수만 명의 노조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의 노조가 되어 우리나라 노동계의 흐름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SDI는 여전히 노조가 없다. 여기다 더해 1987년 노동자대투쟁 당시보다 노동자의 수가 5분의 1로 줄었다. 하지만 이에 저항하는 파업은 물론 세상의 주목을 끄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삼성SDI의 노무관리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삼성SDI는 어떻게 노무관리를 했을까?

 지난 2007년 10월 15일 울산시가지에서 '비정규직 철폐' '원직복귀' 를 요구하며 삼보일배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SDI 비정규직 하이비트 노동자들.
지난 2007년 10월 15일 울산시가지에서 '비정규직 철폐' '원직복귀' 를 요구하며 삼보일배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SDI 비정규직 하이비트 노동자들. ⓒ 박석철

삼성SDI의 노무관리는 언론을 통해 세상에 좀처럼 알려지지 않는다. 현대차노조나 비정규직노조의 문제가 연일 대서특필되는 것과는 판이하다. 삼성SDI에는 노조 대신 노사협의회가 있어 일부 노사협의회 노사위원의 실태가 간간히 세간에 알려졌을 뿐이다.

대표적인 예가 해고되고 구속되는 등 고충을 겼었던 송수근 전 노사위원의 사례다. 그는 1998년 회사측의 구조조정을 저지하려다 해고된 후 가정이 풍비박산났다. 해고된 후에도 미행, 감시를 당한 것은 물론 그를 포함한 상당수 현장노동자들이 휴대전화 위치추적까지 당하는 고충을 겪었다. 하지만 법은 달랐다. 이를 폭로한 노동자는 구속되고 삼성측은 무혐의 처리되는 결과로 나왔다.

삼성SDI는 브라운관 시장이 급속히 악화되자 9000여 명에 달하던 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당수를 사내화청화 했고, 그 사내하청마저 점차 해고되면서 일부 사내하청 여성노동자들이 울산 시가지에서 노숙을 하며 1년간 저항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3월부터 1년간 삼성SDI의 폭압적 노무관리를 규탄하는 한편 비정규직 철폐와 복직을 요구하며 노숙농성과 삼보일배 등으로 항변한 삼성하이비트 여성노동자들이다. 하지만 이제 이들을 기억 조차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쟁점화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노무관리에 참여했던 회사측 인사담당자인 전 삼성SDI 최아무개 차장이 노동자들에 대한 미행, 감시, 도감청 실태를 증언한 것. 삼성일반노조는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 이를 바탕으로 이건희 회장 등 9명을 고소한 것.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얼마전 검찰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았고, 검찰도 엄정한 수사를 하겠다고 했다"며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불법적인 노동자 탄압과 불법적인 로비로 유지된다는 사실이 가해자의 실토로 의혹이 아닌 그 실체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위한 탄압은 노동자 개인은 물론 가정을 파괴하고 인권유린과 사생활 침해를 자행하는 반노동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라며 "이번에는 반드시 실체가 규명되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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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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