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지엠(GM)이 지난해 2014년형 쉐보레 크루즈(J-400) 생산 계획에서 한국(=한국지엠 군산공장)을 배제하겠다고 결정한 것과 관련해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이하 한국지엠지부)'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국지엠지부는 22일 제68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한국지엠 미래 발전과 고용 안정을 위한 특별 단체교섭 요구안'을 참석 대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당장은 크루즈(J-400) 생산 중단 결정에 따른 대응이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지엠의 한국 토착화를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군산공장의 위기는 향후 한국지엠이 직면할 미래를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쉐보레 크루즈, 미국과 유럽 등에서 생산 예정 한국지엠의 모기업인 지엠은 군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크루즈를 2014년형부터 생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에 미국, 유럽, 중국, 콜롬비아, 아르헨티나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크루즈 생산 중단은 군산공장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엠의 쉐보레 브랜드는 지난 한해 전 세계적으로 495만대가 판매됐다. 한국지엠에서 수출한 차량 65만 4937대가 대부분 쉐보레 브랜드를 달고 세계를 누비고 있다. 이중 크루즈는 11만 4820대다. 2011년 18만 5845대보다 준 실적이지만, 유럽 경제 위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크루즈는 한국지엠뿐 아니라 지엠에서 효자 역할을 했다.
2014년형 크루즈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큰 공을 세운 오하이오주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지엠은 지난해 8월 오하이오 로즈타운 공장에 2억 2000만 달러를 투자해 차세대 크루즈 생산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대선 최대 경합지역인 오하이오에 크루즈 생산을 유치한 오바마는 재선에 성공했다.
또한 지엠은 '판매지 생산' 원칙에 따라 크루즈를 유럽에서 생산에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군산에서 생산하는 크루즈의 상당 물량이 유럽 시장에서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년전부터 말로만 나왔던 한국지엠의 단순 하청 기지화 논란이 촉발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이어온 고용 불안이 노동자들에게 다시 엄습해온 것이다.
특히 한국지엠이 지난해 신차 8종을 출시한 것과 대조적으로 올해와 내년 신차 출시 계획은 쉐보레 트랙스를 제외하고 없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에서 신차 연구 개발도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신차 투입과 연구개발 기능 확대 강화 요구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한국지엠지부는 각 공장에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해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사다.
지엠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공장에서 물량 이전과 축소 전략을 구사해왔다. 한국에서도 물량 이전에 따른 생산량 축소가 예상된 만큼, 안정적인 물량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혹여 발생할 수 있는 '먹튀(=먹고 튀어: 자본 철수)'를 차단하겠다는 뜻도 내포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지부는 공장별 신차 투입을 요구했다. 임금ㆍ단체협약 교섭에서 장기발전 전망 제시를 요구할 때마다 언급한 물량 확보보다는 구체적이다.
공장별 신차 투입 요구를 자세히 보면, 부평공장은 캡티바와 아베오 후속모델을 요구했다. 군산공장은 크루즈 후속을, 창원공장은 스파크 후속모델을 요구했다. 신형 엔진과 미션의 한국 생산도 요구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기술연구소 기능 확대와 위상 강화도 요구할 계획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 10% 에서 멈춘 국내 판매 확대 방안으로 트랙스 디젤엔진 장착과 엔진과 미션 성능 개선도 요구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국내 부품사와 협력을 강화해 국내 부품 비율 확대를 통한 중소기업 지원, '향후 10년간 정리해고와 공장 폐쇄, 희망퇴직 실시 시 노조와 사전 합의'도 요구할 예정이다.
한국지엠지부는 "이번 특별단체교섭은 회사의 중단기적인 발전전략을 확보하는 투쟁으로, 연구개발, 생산과 판매의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해 중단기적 지속가능한 미래발전 계획을 확보해야한다"며 "향후 10년 한국지엠의 미래를 개척하는 의미"라고 밝혔다.
특별단체교섭에는 민기 지부장을 비롯해 각 지회 지회장과 정책실장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지엠 사측이 특별단체교섭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는 "특별교섭에 대해 사측이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면서 무력화하려는 꼼수를 부릴 수도 있다"며 "올해 임금협상 과정까지 특별교섭 내용을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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