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이거 진짜 공연 한 번 하고 나니, 연주가 훨씬 쉬워졌다.""허허, 이 사람 이러다가 또 하자고 하겠네.""어이, 거 무슨 말이야! 당연히 또 해야지. 선생님, 다음 달에 또 날 한 번 잡아볼까요?""아이고 좋고말고요. 공연은 하면 할수록 좋지요."첫 공연을 하고서 한 주 동안은 쉬었다가 다시 맞이한 합주 날, 그동안 어려워서 뒤로 제쳐 놓았던 곡을 새롭게 꺼내어 연주하는데, 생각 밖으로 멋들어지게 잘합니다. 아마도 그동안 공연을 준비하면서 애썼던 만큼 밴드의 연주 실력도 차츰 늘어가고 있나 봅니다.
술자리에서 갑자기 만들어진 밴드요즘 저희 부부가 함께 맡아서 가르치는 밴드가 있답니다. 그 이름부터 퍽 남다르지요. 이름 하여 '물구나무선 친구들'이랍니다. 밴드 이름만 듣고도 뭔가 멋진 얘깃거리가 있지 않나 생각되지요? 맞아요. 밴드단원들 나이가 모두 올해 51세 되는 분들인데, 그야말로 어릴 적 친구들이랍니다.
이 밴드가 처음 만들어진 때는 지금부터 두 해 앞선 2011년 2월 어느 날 술자리에서 누군가 먼저 꺼낸 말 한마디 때문에 시작되었답니다.
"야들아, 우리도 밴드 한 번 만들어보자.""밴드? 와 그거 좋지. 나이 더 먹기 전에 악기 하나쯤은 배워두면 좋지"라는 말로 시작하여 그럼 어떤 파트를 해볼까? 하고 얘기하다가 시작되었습니다."난 베이스기타!""그럼 난, 어릴 때 기타를 좀 만져봤으니까 일렉기타!""그럼 난 뭐하지? 아 좋다. 난 드럼!""하하하, 그럼 남은 건 키보드네. 경일이 니가 키보드 하면 되겄다."그렇게 해서 어느 날, 술자리에서 느닷없이 만든 밴드가 바로 지금의 '물구나무선 친구들'밴드랍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이렇게 멋진 밴드 이름도 없었고요. 막상 시작하기는 했는데, 어찌할 바를 몰라 덮어놓고 음악학원에 수강생으로 들어갔답니다.
학원에 등록해서 악기 연주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서로 시간도 잘 맞지 않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뜨거운 열정에 견주어 모든 환경이 여의치 않았다고 해요. 그러다가 아는 선생님한테 소개를 받아 저희를 만나게 되었고요. 그때부터 한 주일에 한 번씩은 합주 날을 정해서 합주를 했답니다. 우리 부부가 가는 날은 그동안 따로 개인연습을 했던 걸 합주를 하며 호흡을 맞추곤 했지요.
그러다가 또 반년이 지날 즈음엔, 단장님이신 베이스 기타 안인환 님과 퍼스트 기타 최성환 님의 아내들도 함께했지요. 또 다른 친구 한 분이 드럼으로, 또 한 친구는 보컬로 새롭게 합류를 했답니다. 그때부터는 월요일, 수요일 이렇게 이틀을 합주 날로 정했답니다.
열정이 넘치는 연습벌레 단원들모두가 하나같이 '연습벌레' 같았어요. 퍼스트기타를 연주하는 최성한 님은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몇 번이나 박혔다가 떨어지고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답니다. 그렇게 하니, 밴드에서 연주 전체를 리드해야하는 파트인데도 너끈히 그 몫을 담당하고 있답니다. 키보드를 연주하는 이경일 님은 그야말로 처음 시작할 때, '도레미'만 알고 했다는데 이른바 콩나물대가리(?)가 올망졸망하게 빼곡하게 그려진 그 어려운 악보도 연습에 또 연습을 거듭하여 반드시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고 말더군요.
또, 드럼을 맡은 두 분, 조용석, 김태영 님은 합주 날, 저희가 갈 때마다 연주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걸 알겠더군요.
또 한 분, 칭찬해주고 싶은 분이 바로 지금 밴드에서 리듬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김미영 님인데, 이분은 통기타로 시작했다가 우리 밴드에 들어오면서 처음으로 일렉기타로 바꾸어서 연주했지요. 참 놀라운 것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이해하고 따라오는 분이었어요.
밴드에서 단장 일을 하면서 저음을 맡고있는 베이스기타의 안인환 단장님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하게 기초를 쌓으면서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분이랍니다.
늘 연주하기에 앞서 손가락 푸는 연주를 하면서 기초를 매우 탄탄하게 다지고, 또 자기 악보의 음표를 입으로도 연주하며 박자를 맞추는 모습을 보면 참 바람직한(?) 연주를 하지요. 조금씩, 조금씩 연주 실력이 쌓이는 걸 보면 저희도 놀랄 때가 많았답니다.
밴드의 꽃인 보컬로 합류했던 박종욱 님은 감성이 풍부하고 감정표현을 노래에 잘 싣는 분이었어요. 공연을 두어 달 앞두었을 때, 회사에서 일이 생기는 바람에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공연 때엔 그 많은 곡을 멋지게 불러주시더군요. 모두가 하나같이 참 멋진 분들이랍니다.
51세 아저씨·아줌마들, 밴드 첫 공연을 하다
이렇게 시작하게 된 지 일 년 만에 이분들이 지난 12일, 멋진 첫 공연을 하셨답니다. 공연이라 해서 거창할 건 없지만, 가장 먼저 엄마와 아빠가 이런 음악을 하고 있단다! 하는 걸 식구들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족과 함께하는 발표회' 형식의 공연이었답니다.
처음에 저희가 맡았을 때 연주 실력과 견주어보면, 지금은 매우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답니다. 이분들 열정은 하늘을 찌른답니다. 개인연습이 없이는 합주를 절대로 할 수 없는데, 개개인마다 너나 할 것 없이 하루에 두 시간 이상은 꼭 개인연습을 했고요. 틈틈이 모여서 꼭 합주 날이 아니라도 합주를 해보면서 서로 맞춰 보곤 했답니다. 그 덕분에 딱 1년 만에 매우 놀라운 연주 실력을 갖추었답니다.
첫 공연, 나름대로 이분들한테는 무척이나 뜻깊은 시간이었지요. 처음엔 그다지 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여느 때처럼 합주하는 것처럼 연습하였지만, 알고 보니 첫 공연 두어 시간 앞두고는 몹시 긴장도 하고 말은 안 했어도 무척 설레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지요.
밴드 단원 식구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고, 먼저 다과상을 준비해서 오늘 공연을 하게 된 배경과 동기들을 이야기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답니다. 공연장은 늘 합주를 하던 합주실에서 펼쳤지요. 식구들을 모시고 하는 공연이기에 조금 좁기는 해도 처음부터 그럴싸한(?) 공연장에서 하기보다는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부담 없는 자리로는 아주 좋은 곳이지요.
'장고'라는 연주곡으로 1부 첫 '오프닝송'을 연주하는데, 관중의 눈빛에서 꽤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답니다. 만날 엄마 아빠가 밴드를 한다고 나가긴 했는데, 어쩌면 이렇게 눈앞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거예요. 나름대로 모두 눈빛이 살아있더군요.
1부와 2부로 나누어 공연한 곡이 모두 14곡이나 되는데, 거의 7080 노래 중심으로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답니다. 그 가운데에는 밴드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고, 나름대로 각 파트마다 연주 주법이 화려한 곡들도 있었지요.
'장고', '젊은 미소', '1982년', '나 어떡해','이차선 다리' 등은 화려하면서도 연주하기에 결코 쉬운 곡이 아니랍니다. 그런데도 한 곡 한 곡 멋지게 해낼 때마다 식구들의 손뼉 치는 소리와 환호는 높아지고 있었지요. 어쩌면 연습할 때보다도 더 멋지고 훌륭하게 연주해내는 모습을 보니, 저희도 무척이나 기쁘고 뿌듯하였답니다.
그동안 가르치는 대로 알차게 배우고 또, 단원들보다 나이도 훨씬 어린 선생인데도 잘 따라와 주었던 그 모습들이 하나둘 떠오르면서 가슴이 벅차오르고 뿌듯하였답니다.
친구들과 아름답게 늙어가는 연습을 하자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펼쳐졌던 공연이 끝나고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밴드가 연주하는 곡을 들으면서 '길가에 앉아서, 토요일 밤에' 메들리 곡으로 합창했답니다. 온 식구들이 함께 부르는 노랫소리에 흥겨움이 묻어나고 그 열정에 힘입어 앞으로 더욱더 멋지게 발전할 이 '물구나무선 친구들'밴드의 앞날이 훤히 내다보이는 듯했어요.
이번에는 처음으로 식구들 앞에서 펼친 공연이었지만, 더 나아가 멋진 무대에 서서 많은 관중들 앞에서 연주하고 노래할 그날이 떠올려집니다.
물구나무선 친구들 |
山 은 山 이 되고 天 은 川 이 되네 내 것인줄 알았던 네 것들
토해낸 주머니의 동전처럼 구르며 흥얼거려 본다 내 안에 태어난 하루를...
(山 은 山 이 되고에서 두 번째 山은 거꾸로 선 山이랍니다.) 물구나무선 친구들 밴드 걸개막에 쓴 글귀인데, 안인환 단장님께서 쓰셨다고 합니다. 뭔가 남다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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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다음 달에 또 날 한 번 잡아볼까요?"
"아, 그러셔도 너끈합니다. 그리고 백 번 연습보다 한 번 공연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건 꼭 기억하세요."첫 공연을 마치고 새로운 다짐으로 만든 '인터넷 다음카페
소개 글이 떠오르는군요.
"친구들과 함께 늙어가는 연습을 하자. 그 첫 번째, 악기에 도전한다."아름답게 늙어가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중년 아저씨 아줌마들의 이 뜨거운 열정만으로도 이분들의 앞날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있을지 보이지 않나요? '물구나무선 친구들' 이 밴드의 열정과 도전에 저 또한 크게 손뼉을 쳐 드리면서 여러분의 힘찬 응원도 부탁합니다.
'물구나무선 친구들'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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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차선 다리(물구나무선 친구들 연주) 영화 <복면달호>에서 차태현이 불렀던 '이차선 다리' 라는 곡. 연주가 무척 어려운 곡이라서 연습할 때도 애를 많이 먹었지만, 공연이 시작되니 깔끔하게 연주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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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현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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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다음카페 [물구나무선 친구들] (http://cafe.daum.net/handstandfriends) 밴드에 오셔서 힘찬 응원해주시면 고맙지요. 아마도 더욱 멋지고 아름다운 밴드가 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