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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장엔 13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2013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장엔 13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 신광태

"금년 축제에는 강추위도 있었고, 진눈깨비와 폭설도 내렸는데도 많은 관광객들께서 찾아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우리 화천군민들은 행복했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지난 27일 오후 6시 30분. 정갑철 화천군수는 2013 화천산천어축제 폐막을 선언했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그러다보니 수도권과 경기권 일원에 얼음낚시 등 유사한 축제들이 많이 생겼다. 군과 조직위는축제전 이로 인한 관광객 감소를 예견했다. 그런데 결과는 강원도에서 열린 다수의 겨울축제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관광객들의 감소 추세를 보인 데 비해 산천어축제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게 특징이다.

그 이유는 70%가 넘는 관광객들의 산천어축제 재 방문비율에서 찾을 수 있다. 재방문율은 2007년 28%, 2008년 45%, 2009년 49%, 2010년 60%(2011년은 구제역으로 축제 취소), 2012년 68%로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탔다. 고정 고객이 많아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비결이 뭘까. 한 번 다녀간 관광객들이 '지난해와 똑같네'라는 생각을 하면 식상해 할 수 있다. 따라서 매년 역동적인 프로그램을 신설해 나간 게 비결이라고 조직위 관계자는 말한다.     

네비게이션, 믿지 마세요

 주차 혼잡방지를 위해 '네비를 믿지 말라'는 아이디어도 생각했다.
주차 혼잡방지를 위해 '네비를 믿지 말라'는 아이디어도 생각했다. ⓒ 신광태

2013년도 산천어축제는 재미있는 일도 참 많았다. 그 현장을 되돌아 봤다.

산천어축제에 관광객들의 불만 중 하나는 부족한 주차공간이다. 학교 운동장을 비롯한 군부대 연병장까지 주차장으로 사용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한꺼번에 15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몰리니 이것 가지고도 턱없이 부족하다.

임시방편으로 강변 둔치를 주차장으로 조성했다. 그곳에서 축제장까지의 거리는 800여 m 정도. 즉 둔치에 차를 대고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주차안내원을 배치해 둔치로 안내해도 지시에 따르는 관광객들은 거의 없다. 대다수의 관광객들은 축제장까지 차를 몰고 들어간다. 그놈의 네비게이션 때문이다. 또 축제장 가까운 곳에 차를 주차해야 편리하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겠다. 결국 주차공간이 없어 축제장 주변을 몇 바퀴 빙빙 돌다 주차관리 요원에게 화풀이를 한다.

"아무리 둔치 쪽으로 안내해도 거들떠보지도 않은 관광객을 둔치 쪽으로 안내할 방법은 없을까."

교통을 담당하는 화천군청 지진구씨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네비를 믿지 마세요!'라고 적힌 푯말을 만들고 교통안내원에게 들고 있도록 했다. 기계보다 사람을 믿어달라는 말이다. 그의 애교 넘치는 생각은 적중했다. 그의 아이디어로 교통정체 현상은 다소 해결됐다.

배경이 무슨 필요? 그냥 얼굴만 잘나오면 되는 거 아냐

 화천군 홍보대사 유수란양이 산천어축제장에서 홍보 활동을 펼쳤다. 그런데 배경이 화장실이다.
화천군 홍보대사 유수란양이 산천어축제장에서 홍보 활동을 펼쳤다. 그런데 배경이 화장실이다. ⓒ 신광태

대학 1학년인 딸아이가 내 사무실에 아르바이트로 들어왔다(관련기사). 직원들이 계장 딸이라고 눈치를 볼지 모른다는 생각에 일부러 많은 일을 시켰다. 사무실에서 할일이 없을 때는 카메라를 건네주며 축제장의 재미있는 풍경을 담아 오라고 했다. 나름 기대를 했던 건 녀석이 언론관련 학을 전공하고 장래희망이 기자라고 했으니 사진 찍는 법도 어느 정도 알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찍어온 사진을 펼쳐놓고 보니 이건 가관도 아니다. 사진 찍히는 사람이 화날까봐 멀리서 개미 만하게 찍은 사진, 재미있는 풍경을 포착하고 사진을 찍는데 눈이 마주치자 당황해 셔터를 눌렀는데, 머리가 잘린 사람, 어렵게 사진촬영을 허락받고 찍었는데 화장실을 배경으로 찍었다.

"딸, 술 한 잔 할래?"

'아빠! 대학교 1학년이 무슨 술이야'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좋다고 나선다. 고생을 시킨 게 좀 맘에 걸려 소주를 마셨는데, 녀석이 나보다 더 셀 줄이야!

"이래가지고 어떻게 사회생활 했냐?" 딸아이의 잔소리를 들으며 부축을 받아 귀가해야 했다.

 딸 아이와 러브샷. 녀석은 술이 나보다 두배는 더 쎄다.
딸 아이와 러브샷. 녀석은 술이 나보다 두배는 더 쎄다. ⓒ 신광태

하루 종일 '팔로우 미'만 외쳤다

금년 축제장에는 외국인들이 유독 많았다. 단체 관광객은 아닌 듯 했다. 어떻게 왔을까! 오전 10시께 시외버스 터미널에 나갔더니, 외국인들이 줄을 늘어서 있는 게 보였다. 아마 돌아갈 시간에 맞추어 표를 예매하는 듯 보였다.

몇 명의 외국인이 축제장 지도를 펼쳐놓고 있는 상황을 보니 축제장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듯 했다.

"What can i do for you?"

아는 영어를 겨우 떠올려 그렇게 물었더니 해 맑은 표정으로 반긴다. "팔로우미"(Follow me). 역시 내가 아는 몇 개 되지 않는 영어 표현이다.

그렇게 축제장까지 안내하고 다시 터미널에 와서 데려가고를 반복, 하루 종일 '팔로우미'만 외치며 다녔다.

1년 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들의 전화

 축제 기간 시사in에서 나를 기사화 하기도 했다. 고생한 만큼 이런 작은 행복도 있었다.
축제 기간 시사in에서 나를 기사화 하기도 했다. 고생한 만큼 이런 작은 행복도 있었다. ⓒ 신광태

동창 녀석들 중 평소 연락 한 번 없다가 매년 1월만 되면 내게 전화하는 녀석들이 있다. 이유는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서'라고 말하지만 이야기 끝에는 늘 "이번 토요일에 산천어축제에 갈 건데, 표 좀 구해줘"다.

주말 하루에 15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다보니 낚시터는 오전 10시경이면 매진된다. 이때부터 종합안내 센터는 항의 민원인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남쪽지방에서 산천어 낚시하겠다고 오전 5시에 출발을 했는데,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다. 어렵게 왔는데 매진됐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할까.

"얘들아 내가 너희들 낚시 표 구해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러면 너희 가족 숫자만큼 관광객들이 못 들어간다."

결국 녀석들은 "친구의 부탁인데, 어쩌면 그렇게 매정하냐"라고 말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매년 1월이면 몸살이 걸린다. 축제진행으로 녹초가 된 몸이 긴장이 풀리면서 찾아오는 증상 같다. 그래도 괜찮다. 산천어축제장을 찾은 100만 명의 관광객들이 즐거웠다면, 그깟 몸살이 뭔 대수겠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화천군청 관광기획담당 입니다.



#화천#산천어축제#얼음나라#화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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