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영화의 나라' 프랑스는 세계에서 드물게 자국 영화 보호를 위해 상영쿼터제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다양한 방법으로 영화 장려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영화관 입장료를 줄여 영화관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물가가 비싼 프랑스는 영화 한편당 관람료가 9-14유로가량 된다. 소극장은 이것보다 약간 저렴해 6-8유로 정도다.

영화관 문턱 낮추는 할인제도들

 파리 19구에 위치한 MK2 Quai de Loire 극장에 줄 선 관람객들.
파리 19구에 위치한 MK2 Quai de Loire 극장에 줄 선 관람객들. ⓒ 한경미

비싼 입장료로 높아진 문턱을 낮추기 위해 각 극장마다 여러 가지 할인혜택을 내놓고 있다. 대극장 UGC가 발급하는 'UGC 카드 5'는 일주일 가운데 일요일 오후 7시부터 금요일 오후 7시까지 5일 동안 혼자서 혹은 친구나 연인과 같이 영화 5편을 볼 수 있는 카드로 가격이 30.75유로다. 결과적으로 영화 한 편당 가격이 6.15유로인 셈이다. 이 카드는 처음 사용한 날부터 60일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같은 극장해서 만든 'UGC카드7'는 모든 조건이 'UGC카드5'와 동일하고 대신 주말을 포함해 일주일 내내 사용이 가능하다. 대신 가격은 40.5유로로 영화 한편당 가격은 8.1유로다.

UGC 극장은 이외에도 무제한 카드를 발급하고 있는데 이 카드는 솔로일 경우에 한 달에 20.08유로를 내면 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대로 볼 수 있다. 듀엣일 경우에 한 달에 내야 하는 금액은 35.5유로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무한정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이다. 대신 무제한 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자세한 본인의 신상명세서를 적어내야 하는데, 이를 원하지 않는 이들이 꽤 된다. 이들은 이러한 이유로 무제한 카드 구입을 거부하고 대신 위에서 언급한 UGC카드나 또 다른 영화관에서 이용가능한 비슷한 성격의 MK2 카드 이용을 선호한다.

소극장의 경우에는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10편의 티켓 모음장을 50유로나 60유로로 파는 전략을 펴기도 하는데 구입자는 1년 동안 10편의 영화를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인들의 영화 관람이 상당히 잦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현실은 좀 다른 것 같다. 한 신문에서 프랑스인의 1인당 1년 평균 영화 관람이 2편이라는 여론 조사를 발표한 적이 있다. 1년에 20편 이상의 영화를 보는 필자에게 꽤 놀라운 사실로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영화관을 출입하는 이들이 주로 도시인들임을 감안할 때, 전혀 근거 없는 수치도 아니다. 시골의 경우 영화관 출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이 프랑스 1인당 평균 영화 관람율을 낮추고 있는 셈이다.

1유로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행사도 진행

 영화요금표. 영화 5개를 볼 수 있는 mk2 카드를 구입하면 영화당 가격이 6.90유로라고 적혀 있다.
영화요금표. 영화 5개를 볼 수 있는 mk2 카드를 구입하면 영화당 가격이 6.90유로라고 적혀 있다. ⓒ 한경미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또 다른 전략으로 프랑스영화국제연합(FNCF)은 다양한 영화관련 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 가운데 제일 역사가 오래된 'La Fete du Cinema (영화축제)'가 대표적이다. 1985년부터 시작된 이 영화축제는 매년 6월 말에 열리며, 콘셉트는 간단하다.

처음 영화 티켓을 제 가격에 구입하면 이후에는 영화 한 편당 가격이 3유로로 인하된다. 3-4일 동안 열리는 이 축제는 지난해에 영화 한편당 가격을 3유로에서 2.5유로로 내린 결과 더욱 많은 인원이 참가해 6월 23일부터 27일까지 4일 동안 전 프랑스에서 2700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이것은 예년보다 43% 증가한 숫자이다. 이 성공에 힘입어 올해는 축제 기간을 일주일로 연장해 6월 25일에서 7월 1일까지 영화축제가 열릴 계획이다.

'영화축제'가 관객 동원에 성공하자 프랑스영화국제연합은 2000년부터 봄에 비슷한 형식의 행사를 개최했다. 'Le Printemps du cinema francais (프랑스 영화의 봄)'이라는 행사로, 매년 봄에 3일 동안 (일요일에서 화요일까지) 프랑스 전역의 극장에서 영화 한 편당 가격을 3.5유로로 인하하는 것이다. 이 정책도 상당한 성공을 거두어 해마다 이 기간 동안 평균 2500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고 있다.

매년 9월에 시작되는 새학기를 맞아 프랑스영화국제연합은 2004년부터 'Rentree du cinema (영화 학기)'라는 행사도 진행한다. 처음에 영화 한 편을 제 가격에 구입하면 두 번 째 영화는 1유로에 볼 수 있다. 특히 2008년부터 BNP Paribas 은행이 후원자가 되면서 처음부터 영화 한 편당 가격을 3.5유로로 인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매년 1월 중순 경에 문화, TV 잡지인 <텔레라마>가 벌이는 'Festival cinema Telerama (텔레라마 영화 페스티벌)'가 있다. 올해로 16회를 맞은 이 축제는 지난 1월 16일에서 22일까지 일주일 동안 진행됐다. 이 축제는 <텔레라마> 잡지 정기 구독자에게 지난 한해 동안 가장 인상에 남는 영화를 물어 그 중에 가장 많은 답변을 얻은 영화를 선정해 일주일 동안 영화 한 편당 3유로에 볼 수 있게 하는 행사다. 올해는 총 16개의 영화가 선정됐고, 그 가운데 프랑스 영화는 7편이었다. 이 페스티벌은 원칙적으로 <텔레라마> 잡지 정기 구독자에게 일종의 패스 형식으로 제공되는데, 두 개의 패스가 제공되고 한 개 패스당 2명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어 친구나 가족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했다.

<텔레라마>의 정기구독자인 필자도 해마다 이 기간 동안 그 동안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나 금전 관계로 볼 수 없었던 영화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올해는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를 포함해 5편의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이 페스티벌은 파리의 21개 소극장에서 개최되었고 (파리에는 총 98개의 영화관이 있다), 평일 낮에 노인, 학생, 주부, 실업자 등 다양한 관람객이 영화관을 찾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박리다매 논리가 영화관객 동원 전략에도 적중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평일 대낮에 텅텅 비는 극장보다는 가격 혜택으로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는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영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