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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교육청이 때아닌 동성애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6일 학교인권조례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이 조례안이 학생들에게 동성애를 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 조례안을 수정하자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학교인권조례 중 특정 조항을 놓고 보수적인 기독교단체와 강원도교육청 간에 갈등이 심화될 조짐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이처럼 학교인권조례안과 관련해 동성애 논란이 일고 있는 데,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학교인권조례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기독교 단체들은 강원도교육청이 조례안에 동성애 관련 내용을 담은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태"로 규정했다.

학교인권조례안 중 기독교 단체들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삼고 있는 내용은, '제14조 학습에 관한 권리'에서 "교육감 및 학교의 장은 장애학생, 다문화가정 학생, 예체능 학생, 학습곤란을 겪는 학생, 임신 및 육아 중인 학생, 성적 소수자 학생 등의 학습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기독교 단체들은 이 조항에서 '성적 소수자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동성애를 인정하고 동성애를 조장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교육청은 일부 기독교인들이 이 조항을 확대해석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례안에 '동성애'라는 표현은 들어 있지 않다.

강원도교육청은 "조례안 제14조는 동성애 허용이나 동성애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규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조례안에서 기독교인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내용은 "성적 소수자를 포함한 학생 그 누구도 학습권을 침해 받아서는 안 된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교육청 제안마당에 올라온 의견들.
강원도교육청 제안마당에 올라온 의견들. ⓒ 성낙선

'학습권'에 방점을 찍은 도교육청, '동성애'에 방점을 찍은 기독교단체

동성애 논란은 부산대학교 교수로, 한 기독교 관련 단체의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길아무개 교수가 지난 22일 인터넷에 '강원도 학교인권조례안 반대운동 호소문'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글은 곧바로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전파되기 시작해, 다른 기독교단체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길 교수는 이후 한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에서는 "동성애 차별 금지를 인정하는 조례안이 발효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며, "동성애를 아무런 윤리적인 문제가 없는 정상으로 공인(함으로써) 동성애자만의 권리만을 옹호하고, 동성애를 비윤리적이라고 인식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는 제한 또는 금지"하는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문제를 삼고 있는 학교인권조례안 내용이 수정되지 않으면, "(학교에서) 성교육 시간에 동성애 동영상을 보여주며, 동성애 방법을 가르치게 될 수 있으며, 학교는 동성애를 정상이라고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우편과 이메일 등으로 강원도교육청에 '동성애 반대 의견'을 전달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

길 교수는 실제 누리꾼들에게 강원도교육청에 제출하는 '샘플용 의견서'를 나누어주고 의견 전달 방식을 자세히 알려주는 등 '성적 소수자' 관련 조례안 수정 운동을 상당히 조직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길 교수의 주장은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강원도교육청 홈페이지에 항의성 글을 남기고 있다.

강원도교육청 홈페이지 '제안마당'에서, 강아무개씨는 '동성애는 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선택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교육현장에서 동성애가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칠 수 없다면… 아이들이 외국의 무분별하고 방종된 동성애를 접해도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칠 수 없다"며 "죄악을 인권이라고 가르치는 것은 잘못"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장아무개씨는 '동성애 이용한 학생인권조례 절대 반대'라는 제목으로 "동성애를 인권 보호라는 포장으로 미화시키려고 해도 그 원형은 변하지 않는다"며 "동성애는 동성애일 뿐이고, 이것이 학생들의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윤리마저 망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제안마당에는 24일 이후 동성애 반대 의견이 실명으로 약 200여 건이 올라와 있다.

이같은 논란에 강원도교육청 최승룡 대변인은 31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조례안 14조는 소외받는 모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것을 '동성애 조성'과 같은 의미로 보는 건 학교인권조례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성소수자와 관련한 것은 강원도교육청 학교인권조례에서만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법이나 군 관련 법 등 국내 5, 6개 법에서 (성소수자는)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학교인권조례도 그 법들과 마찬가지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일반적으로 명시한 것"라고 설명했다.

강원도교육청은 학교인권조례안을 공개하고, 오는 2월 5일까지 마지막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다음, 오는 3월 도의회 교육위원회에 조례안을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조례안이 통과되면 강원도는 경기도, 광주광역시, 서울시에 이어 네 번째로 학생과 학교 관련 인권조례를 제정하는 자치단체가 된다.


#동성애#학생인권조례#강원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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