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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최강서씨의 추모와 사태 해결을 위한 집회가 2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열렸다. 한 참가자가 고 최강서씨의 유서와 회사 규탄 문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최강서씨의 추모와 사태 해결을 위한 집회가 2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열렸다. 한 참가자가 고 최강서씨의 유서와 회사 규탄 문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 정민규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최강서씨의 추모와 사태 해결을 위한 집회가 2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열렸다. 조선소 안에 머물고 있는 한 노조원이 외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최강서씨의 추모와 사태 해결을 위한 집회가 2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열렸다. 조선소 안에 머물고 있는 한 노조원이 외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정민규

한진중공업 고 최강서씨의 주검의 조선소 안으로 옮겨온 지 나흘째를 맞은 2일 영도구 한진중공업은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1500명의 사람들이 조선소 밖에서 경찰과 밀고 당기는 힘싸움을 벌였고, 조선소 내에서는 사측의 용역 배치가 발각되면서 노조원과 충돌이 일었다.

힘겨운 하루의 시작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경찰은 오전 7시 30분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 차벽을 설치했다. 또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지원 나온 경찰병력을 더해 총 39개 중대 2700여명의 경찰력을 한진중공업 주변에 배치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집회를 하루 전인 1일 저녁에 갑자기 취소 통보했다. 영도경찰서 관계자는 "30일 집회 이후 계속적으로 영도 한진중공업에서 월담을 하는 상황이 벌이지고 있고 집회 인원이 많아 불법 시위가 예상돼 지휘부에서 신고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의 집회 신고 취소에 최강서열사대책위 측은 반발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3일전 암수술을 하고 회복 중인 정혜금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사무처장에게까지 찾아가 경찰이 취소통보서를 줬다"며 "경찰의 이 같은 대응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결코 옳은 방법이 아니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밀고당기는 난장판 속에서 항의하는 할머니도 끌고간 경찰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최강서씨의 추모와 사태 해결을 위한 집회가 2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열렸다. 경찰이 집회참가자와 마찰이 발생하자 최루액을 발사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최강서씨의 추모와 사태 해결을 위한 집회가 2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열렸다. 경찰이 집회참가자와 마찰이 발생하자 최루액을 발사하고 있다. ⓒ 정민규

오후 2시 민주노총이 집회를 앞두고 경찰은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를 비롯한 금속노조 집행부 5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충돌에 대비해 진압장비를 갖추기 시작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목격됐다. 차벽 차량과 살수차도 등장했다. 오후 3시 30분 집회를 마무리한 집회 참가자들은 이불 등의 물품 전달을 하겠다며 공장 내부에 있는 유족과 노조원들을 만나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이를 불허했다.

결국 본격적인 양측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이불과 깔판을 머리에 인 사람들이 경찰 저지선을 밀기 시작했고 경찰은 최루액을 쏘면서 대응했다. 경찰은 오후 4시 30분께부터 본격적으로 집회 해산을 통보했고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경찰이 2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집회 대열과 떨어진 인도 주변에서 항의하는 할머니를 강제로 끌고가고 있다. 이 할머니를 30여 미터를 끌고간 경찰은 할머니가 주저 앉자 그 모습을 카메라와 캠코더에 담았다.
경찰이 2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집회 대열과 떨어진 인도 주변에서 항의하는 할머니를 강제로 끌고가고 있다. 이 할머니를 30여 미터를 끌고간 경찰은 할머니가 주저 앉자 그 모습을 카메라와 캠코더에 담았다. ⓒ 정민규

연행자도 발생했다. 심지어 경찰은 집회 참가자 대오와 한참 떨어진 인도 근처에서 항의하는 할머니를 두 팔로 번쩍 들어 끌고가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발을 허공에 구르며 버텼지만 손자 내지는 아들뻘 되는 경찰들의 완력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할머니가 제자리에 앉자 곧바로 채증 요원이 2명 달려와 캠코더와 카메라로 이 할머니의 모습을 찍는 모습이 목격됐다.

바깥 상황이 숨 가쁘게 돌아가자 조선소 안의 노조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바깥 소식이 궁금한 노조원들은 이동식 계단형 사다리를 가져와 정문 너머로 집회 모습을 지켜봤다. 내부 노조원이 사다리를 가져오자 경찰이 무전으로 "(내부에서) 방해하고 있다"고 보고했고, 이를 들은 노조원이 "아저씨, 우리가 언제 방해 했다고 그래요? 우린 구경하러 왔는데 제대로 보고하셔야죠"라고 말하며 웃었다.

사측, 용역 없다더니 노조 사무실 앞에서 "우르르"

 2일 오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한 공장 안에서 몰래 숨어있던 경비용역 직원들 30여명이 노조원들에게 적발됐다. 노조는 "빈소 침탈을 위한 목적"이라 반발했고 사측은 "단순 건물경비 목적"이라 해명했다.
2일 오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한 공장 안에서 몰래 숨어있던 경비용역 직원들 30여명이 노조원들에게 적발됐다. 노조는 "빈소 침탈을 위한 목적"이라 반발했고 사측은 "단순 건물경비 목적"이라 해명했다. ⓒ 정민규

비교적 평온한 모습으로 양측의 충돌을 지켜보던 내부 상황이 급변한 것은 오후 5시께였다. 일부 노조원이 회사를 거닐다 수상한 남성들의 모습을 목격했고 이들이 들어간 공장 건물로 들어가자 내부에는 30여 명의 건장한 경비 용역 직원들이 문을 잠근 채 숨어있었다.

사측의 빈소 침탈 시도를 우려해 그동안 경비 용역 직원의 출입을 극도로 경계해왔던 노조원들의 분노가 마침내 폭발했다. 쇠파이프와 소화기가 등장하는 살벌한 상황이 벌어졌다. 체격은 건장했지만 아직 20대 정도로 되어 보이는 이들 중 한명은 "대학생이고 아르바이트를 하기위해 대전에서 왔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차해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은 "회사가 빈소 근처에서 용역 직원들을 배치한 것은 빈소를 침탈할 목적이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뒤늦게 달려온 사측 관계자는 "침탈 목적이 아니라 외곽 경비를 위해 오늘 40명 정도를 추가로 들인 것뿐이고 괜히 자극할까봐 노조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사측 관계자의 해명에 노조원들은 "외곽 경비라면 경비실에 있어야지 왜 빈소 옆에 문을 잠그고 숨어 있느냐"고 회사의 설명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리를 뜨는 용역 직원들에게 김진숙 지도위원은 "젊은 사람들이 그런식으로 돈을 벌어서 좋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한 노조원은 "회사가 죽은 노동자에게는 신경도 안쓰더니 용역 쓰는데는 돈을 펑펑 쓰고 있다"고 혀를 찼다. 이러한 마찰은 경비용역 직원들이 회사 신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선에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이들이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신관 주변 경계를 강화했다.  이와 함께 조선소 외부에서 진행되던 집회도 오후 6시 30분께 정리 상태에 들어가서 7시를 즈음에 모두 해산한 상태다.

'경찰관직무집행법'도 안 지키는 경찰관...막무가내 "신분증 보여달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있는 노동자들이 이동식 계단형 사다리에 올라가 외부 집회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최강서씨의 추모와 사태 해결을 위한 집회는 2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열렸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있는 노동자들이 이동식 계단형 사다리에 올라가 외부 집회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최강서씨의 추모와 사태 해결을 위한 집회는 2일 오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열렸다. ⓒ 정민규
한편 안팎에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조선소 안에 들어와 있던 경찰들은 막무가내로 공장 내를 이동하는 사람들을 불심검문하며 빈축을 샀다. 경찰은 조선소 내에서 경비 근무를 서던 자신들의 모습을 사진 취재하는 기자의 촬영을 막았다.

이어 취재 중이라는 이유를 밝혔음에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다짜고짜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먼저 신분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에도 이 경찰관은 이름과 소속을 밝히지 않고 계속 "신분증을 보여달라"고만 말했다. 이 같은 경찰관의 태도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조차 지키지 않는 월권행위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제3조 4항에 따르면 "(불심검문을 하는 경찰관은)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그 목적과 이유를 설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몇 차례 요구 끝에야 자신이 3기동대 경감 이 아무개라고 밝힌 이 경찰관은 끝까지 자신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한진중공업#최강서#경찰#불심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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