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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탄압과 직원 불법사찰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이마트 입점(도급)업체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상담하러 오셨다. 나이 어린 팀장이 "실업급여를 못 받게 하겠다"고 했다면서 CCTV로 감시하고 주5일 근무를 주말 2일만 근무하도록 일방적으로 배정하고 본사에서도 "짜르라!"고 지시했다며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취업규칙은 본 적도 없고 근로계약서에 서명만 하다 보니 본인들의 계약기간도 잘 모른다고 했다. 장애인이 포함된 이들 비정규 여성 노동자들은 노동청, 장애인 단체 등에도 가봤지만 뚜렷한 답을 듣지 못해 민주노총까지 찾아왔다며 실업급여만이라도 받게 해 달라고 애원하신다.

이들이 노조를 만들면 용역업체는 둘째 치고 이마트가 가만히 두겠는가?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은 오히려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다고 걱정하신다. 사측은 노동자들이 퇴직 후 당연히 받는 실업급여를 수령하지 못하도록 권고사직이 아닌 자진퇴사를 유도하고, 노동자들은 업무 변경으로 기본급이 줄어 퇴직금과 수당에 불이익을 주려는 사측에 맞서지 않고 힘없는 하청업체를 걱정한다. 이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진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하고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은 2010년 새해 날치기 통과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으로 인해 더욱 가중되었다.

복수노조 도입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타임오프는 노동현장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며 민주노조를 공격하고 회사 측의 푸들인 어용노조를 양산시키고 있다. 보수 지식인과 언론들은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노동운동의 과도한 정치투쟁과 강경성에서 비롯된다고 호도하지만, 실상 노조라면 싫어해도 너무 싫어하고 증오하는 자본가들과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각종 법과 제도에 기인하고 있음을 혹세무민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노조는 이미 노동조합이라 자처할 수 없음에도 사회적 인식과 교양 수준은 이런 상식을 따라가지 못한다. 조직률이 낮다 보니 노동조합 활동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극소수인 이런 상황에서 일부 잘못된 노동운동의 행태를 침소봉대하며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복수노조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들은 민주노조를 죽이려고 어용노동조합에 많은 금전적 이득을 안겨 주며 기존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 놓은 단체협약을 후퇴시키는 등 노노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개정 노조법이 사용자들의 꽃놀이패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사측이 교섭요구공고를 하지 않는 귀책사유로 인해 이미 단체협약을 완료하거나 쟁의행위에 돌입했음에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위반을 들어 불법파업으로 만들어버리고 협약은 무효가 되기도 한다. 신규노조는 기존노조의 단체협약 기간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교섭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민주노조가 다수 조합원을 확보한 경우 개별교섭을 진행하고 소수인 경우는 교섭을 회피하거나 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시켜 민주노조를 말살시키려는 불편한 진실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은 갈기갈기 찢겨져 기능을 상실한 체 자본가들의 입속에 들어가 있다. 대한민국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문제 삼아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가압류를 조자룡 헌 칼 쓰듯 하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자유민주주의공화국'이다.

2013년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민주노총 21개 사업장에서 회사와 정부가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이 1306억 원, 가압류 금액이 77억 원'이라고 한다. 손배·가압류는 10년 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의 분신 자결,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의 자결을 계기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어 정부에서는 "불법파업이라도 비폭력일 경우 근로자에게 손배·가압류를 제한하고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 보완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손배·가압류 관련 노사정 합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10년 새 손배·가압류는 10배 이상 증가했고(아래 표 참조) 지난 9일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는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을 손해배상하라는 사측을 규탄하며 자결했다. 이렇게 10년이 지나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태도, 법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쟁의행의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금액추이
쟁의행의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금액추이 ⓒ 대전충남인권연대

그렇다면 사회를 바꾸겠다는 소위 활동가 단체들은 노동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을까? 노동을 하고 있지만 본인들의 정당한 노동력의 가치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지 않는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활동가의 길이라 생각하며 각 단체의 재정 상황을 먼저 생각하는 훌륭하지 않은 노동자의 자세를 유지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노동조합 채용 상근일꾼들도 자신들의 임금이 체불될 때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회사가 고용하여 노조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2년이 되기 전, 다른 사업장 노조 사무실로 이동시키는 행위에 대하여 침묵하기도 한다. 일부 생활협동조합 조직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과 조합원에게 활동가 칭호를 붙이고 봉사 개념을 들먹여 무보수 활동을 강제하기도 한다. 정당, 종교 단체에 고용되거나 활동하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시민단체, 진보단체, 노조 등에서 근무하는 활동가들은 최저임금에서 약간 상회하는 임금을 받아가며 본인과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노동에 대한 자신과 주변의 인식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사회적 인식은 그렇게 만들어 지고 확산될 것이다.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가 인권 사회이다. 물론 노동을 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행위 등은 국가의 책임이다. 노동은 의식주 등의 기본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출발선이다. 자본가들은 노동력을 착취하여 더 많은 이윤을 얻어가려 하고 노동자들은 정당한 노동력의 가치를 보장받고 자기 결정권을 확보하기 위해 투쟁한다.

가사노동을 비롯하여 각종 봉사라는 명목으로 노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각 단체 활동가들은 노동자를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일까? 같은 노동자계급으로 이해할까?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결여된 채 권력자들의 부정, 부패 정도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정당한 노동과 상관없이 '자리'만 된다면 부를 축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천박한 노동관에서 기인한다고 하면 과대 해석일까?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의 청문회를 지켜보며 우리 주변의 노동권과 노동에 대한 인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노동자가 존중받고 자기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 이 지점이 인권 사회로 가는 출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오임술님은 민주노총대전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기사는 대전충남인권연대 뉴스레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동존중사회#인권#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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