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代案, alternative)은 이미 만들어져서 현재의 관행으로 흘러가는 여러 가지 제도나 생각들이 도리어 사회의 지체를 가져오고, 구성원들의 삶을 위협하는 문제점을 드러낼 때, 그 관행적인 제도나 사고나 인식의 틀을 대신하거나 대체할 수 있도록 내놓은 새로운 제도나 가치 또는 의견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흔히 대안교육, 대안 경제, 대안적인 삶, 대안의 가치 등으로 쓰이고 있는데, 그렇다면 모든 대안을 관통하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은 '협동'이 아닐까? '협동'은 경쟁과 우열을 통해 자기 확장을 해나가며,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모멸감을 안겨주는 자본주의적 교육, 자본주의적 경제, 자본주의적 소비, 자본주의적 관계에 대한 대안으로 미래의 보편적 삶의 양식을 규정할 또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고 있다.
김현대, 하종란, 차형석이 공저한 <협동조합, 참 좋다>는 바로 이 '협동'의 문제, 대안으로서 '협동'의 가치와 실제 성과를 '협동조합'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더구나 2012년은 세계협동조합의 해이고, 때맞추어 우리나라도 2012년 12월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었다. <협동조합, 참 좋다>는 그래서 더욱 빛을 발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어리둥절하다. 지금과는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인데, 그걸 잘 모르겠고, 또 다르게 살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든다. 적자생존과 승자독식의 사회에 길들어져 오직 경쟁을 통해 승자가 되라는 교육만 받아왔기에 한 발짝만 바다 바깥으로 나가면 '다른 경제'와 '다른 기업'이 널려 있는데도, 우리는 보지 못하고 알지 못했다고 지은이는 한탄한다.
한 명의 인재가 오만 명, 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주입하는 사회에서는, 결국 그 한 명의 인재가 거액 연봉을 독차지해도 되는 사회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에 순응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지나치게 '영웅'과 '정점'을 선호하게 만드는 자본주의적 프레임이 아닌가? 사실 한 명의 인재는 오만 명, 십만 명의 성숙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다수의 힘, 그 역량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우리 사회는 한 걸음조차 제대로 내디딜 수 없음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확인한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 다수가 서로 뭉치고 나누는 호혜의 힘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자본주의 독점의 치명적인 폐해를 극복하려는 기업이다. 복지나 자선단체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는다. 자기 책임에 바탕을 두기에 함께 하는 사람들의 자부심을 고양한다. 협동조합은 '99퍼센트의, 99퍼센트에 의한, 99퍼센트를 위한' 기업이다.(15쪽)<협동조합, 참 좋다>는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선 협동조합은 조합원인 이용자가 소유하는 기업이고, 조합원 공동의 편익을 충족하는 것이 목적인데 반해, 주식회사는 투자자가 소유하는 기업이고, 자본을 투자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 가장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주식회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대형 투자자, 또는 대주주의 이익에 복무하기 위해 발생하는 온갖 모순된 상황을 아프게 겪으면서도, 이 세상은 어쩌자고 이토록 불합리한 것인가를 탄식하면서도, 그 너머로 넘어가기 위한 대안이 있는 줄 몰랐다.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 협동조합이란 반대가 아니라 극복하는 것임을, 인식을 전환하는 것임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살기 위한 것임을, 소수의 강자보다 다수의 약자를 위한 기업 형태임을 알게 될 것이다.
주식회사와 협동조합, 뭐가 다를까?<협동조합, 참 좋다>에는 세계의 유수한 협동조합 기업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세계 선진 국가에서 싹이 트고, 줄기를 세워, 열매 맺은 모든 협동조합 기업의 성공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협동조합의 성지라고까지 부르는 이탈리아 볼로냐로부터 시작하여, 행복도 조사 1위를 차지하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된 덴마크, 가족농이 행복한 농업 강국 뉴질랜드, 협동 정신과 협동 문화가 일상 속에 살아있는 스위스와 네덜란드, 그리고 캐나다, 영국, 미국 등 영미 국가들의 수많은 협동조합 사례가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이탈리아 볼로냐에는 협동조합이 400여 개가 있고, 경제 비중은 45퍼센트에 이른다. 볼로냐가 속해 있는 에밀리아로마냐 주에 있는 협동조합은 무려 8000개에 이르고, 이탈리아 전체 협동조합의 5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하니, 과연 협동조합의 성지가 아닌가?
협동조합은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규모가 다른 여러 소비자 협동조합에서 분야별 농민 협동조합, 주택 협동조합과 유치원 협동조합, 요리사와 웨이터 노동자들의 협동조합, 풍력 협동조합, 심지어 연극 협동조합, 조합원 4명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인쇄홍보물 협동조합도 있으며, 특이하게도 협동조합 은행도 있다. 세계적인 수출 기업인 글로벌 축산 협동조합 기업과 유가공 협동조합 기업은 그 매출액이 주식형 대기업에 맞먹을 정도로 크다. <협동조합, 참 좋다>에는 이런 수많은 협동조합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도시 노숙자들을 모아서 양봉업을 가르치고 '도시 꿀벌 협동조합'을 만든 29살 청년도 있다. 이 사회적 기업은 2010년 유럽 최고의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었는데, 이런 사례는 청년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 29살 청년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아름다운 말들을 전한다.
환경과 경제가 위기에 봉착한 지금, 우리 경제 구조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 우리 사회가 가는 방향이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열린 경제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외된 사람들을 다시 노동에 복귀시키는 사람도 필요하고, 환경을 가꾸는 사람도 필요하고, 또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기보다는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요?(131쪽)말하자면 새로운 경제 구조와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협동조합이 그 역할을 견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합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무질서하고 황폐한 경쟁 속에서 헤맸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협동조합이 얼마나 다수 약자들의 삶을 안정되고 풍요롭게 하였는지 잘 알 수 있다.
협동조합,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닙니다세계를 돌아 우리나라로 눈길을 돌리면 협동조합의 맹아가 보인다. 겨울을 지나며 첫 봄에 막 터진 꽃눈이 보인다. 원주지역이다.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우리동네의원'이 있다. 2300여 조합원들이 출자금을 모아 세웠다. 조합원이 환자이자 출자자, 곧 주인이다. 그리고 원주 한살림생협, 밝음신협, 장애인과 고령자를 고용해 친환경 떡을 만드는 행복한 시루봉, 생태건축협동조합 노나메기, 공동육아 협동조합 소꿉마당 등이 생겨났으며, 협동조합 간의 '협동'을 통해 더욱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 농협은 세계 300대 협동조합 기업 중 농업 분야에서 3위의 매출액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은이들은 도무지 '협동조합의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농협이 진정 협동조합의 가치를 새긴다면 농업과 농촌을 다 바꿀 수 있다며, 농협을 향한 작은 희망의 불씨도 남겨놓고 있다.
<협동조합, 참 좋다>는 '행복한 상상' 열두 가지를 꿈꾸며 마무리한다. 정말이지, 상상 하나하나가 다 '심장'을 뛰게 한다. 그렇게 살자. 그렇게 살아가자. 인간은 경쟁보다 협동의 본능이 더 강하다. 사회를 이루며 사는 이유도 협동의 가치가 아니고 무엇인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녀, 학벌, 도농 차별이 모두 자본주의적 이윤 극대화를 위한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며, 정리해고, 노사갈등, 독식과 착취, 양극화, 이 모두가 대주주의 이윤 추구라는 굴레 속에서 형성된 모순임을 '협동조합'은 웅변한다.
자본의 증식을 위해 사람을 희생하는 것이 기존의 경제 체제였다면, 이제는 다수의 삶과 그 후생을 위해 자본을 조정하는 대안을 협동조합이 실현해주기를 열망한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돈이 전부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다른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쓴 돈의 흐름을 알 수 있고, 그 돈이 지역에 재투자되며, 윤리적으로 사업하고, 노동자와 환경을 존중하는 협동조합 기업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민주적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조직이니까,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된 것입니다.(285쪽) 덧붙이는 글 | <협동조합 참 좋다> 김현대·하종란·차형석 씀, 푸른지식 펴냄, 2012년 7월, 312쪽, 1만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