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사건은 이상하다. 알다시피, 검찰 기소내용에 걸맞은 판결이라곤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눈을 씻고 봐도 단 한번 없었고, 헌재조차 소위 '생뚱 맞은 의견'을 내놓으며 '5:3 의견, 합헌 결정'으로 어쨌든 '곽노현은 유죄다'라 결정하기 바빴다. 결론은 '안 맞아도 Go'인 셈이다.
이 희대의 정치적 재판에서 우리 모두는 할 만큼 했다. 곽노현의 선의를 부정할 사람은 이미 다 그리했고, 지지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그를 믿는다. 곽노현 사건은 율법 만능주의가 만들어 낸 특유의 부조리와 모순 그리고 율사들의 한계까지 총체적으로 드러낸 사건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 '마스터 플랜'에 언론은 '프로모터'로 참가해 곽노현을 교육감직에서 끌어내리는데 큰 역할을 했고, 이에 질세라 사건의 본질은 뒷전에 둔 채, 일부 민주진보진영 인사들조차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급급했다. 혹자의 말대로 이 '모순의 곽노현 트레일(궤적)'을 사법개혁 테마로 풀어가기엔 너무 크고 모호하다. 법이라는 문명의 논리와 상식을 비웃는 '몰상식의 상징'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오는 2월, 박명기가 출소할 예정이다.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아예 강경선까지 검색하면 되겠다. 만기 출소이며 무려 1년 6개월을 채우고 나오는 '곽노현 사건'의 중심 인물이다. 선의의 부조 대상이었고 자살의 문턱을 넘어서려 했다고 알려진 2010년 교육감 후보다.
과다한 선거비용 빚으로 곽노현에게 후보직을 매도했다고, 매도되었으며 교육운동진영에서는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이 뒤안길로 소외된 최대의 피해자다. 뒤이어 5월에는 곽노현이 출소한다. 역시 만기다. 무죄임을 강변해왔고 그 선의를 지지하는 수많은 시민이 그는 억울하다고 글과 서명과 각종 집회로 호소해왔다.
박명기를 살려야 한다고 곽노현을 설득하여 '선의의 부조'를 주도했던 강경선 교수는 이미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로 판결난 상황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억울한 옥살이를 주장하나, 무려 4년째 수감되었다가 이제야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용산참사 피해자들'과 일자리와 동료를 잃고 수감되어 있는 숱한 노동자들 등, 이 법치국가가 자행한 사법 만행을 돌이켜 보면 그들의 패배는 오히려 감사하다. 적어도 '힘없는 약자들'의 반경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앙시앙 레짐(구체제)'은 대상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곽노현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 그리고 영문을 모르는 일반시민이 잃은 것은 무엇인가 곰곰히 따지는 것이 우선이다. 곽노현을 누르면 누를수록, 정죄하면 할수록 선명하게 커지는 영역은 무엇인가 파악하는 것이 더 우선이다. 곽노현 사건은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이 사회 공동선에 관한 '사회적 스토리'다. 수많은 시민이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작성한 '무죄탄원서명'과 '위헌결정 촉구서명'은 그 '사회적 스토리'에 감복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자기고백이다.
곽노현은 유죄다. 빵을 훔친 장발장이나 선한 사마리아인도 모두 유죄다. '레미제라블(불행한 사람)'은 끝나지 않았다. 이 극장을 울린 기립박수는 이번에도 '자베르(판관)'에게 보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