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과 관련 "(우리도) 정박 중인 북한 잠수함에 들어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있는 데도 참은 것"이라고 말했다.
퇴임을 10여일 앞둔 이 대통령은 15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재임 중 가장 가슴 아팠던 적이 언제냐는 질문에 천안함 사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것이, 북한이 천안함 소행을 저지른 것처럼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천안함 관련 조사단을 편성할 때 스웨덴 같은 나라들까지 부른 것은 틀림없이 종북 세력들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떠들 것을 예측했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이런 요청에 한 외국 정상이 '조사 안 하면 북한 소행인 것을 모르느냐, 뭘 조사까지 하려고 대통령이 애를 쓰느냐'고 묻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천안함 때 공격능력 있었지만 참은 것"북한의 핵실험과 동북아 정세와 관련, 이 대통령은 "중국의 대북 인식에 변화가 오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 임기 중반 이후부터 (현재까지) 중국 측이 '우리를 너무 북한 편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중국과 한반도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후진타오 지도부 때까지는 북한의 안정이 중국에 더 도움이 된다고 봤지만 지금 북한의 행태는 이에 점점 반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 국민의 생각도 바뀌어가고 있다"며 "시 총서기는 이런 국민의 생각이 좀 더 반영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중국이) 당장은 북한의 안정에 반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지 못하지만, 이미 그 작업에 들어가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 북한의 핵실험 계획을 통보받고 바로 우리에게 알려준 것도 북한에만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남북 간에 공정하게 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가 이걸 (이해)해야 된다. 중국이 걱정하는 (한반도) 급변 사태 시 한중관계와 한미관계가 어떻게 될 것이냐 같은 역학관계와 삼각구도를 잘 이해시켜야 한다"고 한 이 대통령은 "통일 후 미군기지가 북한으로 올라간다든가 거기에 주둔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 한미동맹이 한중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고 미·중간 이해가 상충될 때에는 한국이 평화유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중국에) 알리고 있다. 정상 간에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내가 지금까지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중간 소통이 안 되네, 대화가 안 되네 하는 식의 비판들을 했다"며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는 그 (북한의 급변사태) 때 북한의 핵시설을 어떻게 할 것이냐, 예를 들면 UN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전하는 식의 방안들을 논의해야 한다. 중국도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임기중 처음인게 너무 많다... 리스트 이만큼"지난해 8월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독도를 방문한 이유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정치권이 지난해 총선을 치르면서 우경화 경쟁을 했고 독도 문제, 한·일 과거사 등 역사 문제, 위안부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았다"며 "누군가 브레이크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 역사의 흐름을 보고 선제적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독도 방문 뒤 일본 내 강경 여론이 일었고 이 대통령은 다시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를 하면 좋겠다'고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일왕이 (내 발언 이후) '사과할 용의도 있고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한다. 실제보다는 좀 과장되어서 내 발언이 알려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가장 큰 치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꼽았다. 자신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145회 주재한 것을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자평한 이 대통령은 "내가 경제위기를 극복 못 했으면 기사가 어마어마하게 나왔을 텐데 위기 극복이 잘됐으니까 기사가 안 나오는 것"이라면서 웃었다.
이 대통령은 "내가 보기에는 (내 임기 중) 처음인 게 너무 많다"면서 양손을 벌려 "리스트가 '이만큼'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자원외교나 녹색성장과 관련해 "내가 대통령이 되어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이 정도로 인지도 생기고, 수백 년 변방에서 세계 중심으로 갔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녹색성장이 세계 공용어가 됐는데 이는 처음으로 한국이 세계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 역사 이래 처음이고 의미가 굉장히 크다"면서 "4대강도 사실 녹색성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총체적 부실이라고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발표 기자회견문 자체가 감사원답지 않은 표현을 썼다"며 "'물 일'이라는 것이 도로공사에서 하는 공사처럼 바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고 3~4년이 걸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실제 4대강이 그렇게 부실상태라면 그 사람들(4대강 관련 공무원)을 해임시키고 중징계를 해야지, 그런데 또 담당자들에게 '주의'라고 하는 하나마나 한 정도의 조치를 했더라. 앞뒤가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