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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비대위원장인 강성모씨가 운영하는 중랑구 신내동 파리바게뜨 매장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비대위원장인 강성모씨가 운영하는 중랑구 신내동 파리바게뜨 매장 ⓒ 김시연

"우리는 고래가 아닙니다. 고래처럼 보이는 멸치떼에 불과한 조그마한 자영업자입니다."

이달 초 제과업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앞두고 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가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 신규 출점과 500m 거리를 제한하면 그 피해가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간다는 얘기였다.

이는 이번 조치가 가맹 본사에 대한 규제일 뿐 동네빵집은 물론 기존 가맹점주도 경쟁이 줄어 더 유리하다는 시각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파리바게뜨 본사에서 가맹점주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기 적합업종 선정을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을 샀다. 실제 대한제과협회는 지난 13일 파리크라상을 공정위에 제소하기도 했다(관련기사: "중기업종 취소"... 파리바게뜨 '회유공작' 정황 드러나).

프랜차이즈 빵집도 '빈익빈 부익부'... 상위 점주들 "확장 차질"

정작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프랜차이즈 자영업자 생존권 보장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강성모, 아래 비대위)'에서는 본사 지시를 받지 않은 독자적 행동이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을'인 가맹점주들이 자발적으로 '갑'인 본사 편을 들고 나선 속사정은 무엇일까? 앞서 공개 편지 주인공이기도 한 강성모 비대위원장을 지난 14일 직접 만났다.

강씨는 서울 중랑구 신내동 아파트단지 주변 상가 1층에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카페를 겸한 20평 남짓한 매장엔 본사에서 파견된 제빵사만 2명이고 아르바이트 직원도 서너 명 따로 두고 있었다. 마침 밸런타인데이 대목인 탓인지 매장엔 손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바로 맞은편 홈플러스에 '아티제 블랑제리'가 버티고 있고 주변에도 뚜레쥬르 등 경쟁 빵집이 2군데 더 있었지만 하루 매출 400만 원이 넘는 '상위 5%' 매장이라고 한다.

 대전지역을 대표하는 기업형 '동네 빵집'인 성심당 대전역점. 지난 설연휴 성심당 대표 상품인 튀김 소보로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있다.
대전지역을 대표하는 기업형 '동네 빵집'인 성심당 대전역점. 지난 설연휴 성심당 대표 상품인 튀김 소보로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있다. ⓒ 김시연

IMF 위기 직후 직장을 그만둔 뒤 13년째 파리바게뜨를 운영해온 강씨는 지난 2010년 적자 상태이던 면목동 매장을 인수해 일 매출 80만 원 정도이던 곳을 160만 원 규모로 키웠다. 이후 강씨는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혀 신규 가맹점주 대상으로 강연을 다니기도 했고 본사에서 파리 연수를 보내주기도 했다. 본사와의 관계에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지만 강씨는 오히려 당당했다.

"본사와 공조 체제로 가는 게 뭐가 잘못이죠. 오히려 회사가 미온적으로 나와 우리가 양재동 본사에 찾아가서 따지고 제과협회 협상도 직접 중재에 나섰어요. 회사에선 우리를 부담스러워해요."  

강씨가 이번 동반위 결정에 가장 불만인 것도 다점포 계획에 직접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기존 점주들이 장사가 잘 돼 매장을 더 늘리고 싶어도 신규 출점이 2%로 제한되면 사실상 방법이 없다"며 하소연했다. 또 프랜차이즈 본사가 '역성장'하면서 가맹점 지원이 끊기고 오히려 다른 프랜차이즈 빵집이 그 자리를 차지하리라는 염려 역시 회사 입장과 같았다.

"이미 지난해 4월 공정위 결정으로 같은 가맹점끼리는 500m 안에 들어올 수 없어요. 그런데 카페베네나 빵꿈터 같은 다른 중소 프랜차이즈 빵집들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매장을 낼 수 있게 하면서 우리만 막는 건 역차별이죠."

대한제과협회에 대한 불신은 대단했다. 강씨는 "제과협회 회원 5400명 가운데 1500명 정도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라면서 "협회 집행부가 프랜차이즈 회원들 의견도 듣지 않고 중기 적합업종 신청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비대위 가맹점주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협회와 가맹 본사간 협상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에게 제과제빵 자격증 취득과 제과협회 가입을 조건으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가맹 본사와 점주간 불공정행위 등 '갑-을 문제'를 해소할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결국 지난해 말 협회비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최근 협회비 횡령 혐의 등으로 보건복지부에 협회 감사를 요청하는 한편 김서중 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도 제기한 상태다.

대한제과협회에서도 이런 불만은 인정하면서도 자칫 협회와 가맹점주간 내분으로 비치는 걸 크게 우려하고 있다. 본사가 비대위를 움직이고 있다며 협회가 공정위에 제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500m 안에 같은 가맹점 2개... 파리바게뜨끼리 경쟁"

그렇다고 3200여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이 모두 비대위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 강씨 역시 하루 반나절만에 점주 동의서 2500장을 받았다고 자랑했지만 비대위에 동조하지 않는 점주들도 있다는 건 인정했다.

강씨는 "현재 비대위에는 59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이 각 지역을 대표하기 때문에 3200명 점주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500명 정도만 진성이고 1000명은 중간, 나머지는 무관심하거나 회사에 반대하는 점주도 있다"고 밝혔다.

본사인 SPC그룹 관계자 역시 "비대위는 동반위 결정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일부 점주들일 뿐"이라면서 "전체 점주들을 대변하는 게 아닌데 이들 50~60명 얘기만 들을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동반위 결정을 환영하는 가맹점주들도 적지 않다. 서울에서 5년째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14일 전화 통화에서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신규 출점이 제한되고 거리 제한이 생기면 좋다"면서 "본사에서 상권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바로 옆에 다른 매장을 내줘서 점주들도 많이 죽었다"고 지적했다.

자칫 본사에 알려질 경우 불이익을 우려해 신분 노출을 극히 꺼린 A씨는 "본사 직원이 찾아와 옆에 (매장) 하나 더 내야겠다고 하는 바람에 불안해서 장사도 제대로 못했다"면서 "500m 안에 파리바게뜨만 2군데 있고 매장이 생기면서 하루 매출이 15% 정도씩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해 4월 500m 내 중복 출점한 파리바게뜨 가맹점 비율이 44.5%에 이른다며, 동일 가맹점간 500m 이내 신규 출점을 금지하기도 했다.

A씨는 비대위 활동에 대해 "회사에서 시켜서 하는 것 아니겠나"라면서 "제빵에 대해 모르면서 브랜드 파워가 있어 손님이 찾아오니까 장사 잘하는 사람들을 앞세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A씨는 "협회에 가입하라거나 집회에 참석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적은 없지만 본사 직원들이 전화해 (중기 적합업종 선정되면) 가맹점주들이 손해 본다거나 제과협회가 잘못하고 있다고 세뇌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규 출점이 제한돼 회사가 역성장하면 가맹점 지원이 끊긴다는 주장에 대해 A씨는 "지금도 본사에서 지원해 주는 것 없고 그나마 돈 내야 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맹점이 되기 전에 10년 넘게 개인 빵집을 했다는 A씨는 "그때도 동네 빵집들이 많았지만 서로 빵맛으로 선의의 경쟁을 했다"면서 "시설은 낙후됐지만 지금처럼 냉동생지 빵이 아니라 직접 만들기 때문에 맛은 자부했다"고 회상했다.

반면 2년 전 매장 리뉴얼에만 2억 원을 들였다는 강성모씨는 "파리바게뜨 없다고 개인 제과점이 살아나는 건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중소 프랜차이즈가 성장하면 개인 제과점만 더 열악해지고 소비자 욕구에 맞춰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네빵집 프랜차이즈빵집 숫자변화
동네빵집 프랜차이즈빵집 숫자변화 ⓒ 봉주영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 크는 사이 동네빵집 급감

실제 개인이 운영하는 동네 빵집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파리바게뜨가 있었다. 2007년 1568개였던 파리바게뜨 매장은 2011년 3095개로 4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고 그 사이 8000개에 이르던 동네빵집은 5000여 개로 줄었다. 대한제과협회에서 유독 파리바게뜨를 문제삼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한 동네 빵집 주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가 발견되진 않았지만 당시 언론들은 평소 주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 때문에 빵집 경영이 어려웠던 점을 크게 부각시켰다. 이는 당시 경제민주화 분위기와 맞물려 동네 빵집을 결집시켰고 결국 지난 5일 제과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권고하기에 이르렀다(관련기사: 대기업 빵집 규제에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비상').

 동네빵집 프랜차이즈빵집 비교
동네빵집 프랜차이즈빵집 비교 ⓒ 봉주영

하지만 이미 도심은 물론 골목 상권까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장악한 상태에서 이번 조치가 실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그나마 신촌 리치몬드과자점, 강남 김영모과자점, 대전 성심당 같이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유명 빵집들이 프랜차이즈에 맞서 성장하고 있을 뿐 대부분 동네 빵집은 프랜차이즈 틈새에서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SPC그룹은 1945년 황해도 옹진군에 문을 연 제과점 '상미당'(현 삼립식품)이 모태였다고 강조한다. 오늘날 전국 3200개에 이르는 파리바게뜨의 원조 역시 '동네 빵집'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를 활용한 무차별 확장은 다른 동네빵집은 물론 같은 가맹점끼리 경쟁시키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대한제과협회와 협상 과정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을 취소하는 대가로 동네 빵집 지원을 약속했다. 지금이야말로 아무 조건 없이 이를 실천해 프랜차이즈 빵집과 동네 빵집이 함께 살 길을 모색하는 게 '동네빵집 원조'다운 아량일 것이다.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프랜차이즈빵집#동네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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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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