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강서(35)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이 '158억 손배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속에, 노동자들이 대통령 취임식(2월 25일) 이전까지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본부장 김재하)는 16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183억 손배소송 철회, 강제휴업 중단, 노조탄압 분쇄,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정신계승 결의대회'를 열었다. 부산·경남지역 노동자와 야당,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역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3km 정도 떨어져 있는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까지 거리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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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강서 조직차장은 이날까지 58일째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시신은 부산 영도구민장례식장에 있다가 지난 1월 30일 의도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진중공업 공장 안으로 들어가 있는 상태이며, 차해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등 30여 명이 시신을 지키고 있다.

시신은 관에 넣어 놓았는데, 매일 관 두껑을 열어 드라이아이스로 채우고 있다. 고 최강서 조직차장의 자결 이후 한진중공업 사측과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사이 교섭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회사는 조문은커녕 교섭조차 하지 않아"

이날 집회 사회를 본 장현술 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처장은 "우리는 옛날부터 원수라도 초상이 나면 조문하는 게 예의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진중공업 사측은 조문은 커녕 교섭조차 하지 않고 있다, 여러 핑계를 대며 두 달이 다 되었다"며 "매일 관을 열어 드라이아이스를 채우고 있는데 유족의 심정이 어떠하겠느냐"고 말했다.

차해도 지회장은 이날 한진중공업 공장 안에 있으면서 휴대전화로 경과보고를 했다. 차 지회장은 "매일 불안한 날의 연속이다, 공장 바깥에는 경찰, 안에는 용역들이 우리의 투쟁을 와해시키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며 "사수 대오는 24시간,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측은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유족들도 많이 힘들어 한다, 꼭 승리하는 투쟁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재하 본부장은 "두 달이나 되었는데 사측은 협상도 하지 못하고 시신을 방치하고 있다, 사태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의 두 당사자는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당선인이 이번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불통과 모르쇠 정권의 오명이 될 것"이라며 "오는 25일 축하와 박수 속에서 출발해야 할 취임식이 절규와 저주 속에 이루어져야 되겠느냐,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고, 돌아갈 수도 없다. 명심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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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합 금속노조 경남지부 현대로템지회장은 투쟁기금 920여만 원을 모아 '노조탄압 분쇄, 158억 손배 철회, 정리해고와 강제휴업이 부른 사회적 살인,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투쟁대책위원회'에 전달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트럭에 실은 대형영정을 앞세우고 한진중공업 앞까지 거리행진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노동자의 고통과 죽음을 중단시키기 위해 박근혜 당선인이 나서야 한다, 노동자의 주검을 방치한 채 출범하는 정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제목의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경찰, 한진중공업 앞 배치... 충돌은 발생 안해

한진중공업 앞에서 마무리 집회가 열렸다. 경찰은 한진중공업 신관 앞에 대형버스 7대를 배치하고, 경찰대원을 배치하기도 했다. 경찰과 노동자들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투쟁대책위 집행위원장인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참으로 한탄스럽다, 몰상식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며 "아무리 노사관계에서 사용자가 대책없는 집단이라 하지만, 정부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마지막까지 평화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공정한 법집행을 하지 않고 사용자 편향적으로 한다면 저항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 사용자는 계속 모른채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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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민주노총 비대위원은 "사람이 죽었다, 오늘로 58일째다, 영안실에 있다가 그토록 회사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42일째 되던 날 회사로 찾아왔다, 그런데 의도하지 않았지만 시신은 담장 안 단결의광장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알량한 조남호 회장의 자존심 때문에 이 사태까지 왔다"며 "비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듯 우리는 이길 때까지 함께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24~25일 대통령 취임식 집중투쟁 계획

투쟁대책위는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간부와 조합원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과 박근혜 당선인 집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투쟁대책위는 오는 18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데, 유가족도 참석할 예정이다. 또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전국투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인 김성태(새누리당)·홍영표(민주통합당) 의원을 면담할 예정이다.

또 전국투쟁대책위는 18~22일 사이 서울 대한문 앞에서 '서울 비상시국회의 비상시국농성'에 결합하고, 서울 비상시국농성단은 19일 집중투쟁한다. 또 이들은 23일 오후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와 '범국민대회'에 결합한다. 이어 이들은 24~25일 사이 '긴급노동현안 해결없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집중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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