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재보강 : 17일 낮 12시 50분]박근혜 정부의 경제수장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내정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KDI를 이끌면서 이명박 정부의 성장 중시 정책을 두둔해, 많은 논란을 낳은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17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당초 예상됐던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주요 인선 발표는 또 다시 미뤄지게 됐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김종훈 알카텔 루슨트 벨 연구소 최고전략책임자, 통일부 장관에 유길재 한국북한연구학회장, 보건복지부 장관에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농림축산부 장관에 이동필 농천경제연구원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윤상직 지식경제부 1차관이 내정됐다.
또한 환경부 장관에 윤성규 한양대 연구교수, 고용노동부 장관에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여성가족부 장관에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 국토해양부 장관에 서승환 연세대 교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윤진숙 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이 내정됐다.
한편, 김용준 위원장은 장관 후보자 발표 직전, 조속한 정부조직법 개편안 국회 통과를 요청했다. 그는 현재의 정부 조직에 없는 미래창조과학부·해양수산부·산업통상자원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개편안 통과가 늦어지고 있어서 안정적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오석 원장이 이끈 KDI, 'MB 찬양' 논란
197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 관료의 길을 걸은 현오석 원장은 대통령 비서실 경제비서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등을 거쳤다. 이후 2007년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이명박 정부와 인연을 쌓았다. 2009년 3월 한국개발연구원장에 취임했다.
현 원장 임기 동안 KDI는 이명박 정부 두둔 논란에 휩싸였다. KDI가 지난해 2월 내놓은 '이명박 정부 출범 4년의 성과보고서'는 이명박 정부 성과만 나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총체적 부실판정을 받은 4대강 사업이나 경인 아라뱃길 사업을 성과로 꼽기도 했다. 또한 물가 관리 실패를 물가 안정 노력을 두둔했다.
KDI는 2011년 6월 국제정책대학원을 서울G20개발대학원으로 교명 변경을 추진해 큰 비판을 받았다. G20 정상회의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요 치적 1순위로 꼽힌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정당 활동을 한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징계는 정치탄압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1982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중소기업청과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에서 관료생활을 했다. 지식경제부 기획조정실장과 청와대 대통령실 지식경제비서관 등을 거쳐 현재 지식경제부 1차관으로 있다. 윤 후보자는 동반성장위원회 적합업종 선정에 개입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당시 정운찬 위원장은 "정부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1975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다. 그는 1992년 유리시스템즈라는 통신장비 벤처회사를 차려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회사를 현재의 알카텔-루슨트에 10억 달러에 매각에, 미국 400대 부자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2005년 벨 연구소 소장을 맡아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장관 후보자, 남북 대화 강조해
통일부장관으로 내정된 류길재 한국북한연구학회 회장은 30년 가까이 북한 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다. 지난달 13일 갑작스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직을 내놓고 사퇴한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와 함께 박 당선인의 대북·통일 정책을 입안했던 핵심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대북관계에 있어서는 대화를 강조하는 '비둘기파'쪽에 가까운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 후보자는 농촌경제연구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농촌연구원에서 기획실장, 농촌발전 연구센터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농촌경제연구원 부임 이후 연구원 정원을 갈아엎어 보리를 심고 현장토론회를 신설하는 등 실용·현장중심 성향이 박 당선인과 맞아떨어진다는 평이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진 내정자는 2004년 박 당선인의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서울 용산에 지역구를 가진 3선 의원이기도 하다. 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다.
환경부 수장으로 내정된 윤성규 한양대 연구교수는 수질보존국장, 환경정책국장 등 환경부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30년 간 정부 관료로 일한 '환경통'이다. 지난해 7월 박 당선인의 대선 경선캠프에 환경 특보로 영입되면서 인연을 맺었으며 대선 때는 환경과 에너지 분야 정책을 담당하는 지속가능국가추진단장을 맡아 활동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직에는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내정됐다. 방 내정자는 고용과 복지 연계를 강조해온 고용·노동분야 전문가다. MB정부가 임기 내내 한국노동연구원과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적인 인사로 꼽힌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변호사 출신인 조윤선 후보자는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대변인을 지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입 역할을 하면서, 박 당선인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는 평이다.
국토교통부 장관에 내정된 서승환 연세대 교수는 박 당선인의 '부동산 멘토'로 꼽힌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으로 현재는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도시경제학 전문가이자 시장중심 경제학자라는 게 주변의 평이다.
해양수산부 장관에는 윤진숙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이 내정됐다. 윤진숙 후보자는 지난 1997년 해양수산개발원에 입사한 후 줄곧 연구에 매진해온 전형적인 '학자'형 인물이다. 연안관리와 해양환경에 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해왔으며 박 당선인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