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뭘까? 7000개의 섬이 있는 나라, 홍수와 물난리를 걱정해야 하는 나라, 총기 위협을 수시로 받는 나라, 인터넷 정보만 얻으면 뭐든 성공할 수 있는 나라, 바로 그런 점들이 생각나지 않을까?
실제로 내가 아는 어떤 목사는 그곳의 섬에 들어가 목회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는 비록 낙후된 곳이지만 그곳에서 열심히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물론 영어권 나라라 그런지 자녀들 영어교육은 썩 좋다고 한다.
그런데 목회가 아닌 다른 사업을 위해 그곳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이민 사업을 한다면 말이다. 우리보다 가난하기 때문에 뭐든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잘 나간다는 홈스테이나, 화상 영어 학원, 또 레스토랑이나 스파 같은 사업을 한다면 말이다.
<기회의 바다, 나는 필리핀에 산다>는 그곳에 이민 사업을 구상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필리핀의 표면적인 모습을 들춰주는 게 아니다. 그야말로 그 속에 숨겨진 속살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그만큼 필리핀의 경제와 문화와 생활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필리핀에서 새 인생을 시작할고 하는 여러분은 떠나기 전에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충분히 익힐 필요가 있다. 정보 없이 필리핀으로 떠나는 것은 안전 장비 없이 줄 하나만 붙잡고 번지 점프를 하는 것만큼 매우 위험한 일이다.(45쪽)모름지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은 현지정보가 중요하다. 이는 필리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도 필리핀에 관하여 그곳의 정보만 믿고 성급히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 낭패를 보기가 쉽다고 한다.
그런 차원에서, 그곳에 가서 1년 먼저 살아보는 것도 좋다고 한다. 관광비자로 1년 정도 체류할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 과정 속에서 생계를 유지할 방법도 찾고,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에 대한 구상과 준비도 철저히 해 둘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과연 필리핀은 물난리를 걱정해야 하는 나라일까? 이 책에서는 전혀 아니라고 한다. 비록 필리핀이 태평양 부근에 위치하기에 태풍의 길목에 있지만 꼭 물난리를 걱정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상습 침수 지역이 있듯이 필리핀도 그렇다는 뜻이다. 필리핀의 중산층과 한국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보니파시오'와 '산타로사' 지역은 홍수 속에서도 아무런 피해 없이 평온하기만 하단다.
우선 총을 가지고 다니려면 필리핀 정부가 권한을 부여하는 총기 소지 허가증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을 취득하는 비용이 웬만한 서민의 벌이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총기의 가격 또한 만만하지는 않은 수준이라 일반 서민이 총기를 가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62쪽)필리핀이 총기소지와 총기사고가 많지는 않는지 염려하지만, 그 역시 걱정할 게 아니라고 한다. 총기를 구입하고 또 소지하는데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까닭이라고 한다. 필리핀 거리를 걷는 사람 중에 총기를 품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엉뚱한 게 있다. 바로 '초대예절'에 관한 게 그것이다. 그들은 초대 받았을 경우, 우리처럼 제 시간에 맞춰서 가는 게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약속시간보다 30분 늦게 가는 걸 예의로 생각한다고 한다. 그게 열대지방 특유의 느긋한 풍습이고, 초대한 주인이 여유 있게 식사 준비를 하도록 하는 배려의 차원이라고 한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필리핀의 여성, 미혼모, 정부, 지방족벌, 정경유착 등 필리핀의 여러 속살들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만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이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필리핀에도 불법체류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 중 2만 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들이 모두 한국인이라고 한다.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사회 시스템이 불안정하고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심하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사기꾼이 깔려 있다는 현실이다. 그래서 필리핀에 장기 거주한 교민들이 자주하는 충고는 이렇다. 아무도 믿지 마라. 특히 한국인을 믿지 마라.(198쪽)그곳에서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교민을 믿지 않는다면 사업이 제대로 될까? 어떻게 사기꾼 기질이 있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까? 확실한 직업이 없거나 사업을 하지 않으면서도 고급 승용차와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 필리핀에서 성공한 사업가들과 친하게 어울리면서 마치 자기가 운영하는 컨설팅 회사의 고객들인 것처럼 떠벌리는 사람, 필리핀 이민국과 시청의 공무원들과 친한 관계임을 과시하는 사람들, 그들을 조심하면 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