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이 계속 아프다. 4대강 정비사업이 끝난 낙동강은 지난 겨울을 지나면서 침식 현상이 발생하고, 인근 지역의 지하수가 메말라 갔다. 준설 작업을 했던 강에는 다시 모래가 쌓이고 있다.
또 지난해 준공했던 창녕함안보(함안보)·합천녕보(합천보)는 다시 보 시설물 보강 공사가 시작돼 '부실설계·시공' 지적을 받고 있다. 자전거 도로에 세워진 가로등은 넘어진 지 오래됐지만 보수가 되지 않는 등 관리가 엉망이다.
지난 21일 <오마이뉴스>는 낙동강 일대를 답사했는데, 현장에서는 '아픈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앞서 대한하천학회와 4대강조사위원회·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8일 낙동강 현장조사를 벌였으며 보고서는 3월께 나올 예정이다.
임해진 콘크리트 블록 유실 원인은?경남 창녕군 부곡면 청암리 낙동강 임해진 쪽 고수부지(제방)와 콘크리트 블록은 위아래로 20m 정도 무너져 내렸다. 현재 이곳에서는 국토해양부 부산국토관리청이 지난해 11월부터 5월까지 벌이는 '낙동강 아동배수문 개축공사와 하천정비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곳은 낙동강 물이 상류에서 내려왔다가 부닥친 뒤 하류로 흘러가는 지형이다. 이곳 고수부지가 무너져 내린 원인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현장을 살펴봤던 박창근 교수(관동대)는 "낙동강 본류의 과다 준설로 인해 하천의 안전성이 훼손됐다"며 "과도하게 모래를 퍼내니까 측방 침식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준설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전부터 하천정비공사 계획이 있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낙동강사업과 관계 없이 지난 수년간 자연적인 침식작용으로 인해 저수호안과 콘크리트 블록이 유실된 것이고, 지난 태풍으로 일부 추가 유실됐던 것"이라며 "콘크리트 포장은 과거 지역주민이 선박을 이용하기 위한 진입로 포장구장으로 낙동강살리기사업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함안보·합천보 보강공사... 부실시공 탓일까22일부터 시작된 함안보·합천보 시설물 보강공사 역시 논란거리다.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통합물관리센터는 자체 해빙기 점검 결과와 보 시설물 전반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이뤄지는 조치라고 밝혔다.
수공은 2개 보의 콘크리트 이음부 실란트(밀봉재) 탈락 부위를 보수한다. 또 수공은 함안보 수문 진동 실험을 할 예정인데, 이는 감사원이 "방류가 수문 구조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형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부산국토관리청은 상주 낙단보·구미 해평면 구미보·칠곡 석적읍 칠곡보에 대해 보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녹이 슬지 않는 철판과 롤러 등 강재를 덧대는 방식의 보강공사를 여름 장마철 이전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박창근 교수는 "함안보와 합천보를 준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 무슨 보강공사냐"며 "준공해 놓고 계속 보강공사다, 이것은 곧 부실설계와 부실시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리 엉망 자전거길 ... 지하수 고갈 현상도 일어나자전거길은 관리가 엉망인 상태였다. 본포취수장 쪽 자전거길에는 지난해 홍수 때 쓰러진 가로등 2개가 있는데, 아직까지 보수가 되지 않고 있다.
감병만 마창진환경연합 사무국장은 "넘어진 가로등이 오랫동안 그대로 있는 것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자전거길은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 많은 돈을 들여 조성해놨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게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낙동강 곳곳에는 재퇴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합천보 하류 쪽에는 강 중심에 넓은 모래톱 서너 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곳은 4대강사업을 하면서 준설작업을 통해 모래를 파냈던 장소다.
한편, 지하수 수위는 낮아지고 있었다. 낙동강과 붙어 있는 창녕군 부곡면 노리마을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을 주민들은 논에 관정을 뚫어 산중턱까지 지하수를 끌어 올려 간이상수도로 사용했다. 지난해 말 두 차례 정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
3년 전부터 이 마을에서 살고 있는 박종훈 전 마창진환경연합 공동의장은 "이전에는 지하수를 끌어 올리는 전동 모터가 고장 나 하루 정도 물이 공급되지 않았던 적이 있다"면서도 "그런데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사흘 정도, 연말에 사흘 정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 원인을 알아봤더니 지하수 수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광역상수도 시설은 마을 입구까지 설치돼 있었는데, 지하수 고갈 뒤부터 마을간이상수도 물탱크까지 연결시켜 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광역상수도와 연결한 뒤부터 단수 사고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감병만 사무국장은 "낙동강에는 재퇴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 준설작업을 왜 했느냐고 할 정도다, 측방침식 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겨울에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침식작용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낙동강 일대에 대한 답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