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 금곡동에 위치한 '사진공간 배다리'에서는 오는 3월 13일까지 만석동 '기차길 옆 공부방' 선생 유동훈사진전 '어떤 동네'가 전시된다.
'기차길 옆 공부방'은 소설 '괭이부리 말 아이들'의 작가 김중미를 통하여 널리 알려진 만석동에 있는 공부방이다. 김중미는 이곳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그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어려움과 좌절 속에서도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면 유동훈은 그들의 모습을 20여 년 동안 사진기로 담아왔다. 어린 아이들은 어려움의 모습을 거의 찾을 수 없다. 천진하고 밝고 환한 모습이다. 그 환한 모습의 주인공들은 이미 성인으로 바르게 살고 있으리란 상상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괭이부리말 만석동 공부방 부근은 어렵게 사는 분들이 모여 사는 동네다. 유동훈은 "동네는 판자로 지어진 쪽방들이 마치 추운 겨울 서로 몸 비비며 체온을 유지하려는 동네 꼬마 아이들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고, 그 작은 방에 또 온몸 부딪치고 사는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고 공부방 동네를 말한다.
어렵게 사는 이곳 동네에 20여 년 전, 대학을 다니는 청년이었던 그는 작은 공부방에 첫 발은 디뎠다. 이후 공부방 삼촌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이곳에서 꿈꾸며 일하고 있다.
'공부방에서 처음 만났을 때 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이는 서른 넷 건장한 청년이 되어 아름다운 신부 앞에 당당하게 서 있었다. 자신이 농사꾼임을, 공부방 삼촌임을 자랑스럽게 밝힌 주례는 온 마음을 다해 두 젊은이의 성혼을 선포하였다.'작가가 쓴 포토에세이 '어떤 동네'에 있는 글이다. 코흘리개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청년이 되어 그의 결혼식 주례를 맡은 작가. 대견함이 느껴지는 행복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 하나하나에는 이와 같은 오래 전 사건들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보는 이에게 어린 시절, 상상의 세계로 드나들게 한다.
그는 사진전 속 아이들에게 "사진 속 '또 다른 나'는 그 간절함에 대한 증거이자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가 닿고 싶은 미래의 증표들"이라고 말한다.
사진 속의 아이들이 자신의 과거이며 현재이며 미래라고 말하는 그가 꿈꾸는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일까? 그 해답은 밝은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는 사진 속의 아이들이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전시는 2013년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첫 번째로 기획한 초대전이다. 사진공간 '배다리'는 지난해 고 최민식 작가를 비롯하여 성남훈 교수 등 유명작가를 초대하여 갤러리 존재를 알리는데 주력하였다. 개관 후 한 해를 넘긴 올해는 인천 지역의 사진가와 신인사진가 중심으로 전시 계획을 잡았다.
그 첫 번째 초대 전시로 인천의 만석동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20여년 가르치면서 촬영한 유동훈을 초대했다. 그는 사진가는 아니다. 그러나 그가 하는 사진 작업은 아무도 할 수 없는 우리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사진에는 꿈이 있고 희망이 있고 또 밝은 미래가 있다. 우리는 그의 사진을 통하여 오래 전 잊고 살던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바라본다. 거기에서 친구를 보고 고향을 보고 또 부모님을 본다. 천진한 동심을 통해 잊었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
유동훈은 동네 아이들과 인형도 만들고, 목공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그렇게 지내는 동안 그는 함께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고 글로 남겼다. 그로서 그는 2010년, 포토에세이 '어떤 동네'를 출간하였다. 또한 어린이 책에도 관심이 많아 '새끼개' '따뜻한 손'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가 없다' 등에 그림을 그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천in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