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기초의회가 어처구니없는 예산안 통과로 논란에 휩싸였다. 50억 원에 가까운 돈이 상임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를 끼워 맞추기 위해 속기록이 수정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문제가 된 의회는 부산진구의회로 이 같은 일은 올해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최진규 부산진구의회 의원은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한 예산에서는 없던 50억 원가량이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속기록을 찾아보면 이 같은 금액을 맞추기 위해 하지도 않은 발언을 끼워넣어 수정까지 했다"고 밝혔다.
실제 최 의원이 공개한 예결위와 본회의 녹취자료와 속기록을 살펴보면 회의 당시 언급하지 않은 금액으로 상당수 예산이 수정되어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심지어 논의조차 하지 않았던 '버스승객대기실 설치 등 3400만 원을 증액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합의된 것처럼 버젓이 실려 있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슬금슬금 올라간 예산은 약 49억3700만 원. 지난해 12월 12일 예결위에서는 심의조차 되지 않았던 이 같은 금액은 하루 뒤인 13일 열린 본회의를 별 문제 없이 통과했다.
최 의원은 이 과정에서 잘못된 예산안 통과를 가리기 위한 계획적인 속기록 수정이 있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최 의원은 "구청이 50여억 원을 통과하지 않고 이월하면 연말에 있는 감사에서 지적사항이 될 수 있다"며 "결국 이 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나중에 구의회 집행부 등이 속기록을 맞추어 놓았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구청과 의회 사이 협력관계 없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
일부 부산진구의회 의원들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에 동의하고 있다. 한 구의원은 "예산안 통과 과정에 있어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예결위 내부의 문제라 하더라도 본회의에서 이를 그대로 통과시킨 구의원들이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논란이 일자 예결위에 참여했던 의원들은 이번 사안과 관련된 언급을 피했다. 대신 구의회 의장단은 이번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나섰다. 김진수 부산진구의회 의장은 "(이번 논란은) 예결위가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다 예산안에 대한 설명을 빠트렸고 본회의를 하려니 문제가 돼서 본회의 전 예결위원들에게 전화를 넣어 예결위에서 통과된 걸로 하기로 하고 속기록을 수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예결위원장과 문제를 제기한 의원 사이에는 합의가 됐다"며 "따로 조사위원회를 꾸린다거나 거론을 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반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최 의원은 속기록 조작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의원은 "누구 주도하에 속기록이 조작되었는지 따져야 한다"며 "예산 심사에서 심사를 하지 않은 많은 금액을 올려놓고 아무도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속기록을 고치는 것은 의회 사무국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분명히 누군가의 지시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이번 논란을 예의주시하고 나섰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 사안은 구청 측과 의회 사이에 협력관계가 없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고 있으며 일선 자치단체의 공직자가 자발적으로 공문서를 조작할 리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누군가의 지시와 묵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부산의 정치지형이 오랫동안 일당독점되어온 과정에서 구청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보다는 집행부와 의회 간의 담합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며 "부산진구청과 부산진구의회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통해 투명하게 시민들에게 그 과정을 밝히고, 그 결과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