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든 순간이 배움이며 학습이다'고 말한 이가 있다. 유명한 카피라이터가 한 말은 아니다. 모두가 알만한 그가 한 말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기 개그맨 김영철 말이다.
그에게 붙는 수식어가 꽤 된다. 유쾌한 수다쟁이와 청춘토커. 그리고 베스트셀러작가에다 스타강사가 그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재 MBC FM <정오의 희망곡>에서 '영철영어' 코너를 진행하고 있고, 대학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하는 등 영어 잘하는 개그맨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 역시 처음부터 그런 유명세를 타고 난 건 아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자신에게 있는 연예인 끼를 발견하여 대학시절 탤런트 공채에 여러 차례 도전한 그였다. 물론 그때마다 떨어지곤 했다.
그러던 1999년 3월의 어느 날이었다. 두 번의 방송사 개그맨 시험에서도 낙방한 그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KBS 14기 공채에 도전을 했다. 그때 1, 2차, 그리고 3차를 통과하여 최총 50명 중 14명을 뽑는 선발과정까지 무사히 통과했다.
하지만 IMF가 끝나갈 무렵이라, 그 인원을 반으로 줄인다는 통보를 받았고, 급기야 여러 심사위원들 앞에서 10초 안에 자기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 그는 다음과 같은 멘트를 내 놓았다고 한다.
"방금 전 이 자리에서 10년 뒤의 제 모습을 한 번 그려보았습니다. 이홍렬, 주병진, 이경규, 신동엽 선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10년 뒤의 제 모습, 기대되지 않으신가요? 참가번호 164번 김영철이었습니다."(11쪽)그가 쓴 <일단, 시작해>라는 책에 나온 자기 고백이다. 이 책은 그의 톡톡 튀는 도전기라 할 수 있다. 어떻게 그가 개그맨 공채로 합격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그가 하프마라톤의 참가자로 도전하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영어공부에 열정을 쏟게 되었는지 등 그의 열정어린 도전정신을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사실 그는 예능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가끔씩 그가 나올 때면 그는 어김없이 톡톡 튀는 말들을 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왜 그가 튀려고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그가 그토록 설치고 나대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로 '총성 없는 전쟁터'가 예능계의 속사정인 까닭이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한 이유도, 이경규나 신동엽이나 강호동이나 유재석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더 없이 총알을 쏘아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던 것이다. 언젠가 유재석이 그에게 '열심히는 기본이고 정말 최선을 다하다 죽을 정도로 해야지' 하고 충고한 걸 지금까지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있는 것도 그 이유라고 한다.
그런데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2003년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PD의 권유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석했다가 정말로 쇼킹한 도전을 받고 만다. 세계적인 개그맨은 그냥 되는 법이 없다는 게 그것이다.
그를 위해 그가 선택한 게 곧바로 영어회화를 배우는 것이었다.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아웃라이어>에 나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자신에게 적용해, 영어 회화를 공부한 지 10개월 만에 귀가 열린 것도 그런 노력의 결과였던 것이다.
지금은 SBS Power FM <김영철의 FunFun Today>를 진행하고 있어서 가끔씩 영어공부에 대한 문의가 들어온다고 한다. 사람들은 문법을 먼저 공부해야 하는지, 아니면 단어를 먼저 암기해야 하는지, 그도 아니면 회화에 도전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것들을 그에게 물어본다고 한다. 그때마다 그가 해 주는 대답은 이렇다고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단어 다 외우고 문법 다 본 다음에 학원에 가야 한다는 룰은 없으니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지금 하자."(204쪽)도대체 무슨 뜻인가? 그가 하는 영어 공부도 세상살이와 똑같다는 것이다. 이른바 밥을 먹고 나중에 국을 먹는 이도 있지만 둘을 섞어가면서 먹는 이가 있듯이, 샴푸와 린스를 동시에 쓰든 따로 쓰든 상관없듯이, 영어도 문법이랑 회화랑 같이 하든지 아니면 따로 하든지, 그것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란 뜻이다. 정작 중요한 건 일단 시작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가 정작 중요하게 여기는 격언 같은 게 하나 있다. 이른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취임식 때 '아침의 고동 On the pulse of the Morning'이란 시를 낭독한 미국의 유명 작가 '마야 안젤루'(Maya Angelou)의 말이 그것이다. 그 말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말이라고 한다.
"'If you don't like something, just change it. but if you can't, change your attitude. Don't complain(무엇인가 싫다면 바꾸어라. 그럴 수가 없다면 당신의 태도를 바꾸어라, 투덜대지 말고.)'"(223쪽)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오늘의 그를 있도록 만든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태도를 바꾸기 위해, 자기 삶에 무한한 도전정신을 기울이고 있는 것 말이다. 더욱이 끊임없이 책을 읽는 습관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주변 지인들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습관도 모두 그런 태도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현재까지 그가 쓴 책만 해도 <뻔뻔한 영철영어>와 <THE 더 뻔뻔한 영철영어>가 있고, 우말로 옮긴 책으로는 <치즈는 어디에?>와 <개구리와 키스를>도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어떤 책을 내놓을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지금도 그는 게으르지 않고 열심히 뜀박질을 하고 있을 것이며, 또 열심히 책 읽는 걸 즐기며 읽고 있을 것이며, 또 열심히 영어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모습이 내 눈에 선하게 다가온다. 김영철, 그는 영어만 잘한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