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후유증으로 금강이 심하게 앓고 있다. 고라니가 죽고, 붕어도 심심찮게 죽어갔다. 바닥에서 비교적 잘 살아가던 미꾸라지도 죽어간다. 수질도 지난여름과 비슷한 형태로 녹조와 부유물이 뜨고, 썩어 악취까지 풍긴다.
(관련기사: 4대강 '문제없다'더니 또 죽은 고라니와 물고기들)지난해 10월 '백제보' 인근을 조사한 결과로 환경부에서 추산한 5만 4000마리(환경단체 추산 60만 마리)가 10일간 물고기 떼죽음을 당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당시 환경부는 초동대처에 미흡했고 원인 규명도 하지 못한 채 '4대강 사업과 연관성 없다'는 해명만 되풀이했다.
이번에 발견된 물고기 죽음도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2월 24일부터 붕어와 자라 등 어류가 죽어가고 있다. 또 지난해와 다른 것은 육상동물 포유류인 고라니까지 죽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생태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환경부 처방이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지난 2월 26일 "강바닥에 서식 중인 부착조류 일부가 최근 보 수위 및 수온변화 등으로 물 위로 떠오르고 있지만, 악취나 수질분석 결과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특이사항이 없다,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서식 여건 변해 적응 못해...후유증에 시달리는 수달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4대강 홍보'를 하고 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토부 출입기자단과 수자원공사 등 60여 명을 이끌고 공주보를 찾아 "천연기념물 수달이 발견되고, 수질이 좋아지고, 천연생태계로 회복될 것이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수달 한 마리 등장... 국토부 장관부터 60여명 총출동)수자원공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달이 반복해서 포착되고 20여 분간 동영상을 찍었다"고 자랑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정부의 말처럼 인기척에 민감한 야생 수달이 미스코리아처럼 20여 분간이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포즈를 취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구심이 든다.
4대강 사업으로 준설과 보가 생기기 이전에 금강은 강변에는 모래톱이 발달하고 바위와 자갈이 적당히 분포하면서 자연동굴 등 수달과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터전이었다. 이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시민에게는 휴식처이자 놀이터였다. 공사로 피난을 떠나야만 했던 동물과 어류들이 중장비의 소음이 줄어들고, 인간의 간섭이 덜하면서 일부가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야행성 동물인 수달이 '한낮에 보이고 있다'는 것은 서식 여건의 변화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구조물 위에서 먹고, 휴식하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수달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자연생태계에 심각한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던 이명박 정부도 저물고, 박근혜 정부가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아첨만 하던 장관들도 하나둘 떨어져 나가고 있다. 물고기가 죽고, 뭇 생명들이 죽어나가도 원인 규명보다는 "문제가 없다"던 환경부의 주장도 정권이 바뀌면서 변하고 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4대강 질문'과 관련해 "낙동강 같은 곳은 인 농도가 너무 짙어서 앞으로도 조건만 형성되면 녹조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그동안 '4대강 수질이 개선됐다'는 환경부의 주장을 뒤집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4대강은 강이지만, 시각적으로 호소(湖沼)화 돼 있어 원상 복구(보 철거)도 방법"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젠 민관이 나서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감추고 감추어서 곪고 썩었던 부위를 도려내고 치유해야 한다. 지금은 자연이 죽어가고 있지만, 그다음은 우리 차례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