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지역 초등학교들의 약진이 돋보입니다."(경기 파주 P학원)
"우리 지역 학교가 다른 지역에 가면 몇 위가 되는지 검색해 보세요."(유명 사교육업체 H사)전국 사교육업체에 '학교 석차 매기기' 경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런 경쟁에 뛰어든 업체들은 전국 단위 유명학원부터 동네 학원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말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결과가 학교별로 공개되자 사교육업체들이 지역 또는 전국 단위의 '학교 순위표'를 만들어 자사 누리집 등에 지난 1월부터 올리기 시작했다.
전국의 학생들이 한날 한때 같은 시험지로 시험을 치렀던 일제고사 결과가 사교육업체들에 의해 '미끼 상품'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교육업체, '학교 알리미' 자료 재가공초·중등 학생 대상 가정방문학습사업을 새로 시작한 유명 특목고 업체인 H사는 최근 전국 초·중·고의 학력수준 비교 누리집을 만들었다.
5일 '우리지역 학교를 다른 지역 학교와 비교해보기'라는 제목이 달려 있는 H사 신설 가정방문학습 누리집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학교 이름만 치면 지역별 등수가 나오고, 이를 다시 서울 '강남구' 등지의 학교 등수와 비교할 수 있었다.
H사 관계자는 "일제고사 결과를 전국 1만2000개 초·중·고가 제각기 '학교 알리미' 누리집에 올린 것을 우리가 수집한 것"이라며 "학교별 누리집에서 수합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고 한 달 정도면 전국 석차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학교별로 '보통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 일제고사 결과를 세 단계로 나눠 그 비율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사교육업체들이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런 자료는 고급 정보이기 때문에 우리가 (학부모·학생 등과) 컨설팅할 때 사용한다"며 "석차 정보는 몇몇 언론사에 제공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전국 입시학원 전문포털'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또 다른 H업체도 초·중·고 석차를 자사 누리집에 올려놨다. 이 업체 대표도 "일제고사 결과를 수합해 학교 석차를 올려놓은 곳은 우리뿐만 아니다, 입시 업체 등에서는 일반화돼 있다"고 말했다.
학교 석차 공개 현상은 동네학원으로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 경기 파주지역의 P학원은 지난해 12월부터 '파주 관내 초중고 학업성취도평가결과표'를 지역 학부모 커뮤니티 누리집 등에 올려놨다. 이 자료에는 학교 이름과 함께 과목별 '보통 이상' 학생 비율을 적은 뒤 등수를 매겨놨다.
이 학원 대표는 "사업적인 목적보다는 학부모에게 지역 학교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교조 "낙인효과"... 교과부 "개선방안 마련 예정"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줄이겠다는 이유로 일제고사를 부활시켰지만, 그 결과는 사교육업체의 상업적인 학교 서열화 자료에 악용되고 있다"며 "올바르지 않은 일제고사 정보 공개는 학원에게는 '미끼 상품'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학생에게는 낙인으로, 학부모에게는 불안감만 조성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과부 관계자도 "변별력도 없는 일제고사 결과를 갖고 학원들이 마음대로 학교 석차를 매기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은 일"이라며 "앞으로 발표할 일제고사 개선방안에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시험 결과 공개방식을 변경하는 내용도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