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대표이사 서승화)가 회사에서 제공하는 통근버스를 타고 퇴근하다 일어난 산업재해를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할 경찰서 등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대전공장(대전 대덕구 목상동)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지난 1월 29일 야근을 마치고 통근용 전세버스를 타고 퇴근하다 오전 6시 30분 경 대전 법동 부근에서 사고를 당했다. 이날 사고로 수십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특히 이중 15명은 치아 또는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적게는 4일, 많게는 대략 2∼3주간의 입원치료를 받았다. 현행 산재보상법에서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경우 산재'로 인정하고 있어 다툼의 여지가 없다.
통근버스 사고인데 교통사고로 처리하지만 한국타이어 측은 산재가 발생하면 관할 지방노동청에 보고하거나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해야함에도 하지 않았다. 당시 사고로 부상을 당한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사측이 산재처리를 하지 않고 모두 교통사고로 처리해 치료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사고를 당한 또 다른 관계자는 "산재신청은 나중에 본인이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사고 이후 아직까지 회사측으로부터 산재신청 여부에 대해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은 모두 교통사고로 처리한 후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과 치료비 및 보상업무를 협의하고 있다.
대전광역시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보상업무 관계자는 "산재처리가 가능한데도 산재신청을 한 경우가 없어 운송조합에서 보상 및 합의절차를 밟고 있다"며 "대부분 합의금 지급까지 끝난 상태로 지금은 산재처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관련법(산업안전보건법)에는 4일 이상의 요양을 요하는 부상을 입은 경우 발생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보고하도록 돼 있고 보고를 하지 않은 경우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측 "신고의무 없다"... 노동청 "산업안전법 위반"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통근버스의 경우 산재보험 적용대상인 것은 알지만 사업주의 직접적인 법 위반에 기인한 것이 아니여서 신고 의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무인지 여부가 불분명해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 근로자들이 모두 산재신청을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피해 근로자들을 만나 산재처리시 평균임금의 70%를 보상받지만, 교통사고 처리시 이보다 더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각자 유리한 쪽으로 판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사고를 당한 협력업체 직원에 대해서는 협력업체를 통해 설명하도록 안내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는 "관련법에 산업재해에 해당하는 경우 산업재해조사표를 작성, 신고할 의무규정은 있지만 보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규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한 내 신고하지 않았다면 산업안전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대전광역시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보상업무 관계자는 '산재보다 교통사고로 보상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사측 주장과 관련 "교통사고 처리시 입원기간동안의 급여손실액의 80%만이 지급돼 큰 틀에서 보면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산재보험료율 인상 피하려 신고 회피이처럼 산재가 명백한데도 사업주가 산재처리를 등한시하는 것은 산재보험료율 인상을 막고 작업환경에 대한 노동부의 행정감독이 강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재다발업체로 이미지가 나빠져 세금이나 금융혜택에서 불리해지는 것을 피하려는 것도 산재처리를 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반면 산재처리를 하지 않을 경우 후유증이 있어도 재치료나 장해급여를 받기 어렵고, 사업주가 작업환경개선에 무관심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또 부정확한 산재통계로 산업보건 정책의 부실을 초래한다.
한편 대전지방노동청은 지난 2007년 말 한국타이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2005년부터 3년여 동안 대전공장·충남 금산공장·중앙연구소 등에서 발생한 100여 건의 산재사고를 노동청에 보고하지 않은 사례를 적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