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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감 교차' 쌍용차 무급휴직자 43개월만에 출근  5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으로 복직이 결정된 무급 휴직자와 정직자 등 489명이 43개월만에 일반 근무자와 함께 출근하고 있다. 무급 휴직자들은 이날 오전 노조와 회사측이 마련한 단체협약 규정과 직무 교육 등 회사 전반적인 설명을 들은 후 오후에 근무예정지에 배치돼 실무교육을 받게된다.
▲ '만감 교차' 쌍용차 무급휴직자 43개월만에 출근 5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으로 복직이 결정된 무급 휴직자와 정직자 등 489명이 43개월만에 일반 근무자와 함께 출근하고 있다. 무급 휴직자들은 이날 오전 노조와 회사측이 마련한 단체협약 규정과 직무 교육 등 회사 전반적인 설명을 들은 후 오후에 근무예정지에 배치돼 실무교육을 받게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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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만에 출근인지 알고 계세요?"
"3년 7개월 만이죠."
"정확히 1308일 걸렸네요."
"그걸 또 세 보셨어요? 정말 오래됐습니다."

전경호(43)씨의 평범했던 퇴근길이 돌아왔다. 지난 2009년 8월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77일 동안 벌였던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옥쇄파업이 끝난 지 4년 7개월, 정확히 1308일 만이다. 공장으로 돌아오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옥쇄파업을 끝내면서 노사는 1년 후 무급휴직자들을 복귀시키기로 합의했으나, 결국 그 약속은 2년 넘게 지나서야 지켜졌다.

5일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 454명과 징계해고소송 승소자 12명, 정직자 23명 등 489명이 회사로 돌아갔다. 지난 1월 쌍용차 노사가 무급휴직자 복직을 결정하고 약 한 달여 만이다. 이들은 8주 동안의 교육을 받고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공장을 떠나기 전 자신이 하던 일에 배치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무급휴직자들은 원직 복직을 원하고 있지만, 회사는 아직 정확한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전씨는 이날 오후 5시 30분 퇴근했다. 공장을 나서면서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를 시작한 그의 목소리 뒤편으로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기분을 묻는 질문에 전씨는 "진짜 좋아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3년 7개월이나 걸린 것도 그렇고,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남아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해고노동자들도 빨리 공장으로 돌아와야"

쌍용차 철탑농성 77일째 밤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한상균(52) 전 지부장, 문기주(53) 정비지회장, 복기성(38)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이 100일 넘게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철탑에서 국정조사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쌍용차 철탑농성 77일째 밤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한상균(52) 전 지부장, 문기주(53) 정비지회장, 복기성(38)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이 100일 넘게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철탑에서 국정조사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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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는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무엇보다 거리에 남아 있는 정리해고자들이다. 통화 중에 잠시 대화가 끊긴 것도 차를 타고 퇴근하던 전씨가 공장 앞 철탑농성장을 지날 때였다. 해고노동자 세 명이 100일이 넘게 15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 위에 올라있다. 전씨는 퇴근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인사를 하는 농성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려고 차 창문을 잠시 내렸다. 멀리 "편안한 퇴근길 되세요"라고 말하는 한상균 지부장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전씨는 "해고되신 분들이 하루빨리 돌아와 같이 일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회사와 정치권이 더 노력해서 그런 날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공장으로 돌아갔는데 기분이 어떤가?
"진짜 좋아야 하는데…, 1년 만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게 3년 7개월이나 걸렸으니 마음이 좋지만은 않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많은 문제들, 무엇보다 해고자들이 남아 있으니까 마음이 무겁다."

- 복귀가 늦어지면서 임금문제가 있어서 소송 중인 것으로 안다. 어떻게 되고 있나?
"지난 2월 15일에 1차 선고가 있었는데 우리가 부분 승소를 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항소해, 우리도 함께 항소했다.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쌍용차 무급휴직자들은 회사가 1년 후 복귀하기로 한 노사합의를 지키지 않자 이후 2년여 기간 동안의 임금지급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다시 입사한 기분이다, 회사 정상화 위해 역할 하겠다"

- 오늘 바로 작업을 했나?
"두 달 동안 교육을 받는다. '신뢰와 변화' 같은 주제로 서로 유대감을 높이는 교육이다. 딱딱하지는 않아서 시간이 잘 갔다. 교육이 끝나고 라인 배치가 있을 것 같다. 회사를 나가기 전 하던 일로 원직 복직이 돼야 하는데 회사 쪽에서 임의로 배치할지도 모르겠다. 무급휴직자들은 원직 복직을 원하는 상황이다."

- 공장 분위기는 어떤가? 공장으로 돌아간 분들의 분위기도 이야기해 달라.
"원래 남아 있던 직원들과는 아직 접촉할 수가 없다. 점심시간 끝나고 아는 사람 몇 명을 만나 인사하는 정도다. 다들 고생했다고 하면서 반갑게 맞아줬다. 복귀한 사람들도 즐겁게 교육을 받았다. 아무래도 4년 가까이 지나 들어왔으니까 처음 직장에 입사한 기분이다. 교육이 끝나고 어떻게 배치될지 모르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해고자들도 돌아올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나름대로 역할을 다 할 거다."

- 많은 분이 공장으로 돌아갔지만, 정리해고자들은 아직 거리에 있다. 앞에서도 그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는데 어떤가?
"마음 한쪽이 아프다. 함께 공장에 들어가서 같이 땀 흘려야 할 분들인데…, 외롭게 투쟁했던 그분들이 있어서 우리가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함께 일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회사와 정치권이 더 노력하고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하루빨리 그런 날을 만들어야 한다. 어제 이마트가 하도급 직원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런 것처럼 쌍용차뿐 아니라 많은 해고사업장의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 다시 출근하면서 그동안의 생활도 달라질 거 같다. 일하지 못했던 기간과 비교해 변한 게 있나?
"생활적인 면에서는 오늘보다 더 일찍 출근 한 날도 많다. 공장에는 못 가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그동안 임금도 받지 못해 대출금도 쌓였다. 뭔가 변화를 느끼려면 시간이 조금 흘러야 할 거 같다."

- 그래도 가족들은 어깨에 한 짐은 던 기분일 거 같은데.
"집사람도 마찬가지다. 기분은 좋지만, 또 그렇게 반기는 부분은 없다. 노사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다."


#쌍용자동차#쌍용차#무급휴직자#복직#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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