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회갑 다 됐는데요. 왜요?""정말이요? 겉보기에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아서요. 피부를 봐선 40대 후반이라고 해도 믿겠는데요. 시골에서 일하는 사람의 피부가 아니잖아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아니면 일은 안 하고 날마다 마사지만 받고 사시나요?""날마다 일하는데요. (법인)농원에서 파프리카 일하고, 개인적으로 블루베리도 재배하고 있고요. 아마 파프리카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봐요. 파프리카가 피부에 좋잖아요. 다른 건 없어요." 담양 경록영농조합법인 김성순(59·여) 대표와 만나 처음 주고받은 얘기다. 김씨는 파프리카를 재배하고 있는 농사꾼이다. 혼자서 조금 짓는 것도 아니다. 전남 담양군 봉산면에서 9농가(면적 1만3400㎡)와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법인의 대표다. 그만큼 일도 많이 한다. 시쳇말로 농원에서 살다시피 한다.
"파프리카를 '비타민의 여왕'이라고 하잖아요. 비타민C가 특히 많이 들어있어요. 토마토의 다섯 배나 되고요. 오렌지보다 네 배, 레몬보다 두 배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다른 과채도 좋은데 파프리카가 그만큼 더 좋지 않겠어요? 나른해지기 시작하는 봄인데요. 파프리카로 활력 충전해 보세요."김씨의 말이다. 실제 파프리카는 다른 과일이나 야채에 비해 비타민 함유량이 월등히 많다. 그래서 '씹어 먹는 비타민'이라 불린다. 맛도 아삭아삭 별나다. 색깔별로 효능과 당도의 차이가 있어 골라먹는 것도 재미다.
빨간색 파프리카는 어린이들의 성장을 돕는다. 암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주황색은 피부 미용에 그만이다. 여성들이 팩으로 만들어 활용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 아토피를 막아주고 감기도 예방해 준다.
노란색은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생체 리듬을 밝게 유지시켜 준다. 고혈압과 심근경색 예방에 효능이 있다. 초록색은 열량과 칼로리가 높지 않아 비만을 막아준다. 다이어트에 그만큼 좋다. 빈혈도 예방한다.
이 파프리카는 표피가 두껍고 단단한 게 좋다.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그만큼 좋다. 색깔도 매끈한 게 좋다. 여러 가지 요리에 더해져서 맛을 내준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싱싱한 상태 그대로 먹는 것이다. 파프리카의 효능을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어서다.
김씨는 법인 회원들과 함께 파프리카를 생산한다. 5월 말까지 500∼600t은 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량도 많은 편이다. 비결은 따로 없다. 파프리카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는 것밖에. 최적의 생육조건을 맞춰주는 건 전문 재배관리사의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다.
그만큼 소득이 높다. 10억 원 안팎에 이른다. 하지만 함께 출자한 법인 회원들과 나누고, 재투자를 계속 하고 있어 아직 '규모의 경제'를 꾸리지는 못한다. 면적도 올해 안에 4만㎡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금보다 3배 정도 큰 규모다.
판로는 걱정하지 않는다. 서울 가락동시장으로 대부분 나간다. 일부는 근교의 광주로 간다. 시장에서 평가도 좋다. 맛과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직거래도 늘고 있다. 맛을 본 소비자들이 개별적으로 주문을 해오고 있다. 마을주민들도 외지에 사는 친인척에 선물로 보낸다. 지난 설에도 선물용으로 많이 나갔다.
가격은 크기별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5㎏에 2만5000∼6만 원 한다. 2.5㎏ 상자는 1만5000∼3만 원 선이다. 김씨는 "파프리카 재배 경력이 아직 5년 밖에 안돼 지금은 미약하지만 앞으로는 창대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회원들과 함께 열심히 일하고 있다"면서 "파프리카를 담양딸기에 버금가는 소득작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