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과거 이력'과 '시장방임 경제정책 옹호'.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내정된 이후 그를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이다. 6일 열린 서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질의도 두 논란에 집중됐다.
서 후보자는 이날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부친의 과거와 관련해 추궁을 당했다. 또한 서 후보자가 교수 시절 시장방임주의 경제철학을 강조하는 논문·칼럼을 집필해 온 이력을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제기됐다.
서 후보자는 대국민사과까지 하면서 부친 과거 이력 논란을 '정면 돌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지나친 시장만능주의자'라는 여야 의원들의 우려에 "그런 우려가 안 들도록 하겠다"며 적극 해명했다.
"인혁당 사건, 역사적으로 불행... 시장방임주의자 평가 동의 안 해"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서 후보자의 부친 고 서종철 전 국방부 장관이 박정희 정권 시절 박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서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에 가담했다고 지적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서 후보자의 부친 서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서 전 장관은 육군사관학교 1기 출신으로 5.16 군사정변에 참여해 육군참모총장과 대통령 안보담당특별보좌관을 거쳤고 유신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서 전 장관은 지난 1975년 국방부 장관 시절 인혁당 사건 당시 군법회의에서 사형판결을 받은 도예종씨 등 8명의 사행집행명령서에 최종 서명했다. 사형판결을 받은 8명은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이후 인혁당 사건은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해 정권 차원의 기획으로 조작된 사건으로 판명났다. 사형이 집행된 8명 역시 무죄판결을 받았다.
서 후보자는 "인혁당 사건의 경우 모든 분이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불행한 사건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피해자들에게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사과했다.
5.16 군사정변 평가에는 다른 장관 후보자들과 마찬가지로 즉답은 피했지만 교과서 상의 표현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5·16의 역사적 성격 규정에 다양한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교과서에 기술된 표현(군사정변)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 후보자는 시장방임 중심의 경제철학을 둘러싼 우려도 불식시켰다. 그는 교수시절 논문·칼럼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정책 방향을 비판해왔다. 경제교육 웹사이트를 만들어 시장 자유와 기업 규제 철폐를 강조하는 교육 내용을 청소년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신기남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의 주요 논문들은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데 치우쳐 있다"며 "앞으로 국토정책이 부유층과 투기꾼을 위한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도 "후보자의 칼럼들을 보면 지나치게 시장주의적"이라며 "후보자의 경체 철학과 가치관이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 후보자는 "시장방임주의자라고 평가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논문이나 칼럼을 쓰는 과정에서 특정 주장을 강조하게 돼 벌어진 문제"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 우려를 안 하실 수 있도록 정책집행자로서 균형 잡힌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규제완화·주거복지 동시 추진... 4대강 검증단 구성 검토
세종시 건설을 반대했던 이력을 두고도 지적이 나왔다. 서 후보자는 교수 시절 신행정수도 건설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을 비판해왔으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세종시 건설을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를 두고 세종시에 공을 들여온 박근혜 대통령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서 후보자는 "기존에 (세종시 건설이) 진행된 걸 전부 무시하고 할 수 없으므로 현재까지 진행된 걸 보고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며 "정부 부처를 옮기는 것까지는 쉬웠지만 지금부터가 어려운 문제다, 지방에서 (국토균형발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국토부 현안과 관련해 서 후보자의 견해를 묻는 질의가 이어졌다. 서 후보자는 규제 완화를 통해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면서, 동시에 거주자 중심의 주거복지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주택 문제의 가장 큰 쟁점인 '부동산시장 활성화'와 '주거복지 확대' 둘 다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서 후보자는 "분양가 규제는 폐지하는 게 아니라 경기에 따라 신축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부동산 취득세는 1년 정도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문제는 정상세율 환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보편적 주거복지 분야 공약에는 전혀 후퇴가 없다"며 "내부적으로 영구임대주택 관련법을 개정해 처리할 것을 검토하고 있고 주택 바우처 제도도 계속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지난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였던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검증단을 꾸려 사업 효과를 다시 점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감사원의 지적 내용과 보 내구성, 수질 등 4대강 사업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을 참고해 사업 효과를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다"며 "환경영향평가와 안전성을 중심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 후보자는 박 대통령과의 인연도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소개했다. 서 후보자는 박 대통령을 언제 처음 만났냐는 질문에 "4~5년 전 공부할 때 만났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 전 대통령도 "모임에서 한 번 본 적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