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경고도 안 통해 기자 브리핑까지 열었다."KT가 발끈했다. 영업정지로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천 원짜리 갤럭시S3'가 등장하는 등 이동통신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6일 오후 2시 방통위가 있는 광화문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보조금 과열 행태를 고발했다. KT가 영업정지에 들어간 지난달 22일 이후 정부 조직 개편기를 틈 타 휴대폰 출고가 수준의 리베이트를 지급해 유통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것이다.
KT "갤럭시S3 등에 90만~100만 원대 보조금"10년 넘게 판매영업을 했다는 이현석 KT 세일즈기획단장(상무)은 이날 "예전에는 규제기관에서 요청하면 다시 잦아들기도 했는데 지금은 방통위 경고도 안 통하는 공황 상태"라며 혀를 내둘렀다.
KT에서 지난 1, 2일 이틀 동안 출고가 90만 원대인 갤럭시S3, 옵티머스G, 베가R3 등 주요 LTE 제품의 판매점 리베이트를 조사했더니 LTE720 요금제 기준 각각 88만 원, 100만 원, 91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실제 한 SK텔레콤 판매점에서는 KT에서 넘어오는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10만~15만 원 정도 보조금을 추가 지급해 '1천 원짜리 갤럭시S3'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LG유플러스와 SKT 영업정지 기간 중 일 평균 번호이동건수가 각각 2만6천, 2만5천 건이던 것이 자사 영업정지가 시작된 지난달 22일 이후 일 평균 3만8천 건으로 늘어난 것도 이런 과도한 리베이트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영업정지 후 첫 주말 직후인 지난달 25일, 26일에는 KT 전산망에 과부하가 걸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현석 상무는 "이왕 뺏은 김에 더 많은 가입자를 가져가려는 욕심과 영업정지 기간이 끝나면 다시 제재가 있으리란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면서 "전날 방통위에서 이통사 관계자들을 불러 시장 자정을 기대했는데 오늘 오전 확인해보니 달라진 게 없어 브리핑까지 하게 됐다"고 밝혔다.
KT 역시 타사 영업정지 기간에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이 상무는 "우리가 위반율이 현격히 적었을 것"이라면서 "보조금은 100이냐 0이냐가 아니라, 어디가 70이고, 어디가 30이냐의 차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경쟁사들도 발끈했다. LG유플러스는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KT는 LG유플러스, SKT가 순차적 영업정지에 들어가자 과도한 불법 보조금을 지급, 시장을 과열시키며 신규 가입자를 대거 모집한 바 있다"면서 "영업 정지로 번호이동 가입자 이탈이 늘어나자 경쟁사가 마치 과다한 보조금을 지급한 것처럼 매도해 또다시 언론플레이를 반복하는 것"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SK텔레콤 역시 자사 영업정지 기간에 방통위 경고에도 KT와 LG유플러스 일부 기종 리베이트가 100만 원을 넘었다면서 "영업정지 기간 이통시장 과열의 한 축이었던 KT가 시장 과열을 지적하는 행태는 결국 타사 영업정지 기간 동안 확보한 시장 점유율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영업정지 이후 '보조금 경쟁' 더 과열... 방통위는 '개점휴업'방통위는 지난해 12월 24일 LTE 가입자 유치 과정에서 가입자당 27만 원을 초과하는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한 이통3사에 과징금 118억 원과 함께 순차적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미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 7일부터, SKT는 지난 1월 31일부터 각각 24일, 22일씩 영업정지기간을 거쳤고 KT만 오는 13일까지 8일 정도 남겨둔 상태다.
영업정지 기간에는 신규나 번호이동 가입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경쟁 사업자들이 타사 영업정지를 틈타 가입자 유치에 사활을 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보조금 과열을 막자는 규제가 오히려 보조금 경쟁만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이는 '권력 공백기'인 새 정부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보조금 규제를 담당하는 방통위 역시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지연으로 '개점 휴업' 상태다. 방송통신 정책 관련 업무가 대부분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가더라도 이통사 보조금 규제를 비롯한 이용자보호국 업무는 계속 방통위에 남는다. 다만 이계철 방통위원장이 사의를 표한 데다 다음 전체회의 일정도 불투명한 상태여서 보조금 징계 절차는 정부조직 개편 이후 방통위 진용이 갖춰진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규제를 당할 바에야 최대한 이익을 얻겠다는 이통사와 판매점 심리가 방통위 규제조차 '솜방망이'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