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안 가려고 결핵 치료를 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 내정자가 6일 한 말이다. 이 내정자는 이날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병역 문제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이 내정자는 1977년 5월, 1978년 8월, 1979년 3월, 약 2년간 세 차례 신체검사를 거쳐 폐결핵 4급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하지만 1981년 3월 농촌경제연구원 입사 때 받은 신체검사에서는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다. 그는 장관으로 지명받아 인사청문회 관련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결핵을 앓았던 흔적이 남아 있는 2012년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제출했지만, 1977~1979년 당시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치료를 받은 병원이 어디인지는 '오래전 일이라 찾기 힘들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밝히지 않았다.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의 추궁은 군 면제를 받기 위해 고의로 불성실하게 치료를 받지 않았느냐로 모아졌다. 김우남 민주통합당 의원은 "대학 4학년 때 결핵 판정을 받고 2년간 노력했는데도 치유가 안 됐느냐, 군대를 면제받은 뒤에는 적극 치료해 취업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이 내정자는 "결핵은 정말 무서운 병이다, 군에 안 가려고 결핵을 치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김춘진 의원은 "병명을 보면 활동성 미정 결핵"이라며 "활동성인지 불활동성인지 모르겠다는 것인데, 이런 병은 일반적으로 6개월 약을 먹으면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학교 다닐 때는 약을 좀 먹다가, 한두 달 먹으면 괜찮은 것 같아서 안 먹다가 했다"면서 "그러다보니 1977년 말쯤 정말 심각해져서 시골에 가서 요양했지만, 좀 더 치료에 집중하고 그랬어야 하는데 집안일도 거들고 그러다보니 (치료가) 제대로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서 치료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오래돼서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대구에서 진단을 받아서 약방에서 약을 사서 치료했다"고 말했다.
김춘진 의원 "활동성 미정 결핵, 6개월 약 먹으면 완치된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결핵은 흔적이 남는다, 그 흔적을 판독해보면 과거 심한 활동성이었는지 비활동성이었는지 알 수 있다"면서 "확실히 방어하려면 전문가들에게 이 흔적의 의미가 무엇인지 소견을 가져와야 하는 것 아니냐, 왜 적극적으로 소명을 안 하는가"라고 따졌다. 이 내정자가 "이렇게까지 오해를 받을지 생각을 못했다"고 말하자, 하 의원은 "다 병역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것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이 이 내정자에게 요구했던 '전문가의 소견'은 오히려 야당 쪽에서 가져왔다. 민주통합당 김영록 의원은 "내가 대한결핵협회 내과 전문의 두 명에게 장관 후보자의 최근 엑스레이 사진 세 장을 보이고 의견을 물었는데, 분명히 폐결핵을 앓은 것은 사실이지만 섬유화된 병소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그 당시에도 비활동성 폐결핵으로 판정이 가능했는데 (활동성 미정으로 진단돼) 의아스럽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은 "대학원 갈 때나 농촌연구원 입사할 때는 이상이 없는데 군대 갈 때는 이상이 있었다, 그 사이의 치료 기록을 제출하라고 해도 하나도 제출되지 않는다"면서 "그래서 군대를 안 가기 위해 고의적으로 노력하고, 군대 면제되고 나니 폐결핵을 치료해서 정상적으로 사회활동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병역 의혹 추궁에 대해 이 후보자는 "정말 다른 의도를 가지고 군대를 안 가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고 억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