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한국개신교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모셔놓고(?) '국가조찬기도회'(이하 조찬기도회)를 한다. 바른 기도관을 가졌다면 나올 수 없는 희한한 이름이지만, 그 어떤 대통령도 개신교가 주최하는 조찬기도회에 빠진 대통령은 없다.
1965년 시작된 조찬기도회... 1968년 박정희 참석 후 본격화조찬기도회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1965년 당시 김준곤 목사(CCC총재)와 기독교 국회의원들이 의정 활동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전파하고 그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단체가 '국회조찬기도회' 뿌리다. 처음에는 교회에 다니던 국회의원들이 모인 기도회였다. 기독교 신자 국회의원끼리 함께 모여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탓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문제는 이듬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고, 1968년 '대통령을 위한 조찬기도회'가 조찬기도회의 시작이다.
이후 박정희는 조찬기도회를 통해 개신교 지지를 이끌어냈다. 조찬기도회에 참여한 목사들은 군사정권이 헌법을 유린하고 집권했는데도 "하나님이 이룬 혁명", "박 대통령이 이룩하려는 나라가 속히 임하기"를 바란다는 살 떨리는 찬양을 했었다. 박정희도 '대통령을 위한조찬기도회'가 민망했던지, 1976년부터 '국가조찬기도회'로 이름을 바꿨다.
조찬기도회 역사에 가장 치욕스러운 일은 그 결정판이 1980년 8월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다. 이 조찬기도회는 KBS와 MBC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까지 했다. 무엇보다 '군사반란자'이면서 '학살자'인 전두환을 위해 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목사들은 "이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직책을 맡아서 사회 구석구석에 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기도했고, 어느 목사는 전두환을 모세 후계자인 "여호수아 장군같이 되라"고 찬양했다. '땡전뉴스' 첫발은 개신교 목사들이 시작한 것이다.
조찬기도회의 가장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2011년에도 있었다. 그해 3월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조찬기도회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가 무릎을 꿇고 기도한 것이다. 당시, "종교자유 국가에서 대통령이 특정 종교 기도회에 참가해 무릎을 꿇다니 있을 수 없는 일", "국민 앞에 먼저 무릎꿇어라, 종교 자유는 좋지만, 대통령이 특정 종교 기도를 하는 것은 문제"라는 거센 비판이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5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 모두가 본연의 소임이 무엇인지 스스로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우리나라의 대내·외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서민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로 안보도 위중한 상황"이라며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제대로 일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나는 사심 없이 일하는데, 야당은 사심 때문에 발목?
특히 그는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사심 없이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할 때,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고 우리 국민에게 희망의 새 길이 열린다고 믿는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이유도 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행복시대를 열고 국민을 위한 희망과 봉사를 제 마지막 정치 여정으로 삼고 싶은 소망 때문이었다"고 했다. 한마디로 자신은 '사심'없이 나라를 이끌겠다는 데 야당이 사심 때문에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이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4일 담화문과 달라지는 것이 거의 없다.
"지금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도발로 안보가 위기에 처해 있고, 글로벌 경제위기와 서민 경제도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현안과 국민 경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 일주일이 되도록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국정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3일 동안 야당의 거센 반발과 악화된 여론에도 박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조찬기도회에 참석해서 자기 말만 했다. 현 정국 상황이 자신 책임이 가장 크다는 반성보다는 정치권(야당)을 탓했다.
기도가 무엇인가? 신에게 자신의 죄를 자복하고, 신의 뜻을 따르겠다고 아뢰는 일이다. 자신 뜻을 관철하거나 남이 잘못했다고 타박하는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조찬기도회 축사에서 자신의 정치력 부재는 반성하지 않고, '남탓'하는 데도 함께한 이들 중에 양보와 타협 그리고 반성을 요구하는 이들이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조찬기도회에서 김신 대법관 장로는 "새 대통령이 임기 동안 대한민국을 더욱 부강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고, 김요환 제2작전사령관 집사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새 시대를 열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모든 국가의 귀감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대통령을 향한 질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이 자기 할 말만 하고, 참석들은 대통령을 위해 기도해 주는 조찬기도회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국가조찬기도회'라는 말 자체가 웃긴 일이다. 반성 없는 박근혜식 불통정치, 개신교가 주최한 조찬기도회에서 다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