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10여 명을 투입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진행한 현장노동자 진술조사의 대상자 선정을 두고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조사는 검찰이 현대차 불법파견을 재수사하면서 행해진 것이다.
앞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술을 듣는 과정에서 당초 "현장에서 무작위로 선발한다"는 방침과 달리 지난 4~5일 현장진술 때 회사 측에서 선별해준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게 확인돼 논란이 인 바 있다(관련기사 :
현대차 현장조사, 회사가 답변자 선별해 '파문')
이후 고용노동부 측은 지난 6일 오전 비정규직노조 측의 항의에 다시 무작위 선발을 약속했지만 비정규직노조는 "이후 3일간의 진술조사에서도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비정규직노조 "진술 대상자 중 파업참가 조합원 거의 없어"비정규직노조는 물론 노동계·시민사회는 이번 진술조사가 현대차 불법파견을 판가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28일 대법원이 GM대우의 불법파견을 인정, 원청 대표와 하청업체 대표들에게 첫 형사적 판결을 내린 점과 고용노동부가 이마트 전국 23개 지점을 압수수색해 불법파견을 적발한 뒤 이마트가 1만 명 정규직 전환을 발표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놓고볼 때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술조사는 끝났지만, 조사 대상자를 두고 공정성 의혹이 일고 있는 형국이다. 비정규직노조 문지선 법규부장은 14일 "울산공장 비정규직 조합원은 당초 1200여 명이어지만, 회사 측의 신규채용·공정 재배치와 조합원의 자진탈퇴 등으로 현재 1000여 명인데 이중 이번 진술한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은 5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대상자 중)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며 "진술조사 과정에서 고용노동부에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비율을 높여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노조는 5일 동안 진행된 진술조사 대상자 500명 중 그동안 파업에 참여해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은 철저히 배제됐다는 입장이다. 문지선 법규부장은 "현장진술자가 주로 정규직 및 비정규직 조장과 반장, 조합원이 아닌 비정규직이었다"며 "진술조사에 앞서 대상자들을 사전 교육했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공정성을 찾아볼 수 없는 편파조사"라고 주장했다.
비정규직노조가 주장하는 근거는 이렇다. 지난 4~5일 진행된 진술조사에 대해 노조 측이 항의 의사를 표하자 6일부터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회사 측에서 제출한 명단을 보고 진술조사 대상자를 선별했다. 하지만 명단 자체가 비공개로 묶여있기 때문에 명단 속 대상자가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인지, 회사 측이 임의로 선발한 노동자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
비록 지난 6일에는 명단에서 진술조사 대상자를 선별하는 과정을 비정규직노조가 지켜봤지만 7~8일에는 부분파업 등의 이유로 이 과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 때문에 비정규직노조는 '현대차의 불법파견 정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진술이 나왔겠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고용노동부 황명근 실장은 "하루에 많은 수의 노동자들을 조사해 진술을 들으려고 하니 시간이 많이 걸려 4~5일에는 원청 측 반장을 대상으로, 하청 측은 진술조사 대상자를 업체에 뽑아달라고 요구했다"며 "하지만 6일 오전 비정규직노조 측의 항의로 이날부터는 업체에서 주는 명단으로 무작위 선별해 진술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술 대상자 선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명단에서 누가 조합원인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느냐, 6일에는 비정규직노조 측이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지난 7일, 3월 4~5일 진술조사 대상자 선별의 공정성 시비와 회사 측이 울산공장 도장2부에서 일하는 조합원을 타업체 비혼재 공정으로 강제 전환 배치를 시도한 것에 대해 부분파업과 규탄대회를 열었다. 당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진술조사를 중단했다.
비정규직노조는 "고용노동부 조사관에게 '도장2부 불법파견 은폐현장을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진술이 불법파견을 조사하기 위한 것인데, 고용노동부는 오히려 '파업 때문에 진술조사를 중단한다'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측은 "전환 배치 등은 이번 진술조사의 대상 영역이 아니다"라며 "당시 비정규직노조 측에 이를 설명했다, 그날 파업 때문에 진술조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사측에게 유리한 편파조사... '다른 목적' 있는 걸로 보였다"한편,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14일 성명을 내 검찰의 현대차 불법파견 수사가 편파적이라고 항의했다. 이들은 "2010년 7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금속노조와 비정규직노조가 고소·고발한 불법파견 위반 사건을 검찰이 2년 넘게 수사 착수조차 하지 않았다"며 "회사 측은 이 기간에 촉탁계약직 전환·혼재공정 재배치·공정블록화 등 불법파견 은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회사 측의 불법파견 은폐가 진행돼도 검찰은 시간만 끌었다"며 "이는 회사 측에 유리한 편파수사이며, 이번 진술조사도 진술자를 회사 측이 골라주는 등 '불법파견이 아니다'라는 증거를 확보하려는 목적처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이번 현장진술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앞으로 고용노동부의 진술조사 결과와 이를 바탕으로 한 검찰의 현대차 불법파견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