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따라 내려온 모래는 조용히 두 발을 감싸 안았다. 몇 초 후 모래에 폭 안긴 지율 스님의 발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지율 스님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모아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모래가 흐르는 강> 속 한 장면이다. 2005년 천성산을 지키기 위해 음식을 끊었던 스님은 2008년 9월, 카메라를 들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살리기사업을 착공한다는 뉴스를 본 직후였다.
공사로 파헤쳐진 산, 무너져가는 강을 기록하던 스님은 2011년 낙동강 지류인 경상북도 영주시 내성천에 이르렀다. 빗물과 함께 스며든 소백산 암석은 금빛 모래로 변해 내성천에 흘렀다. 하지만 내성천 하류에는 4대강 사업의 하나로 두 개의 보가 들어설 예정이었고, 상류에는 영주댐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때부터 내성천은 계속 본래의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다.
지율 스님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모래가 흐르는 강> 시사회에서 "(촬영 기간 동안) 항상 슬프고, 항상 기뻤다"고 말했다. "제 경험을 사람들과 어떻게 나눠야 사회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며) 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촬영 어려워도 카메라 꽉 잡은 스님 "너무 낡아 주인에게 못 돌려줄 정도"
촬영 한 번 배운 적 없는 스님이 4년간 영상을 찍고, 한 시간 정도 편집 교육을 받고 75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완성하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지율 스님은 "캠코더가 없어서 빌렸는데, (촬영) 끝에는 많이 써서 거의 중고가 되는 바람에 (주인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럼에도 "영화의 기술적 부분이 부족해도, 뜻을 담아낼 수 있다면 자연을 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스님은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스님의 뚝심 덕택에 <모래가 흐르는 강>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4대강사업 반대운동에 힘써온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는 영화를 본 뒤 "(지율 스님께)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사업지역 피해를) 사진으로 보다가 영상으로 접하니 느낌이 남다르고, 속도 더 상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온 조영숙(55·주부)씨는 "모래가 흐르던 맑은 물이 죽어가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며 4대강사업으로 변해버린 내성천의 모습에 안타까워했다.
영화는 3월 28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제작과 배급을 맡은 영화사 '시네마 달'은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3월 17일까지 배급위원단을 모집하고 있다. 시네마 달은 소셜펀딩 사이트 '
텀블벅' 등으로 참여한 배급위원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새기고, 시사회 초대권을 증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