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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미국 정부에서 '압류'(시퀘스터: Sequester), 즉 예산 자동 삭감이 발생했다. 이미 악화일로였던 공화당과 백악관의 관계에 '압류'로 발생할 각종 문제의 책임 공방까지 합쳐 미국 정치가 진흙탕에 빠지는 일만 남았다고 사람들은 예상했다. 설상가상으로 백악관과 공화당 간의 예산안 타협이 없다면, 27일부터는 미국 정부의 기능이 중지될지 모르는 또 하나의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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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6일, 뜻밖의 소식이 들렸다.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 DC 소재의 한 고급 호텔에서 '매우 사적인' 저녁을 먹었다는 내용이었다. 오바마는 지난 2월,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린지 그래햄 상원 의원에게 초청 명단을 부탁했고, 그 명단에 따라 12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제퍼슨 호텔로 초청했다. 이들은 최고급 스테이크와 랍스터, 초콜릿 타르트 등을 즐겼고, 의원들이 보는 앞에서 오바마가 계산서에 서명을 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의 '오바마의 '환심사기 전략' 관련 기사. 오바마가 점심 식사에 앞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인사하는 장면
<워싱턴포스트>의 '오바마의 '환심사기 전략' 관련 기사. 오바마가 점심 식사에 앞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인사하는 장면 ⓒ 워싱턴포스트

놀라운 소식은 계속 이어졌다. 바로 다음 날 오바마는 2012년 대선때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폴 라이언 하원의원을 백악관 점심 식사에 초청했다. 이 자리에는 라이언과 같은 하원 예산위원회 소속인 민주당의 크리스 반 홀렌 의원이 동석했다.

또 다시 오바마는 3월 12일부터 14일까지 매일 의회를 직접 방문해 양당 양원의 일반 의원들(지금까지는 양당 지도부와 주로 만났다 : 기자 주)과 함께 식사를 했고, 또한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했다.

오바마가 기댄 '환심사기 전략'

이에 대해 미국 언론은 일제히 오바마가 공화당을 향해 '환심사기 전략(Charm Offensive)'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공화당의 '환심'을 사려는 이유는 미국의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이들과 대타협 즉,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다.

만성적인 미국의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공화당은 지출 감축을 주장해왔고, 특히 사회 보장제도의 개혁 및 축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노인들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메디 케어의 수령 연령을 현재의 65살에서 더 높히자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은 부유층 노인에 한해서 사회 보장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미치 멕코널 공화당 상원 대표는 "미국을 강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회 보장 제도를 고치는 길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12일, 폴 라이언은 공화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예산안을 공개했다. 이 예산안에서 그는 10년 내 미국 재정 적자를 없애기 위해 오바마 의료 개혁안('오바마 케어')의 폐지를 그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오바마 케어는 이미 2012년 대통령 선거로 미국 국민들의 심판을 받았고, 2010년에는 미국 연방법원이 합헌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에 폐지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자 주)

이에 민주당과 오바마는 세제 개혁과 부유층에 대한 증세없이 사회 보장 제도의 감축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는다. 오바마는 12일 <ABC> 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의 입장이, '어떠한 세수 확대도 불가하다" 또는 "메디 케어나 메디 케이드(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비 지원), 또는 사회 보장연금을 깎는 것으로만 세수를 확대할 수 있다라면, 우린 어떤 합의도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저소득층과 노년층, 등록금 융자가 필요한 학생들, 그리고 장애아를 자녀로 둔 부모들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균형 예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12일엔 민주당 상원을, 13일에는 공화당 하원을, 그리고 14일에는 공화당 상원과 민주당 하원을 만나는 것으로 '환심사기 전략'을 구사한 오바마과 과연 이들과의 만남으로 '그랜드 바겐(대타협)'을 이뤄낼 수 있을까?

오바마가 정적이라 할 수 있는 공화당 의원들을 직접 찾아가 얘기를 나누고 같이 밥을 먹었으나, 그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양보하거나 포기한 것은 결코 아니다. 여러차례의 만남에서 확인된 것은 백악관 및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가령 공화당 하원 의원들은 하루 전날 공개된 폴 라이언의 예산안과 관련, 대통령이 정부 부채를 줄이는 일에 과연 얼마나 진지한지를 물었다. 이에 오바마는 공화당 하원이 증세에 동의하지 않는 한 사회 보장비를 개혁할 것이라 약속할 수 없다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미 12일 <ABC>와의 인터뷰에서 "오로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균형 예산을 추구하는 것은 내 목표가 아니다. 경제를 성장시키고 사람들을 다시 일자리로 돌려보내는 것이 목표"라며 공화당 하원 예산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만남 후 공화당 베이너 하원 의장은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만약 우리가 양당이 합의하는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면 대통령은 그간의 똑같은 제안과 민주당의 아집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지금 대통령이 공화당 환심 사기에 집중해있지만, 우리가 직면한 경제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다루는데 결정적인 것은 대통령이 그의 당원들을 설득하는 일"이라며 책임을 오바마에게 넘겼다.

양측의 뿌리깊은 불신

조지아의 톰 프라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정말 대통령이 '환심사기 전략'을 써서 '그랜드 바겐'을 성사시키려고 하는 것인지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원 예산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오바마의 이런 행동에 대해 "짜고 치는 것 아니냐"고 묻기까지 했다.

오클라호마의 제임스 랭크포드 의원은 오바마의 선거 조직에서 출발한 'Oganizing for Action(행동을 위한 조직, 이하 OFA)'이 2014년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 하원을 공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오바마는 13일 낮에 공화당 하원을 만난 후, 같은 날 저녁에는 OFA의 정치 모금 행사에 나가 연설을 했다. 이에 대해 <NBC>는 "대통령이 한쪽에선 정적에게 손을 내밀어 대화의 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미래의 이념 투쟁을 위해 세를 모으고 있다"고 해석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 하원 내 많은 의원들, 특히 티파티의 지지를 받거나 보수성향이 짙은 의원들은 이번 오바마의 '환심사기 작전'을 2014년 선거를 위한 민주당과 대통령의 포석이라 해석하고 있다

14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수 성향의 정치 활동가들과 조직들이 공화당 의원들에게 대통령과 타협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공화당 하원들을 향한 대통령의 구애가 당의 가장 보수적인 파벌들로 하여금 의원들을 단속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대통령 환심사기 전략, 같이 저녁 먹읍시다" 16일 <이코노미스트> 기사 제목. 그러나 이 기사는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 없다고 전하고 있다.
"대통령 환심사기 전략, 같이 저녁 먹읍시다"16일 <이코노미스트> 기사 제목. 그러나 이 기사는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 없다고 전하고 있다. ⓒ 이코노미스트

환심 사기 전략, 오바마의 고육지책?

16일 <이코노미스트>는 민주당 계열의 한 싱크탱크의 대표자의 말을 빌어 "워싱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차갑다고 불평하는 것이 공공연한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후 100번 넘게 골프를 쳤지만, 같이 친 사람들 중 공화당 의원은 단 1명이고, 민주당 의원도 단 2명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신문은 공화당 의원들도 대통령을 멀리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가령, 영화 <링컨>을 같이 보려고 오바마가 5명의 공화당 의원들을 초대했지만 이들이 모두 거절했다는 것. 이전에 오바마도 그와 함께 있는 것이 공개되면 공화당 의원들에게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왜 오바마가 의회로까지 직접 찾아가는가? <이코노미스트>는 공화당 지도부가 당내 일반 의원들과 직접 얘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오바마가 당내 대화가 단절된 공화당과는 타협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일반 의원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통령과 처음 직접 대화해 본 공화당 하원 의원들은 대통령이 따로 만났을 때와 TV에서 말할 때의 내용이 같았다고 평가했다.

테네시의 라마 알렉산더 공화당 상원 의원은 "대통령의 어조가 매우 호의적이었다. 그가 정직하고 열린 자세로 솔직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같은 당의 리차드 버 노스 캐롤라이나 상원 의원도 "지난 몇 해와는 매우 다른 대화였다"며, "그가 확실히 또 다른 대선을 치룰 필요가 없는, 그래서 어떤 큰 일들을 성취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7일 <슬레이트>는 대통령이 정적에게 손을 뻗는 행위 자체를 리더십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정치인은 자신의 정적을 껴안고 그들과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언제, 누구와, 어떤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오바마가 여지껏 정적에게 손을 내밀어 성공한 예가 거의 없다면서 이 신문은 '환심 사기 전략' 자체에 큰 기대를 거는 태도를 경계했다.

테네시의 밥 코커 공화당 상원 의원은 "진정한 해결을 위해 ('환심 사기 전략')다음 단계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고 싶다. 중요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백악관의 진지한 개입 없이는 이 나라가 필요로하는 재정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안다"고 말했다.

끝으로 테네시의 라마 알렉산더 공화당 상원의원은 오바마에게 다음과 같은 일화를 들려줬다고 말한다.

"나는 그(대통령)에게 이 나라의 역사에서 큰 위기마다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을, 그것이 없을 때는 언제나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가 정치를 오래했는데, 지금은 존슨 대통령이 더크슨 의원의 방에 차를 마시자고 불쑥 나타나는 때와 같은 상황이라고 본다.(더크슨 의원은 좀처럼 백악관에 가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기자 주) 결과적으로 그 다음 해에 이 둘은 (미국의 역사적인)인권법(Civil Rights Act of 1964)을 통과시켰다."

오바마의 '환심사기 전략'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그럼에도 공화당은 대통령과의 만남이 계속되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오바마는 3월 19일에 이스라엘 순방을 떠나고 그 이틀 후 의회는 2주간의 봄철 휴가를 갖는다. 적어도 4월 중순까지는 의회와 대통령이 다시 만나기는 힘들게됐다. 따라서 '환심사기 전략'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이후 오바마의 행보에 따라 내려질 것이다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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