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굴을 아름답게 하는 의사다. 그런데 과연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 기자 말미모의 스튜어디스 R씨를 처음 만났을 때, 그의 불만은 자신의 얼굴형이었다. 전형적인 북방계 미인인 그는 발달된 하관이 불만이었다. 그는 얼굴형을 V라인으로 만들길 원했다. 보툴리늄 톡신으로 턱 근육을 줄이고, 리프팅으로 턱선을 올리는 것도 기대에 차지 않았다. 그는 더 나아가 턱뼈를 깎는 수술을 고민하기까지 했다.
필자가 볼 때, 그의 매력포인트는 부드러운 인상과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말투였다. 부드러운 얼굴선은 여성스럽고 성숙한 그의 매력을 강조해줬다. 여성스럽고 성숙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마릴린 먼로를 연상케 했다.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 Marilyn Monroe
마릴린 먼로는 영화 <나이아가라>에 출연하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귀여운 눈웃음, 육감적인 입술, 그리고 관능적인 몸매로 시대의 섹스 심벌로 추앙받았다. 사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만인의 연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혹자는 그녀의 인기 요인을 백치미와 육감적인 매력으로 꼽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리타의 성모> ⓒ 에르미타주 박물관
마릴린 먼로의 사진들은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히고 시선은 아래로 향하고 찍은 것들이 많다. 이런 각도로 사진을 찍으면, 턱이 강조되어서 얼굴이 넓어보인다. 눈은 가늘고 눈두덩이는 넓어 보인다. 이런 포즈로 사진을 찍으면 모성성이 강조되어 보인다.
모성애가 강조된 마릴린 먼로의 사진들어린 아이가 젖을 물고 올려다 본 어머니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기 때문이다. 젖을 물고 올려다 봤을 때 어머니의 모습은 턱이 강조되어 보인다. 아래로 눈을 내려뜨고 보기 때문에 눈이 가늘어 보이고 눈두덩이도 넓어 보인다. 누구나 어릴 때 이런 경험을 했고, 무의식중에 그때의 어머니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마릴린 먼로는 무의식 중에 잠재된, 어린 시절 어머니의 모습을 회상시켰던 것이다. 단순히 백치미가 있는 글래머였던 것뿐만 아니라, 모성애를 느끼게 한 것이다. 마릴린 먼로가 활동하던 시기는 한국전쟁 직후 미국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뻗어나가던 시기다.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용어는 미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알려준다. 당시 미국은 진취적이며, 남성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런 시기에 공통적으로 선호되는 얼굴형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아르카이크시대는 기원전 750년 전후부터 기원전 500년까지이다. 그리스가 활발하게 도시를 건설하고 확장하던 시대다.
▲신윤복 <미인도> ⓒ 간송미술관
이 시대의 예술품을 보면 묘하게 마릴린 먼로와 닮았다. 이 시대 조각의 얼굴을 상·중·하로 3등분했을 때, 100:100:105정도로 턱이 발달했다. 이런 얼굴은 귀여움보다는 성숙함을 더 느끼게 한다.
조선 초기에 선호되었던 얼굴형도 마찬가지다. 성리학의 이념을 가지고 조선이라는 나라를 처음 세웠을 때, 그 분위기는 활동적이고 진취적이었을 것이다. 이 때 선호하는 여성의 얼굴형이 소위 '맏며느리형'이었다. 하관이 발달해 성숙해보이는 얼굴이다.
R씨에게 그의 얼굴형은 마릴린 먼로처럼 모성애를 느끼게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런 점은 스튜어디스라는 그의 직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보호받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긍정적인가. 그의 능숙한 서비스와 안내에 승객들은 그에게 무한 신뢰를 보낼 것이다. 그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해있는 동안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며 든든해 할 것이다. 승객뿐 아니라 신참 스튜어디스들도 믿음직한 그를 믿고 따를 것이다.
무작정 유행에 따르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매력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만일 R씨가 유행을 따라서 V라인이 되기 위해서 턱뼈를 깎았다면 오히려 자신의 매력을 반감시키지 않았을까.